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동북아 넘어 이란까지···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월 12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해 중재외교에 나섰다. 현직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은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 이후 41년 만이다. 1979년 이란혁명 후에는 아베 총리가 처음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아베 총리는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했다. 13일에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만났다.
아베 총리와 로하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하겠다”며 “2015년 이란 핵협정의 중요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란 핵 문제는 2015년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의 주도하에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이란 등 관련 7개국 서명으로 봉합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란이 중동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도발에는 단호히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외교·안보 현안에 앞장서려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그는 5월 28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려는 호위함 ‘가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승선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함께 펼치는 ‘글로벌 군사동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뒤 이은 이란 방문은 동아시아를 넘어선 지역의 갈등에서도 적극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아베는 미-이란 갈등을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는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방문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에게도 전화로 이란 방문 계획을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일본과 관계가 괜찮은 이란은 그의 방문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베 총리는 1984년 외상이었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이란-이라크전 해소를 중재한다며 이란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그가 동북아 문제만이 아니라 중동 문제에까지 역할을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데뷔했음을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신년사에 ‘전후(戰後) 외교 총결산’을 언급하며 외교면에서 큰 과제에 도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