박근혜-아베 조건없이 만나야···위안부소녀상 일 대사관 앞서 이전도

 

한일 민간단체·학계, 정상회담 촉구여론 확산

[아시아엔=안병준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수상은 무조건 만나라!”

한일 양국의 경제, 문화단체 등 민간의 정상회담 촉구여론이 드세다. 중국과 일본은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길을 열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양국 국민의 이해 및 우호를 무시한 채, 지도자의 아집으로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지 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은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자세변화를 전제조건으로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코 일본의 자세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버트런드 러셀’로 불리는 김용운 교수는 1927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와 미국 어번대학원을 졸업했다. 저명한 철학자와 수학자로서 한일관계를 중심으로 100여권의 저서를 저술했다. 그는 최근 <풍수화-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라는 대작을 펴냈다.

김 교수는 현재의 한일갈등에 대해 “과거를 극복하는 게 정치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전제한 뒤 “올 3월까지 정상회담을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되며, 두 나라 관계는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 상황은 서로의 이익을 위한 한풀이인 외교가 아니라, 원형충돌”이라며 “원형에 얽매이고 있는 한 두 나라는 각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일본 내의 코리아타운인 신주쿠 13만명 500여 업체 중 벌써 10% 가량이 문을 닫았다.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사카, 후쿠오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영석 신주쿠한인연합회 회장은 “32년 일본에 살면서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면서 “예전에는 멸시를 당하면서 살았지만 지금은 일본인들로부터 증오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하루 빨리 해서 재일동포를 포함한 47만명 가까운 일본 내 한국인들이 회생하여 활기차게 살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일본 내 상인연합인 한인뉴커머 이승민 회장, 한인거류민단 중앙본부 오공태 단장, 21년째 순수민간인으로 한일 우호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한일문화교류센터 강성재 회장 등도 모두 “한일정상회담이 조건 없이 조속히 성사되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특파원을 지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 역시 한일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설정을 위해 정상회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위안부 등 역사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하고, 정상끼리는 그 위의 입장에서 회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베신조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가로서 책임을 자각하고 개인의 생각을 떠나 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용운 교수의 “대국적 견지에서 일본 체면을 살려주면서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철거하자”는 제안에 대해 찬성의사를 밝혔다. 그는 “김 교수의 제안은 대단히 용기 있고 훌륭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한국인의 정서를 감안해 소녀상은 다른 공원 등에 옮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한일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세대 권창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원칙’과 아베 총리의 리더십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한일정상회담이 아무 조건 없이 성사되면 그러한 것들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도쿄대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가 최근 <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한일정상회담에서 종군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면 양국관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 경희대와 일본 와세다대, 독일 보쿰대 등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일본통인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정치부장 역시 정상회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역사문제는 내려놓을 수 없지만,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역사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한일정상회담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 중에도 외교는 계속되는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정상이 만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녀상 철거문제에 대해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해결 후 심도 있게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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