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년①정치] 日정계, “한일관계는 국내정치용”···과거사문제 해결 ‘뒷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아시아엔=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도쿄대 법학박사] 1995년 이전 일본 정치인들은 과거의 일제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종종 ‘망언’을 일삼았다. 국내정치에서 자민당의 거물들로 의정활동에서는 경륜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웃국가들에 대해서는 배려가 많이 부족했다.

그들의 발언은 대체로 다음의 3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첫째 ‘아시아해방사관’으로 대표적인 인물은 자민당 우파의 대표격인 오쿠노 세이스케와 법무대신이던 나가노 시게토가 그들이다. 나가노는 난징사건의 날조론을 주장한 인물로 오쿠노보다 더욱 심각했다. 또 한 사람인 사쿠라이신은 “일본은 침략전쟁을 하려고 싸운 것은 아니다. 아시아는 일본 덕에 유럽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여 경제부흥의 계기를 삼게 됐다”고 했다.

둘째, “한일병합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식민지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를 넣을 것인가 여부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공방이 오가는 중 와타나베 미치오는 “일한병합은 원만하게 이루어진 국제적 조약”이라고 했다. ‘식민지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발언은 한국의 심각한 반발을 불러왔다.

셋째, “일본이 좋은 일도 많이 했다”는 주장이다. 무라야마 수상이 ‘무라야마 담화’를 준비하는 중에 에토다카미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이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주장해 한국을 자극했다.

최근 외국언론과 일본 및 한국언론이 부쩍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많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안전보장과 역사인식 두 분야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안전보장과 관련해서는 일본은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군비확장을 통한 안보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안보정책 또한 안보법제를 개정하여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역사인식의 측면에서는 보수를 넘어 반일성향의 주변국가들의 환경변화에 과거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우경화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오른쪽)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6월9일 일본기자클럽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원로 정치가는 아베 총리가 과거의 전쟁과 식민 사죄 발언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오른쪽)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6월9일 일본기자클럽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원로 정치가는 아베 총리가 과거의 전쟁과 식민 사죄 발언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사진=AP/뉴시스>

아베 정부의 성격은 자민당이 당 대회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하다. 즉 복고적이며 강경 일색이다. 아베 수상은안전보장 관련 법안을 제정하면서 동시에 헌법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에는 자민당 우파정치인들이 적극 가세하여 활동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전후체제로부터 벗어나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에 맞서 ‘강한 일본’을 만드는 한편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과 근린제국 조항의 잘못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헌법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의 기본적인 사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먼저 아베수상은 ‘탈 전후 내셔널리즘’을 중시하고 있다. 이는 戰前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은커녕 인정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의 전통, 가족, 국가재건을 주장하는 신보수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는 교육기본법이 추구하는 개인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초래한 폐해를 개혁하여 어린이들에게 규율과 도덕을 가르쳐 국가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공동체를 유지하고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셋째, 아베 수상은 새로운 국가주의 사상을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 교육기본법 개정, 개헌절차법 제정 등을 통해 戰後 새로운 자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반둥회의와 워싱턴 상하원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아베는 반둥회의에서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과거 전쟁에 대한 문맥에선 ‘침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베는 반성이라는 말은 필요하다면서도 ‘침략’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아베는 그 대신 전후 경제협력과 관련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일본의 공헌을 강조하였다.

2005년 4월 고이즈미 전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와 같은 맥락에서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통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며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 아베 총리의 반둥연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아베는 지난 4월20일 <후지텔레비전>에서 언급한 자신의 지론을 고수했다. 아베는 “같은 내용을 담는다면 굳이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베를 통해 본 지금의 일본은 패전 후 미국의 비호 아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의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되레 그 시절로 회귀하려는 듯한 모습이 노정되고 있다. 미래의 협력관계를 지향하기는커녕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아베 정부와 그를 둘러싼 신제국주의의 민낯이다. 무라야마와 고이즈미 등 전향적인 선배 총리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베 총리 스스로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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