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⑤ “사랑하게 될까봐 헤어졌다…?”

‘너 아니면 죽고 못 산다’라고 하는 사람들끼리 결혼하면 행복할까요? 좀 숨 막힐 것 같지 않나요? “(혼자서도 살 수 있지만) 너랑 같이 살면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는 상대라면 어떨까요? 이쪽이 더 쿨하지 않을까요? ‘죽고 못 산다’라는 말에는 부정 동기가 숨어 있습니다. 괴로움으로부터의 도피 동기. ‘같이 사는 게 훨씬 행복할 것 같아’는 긍정 동기지요. 행복에 대한 추구 동기.

전에 긍정심리학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복습해볼까요? 고통, 공포와 같은 부정 동기는 강하게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작용하지 못합니다. 불편한 감정이니까요.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 자체를 멀리하게 됩니다. 희망 같은 긍정 동기는 완만하게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작용을 합니다. 야단맞으면서 공부하는 아이는 ‘공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합니다. 칭찬 받으며 공부하는 아이는 호기심이 늘고 문제에 부딪히며, 해결하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적절하게 대응을 하면 아이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면서도 자존감, 자신감 등이 늘어납니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그런 아이에게서 사랑이란 더 행복하고, 더 잘하기 위한 긍정적인 동기로 작용을 합니다. 부모가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면서도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게 되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애착은 오히려 강해집니다. 어른이 되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의처증, 의부증 등으로 발전하기가 쉽습니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늘 앞서기 때문에 사랑을 즐기지를 못합니다. 아예 부모가 방치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혼자 해결하는 능력은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은 줄어들게 되겠죠. 상대의 관심을 간섭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부하는 경우에 비교를 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새로운 것을 깨우치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성적은 크게 신경을 안 씁니다. 다른 아이는 공부라면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성적에는 일점에 안달을 합니다. 이런 아이는 가끔은 미친 듯이 공부하기도 하지만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아이는 아예 공부는 포기하고 삽니다. 공부 이외에 다른 것에 훨씬 더 관심을 둡니다. 여기에서 공부를 사랑으로 바꾸면 지난주에 말한 안정형 애착, 양가적 애착, 회피형 애착의 모습이 나오게 됩니다.

원만한 사랑을 하려면 일단 나를 사랑해야 합니다. 나를 사랑하려면 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넘어서 다른 사람으로 향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정형 애착입니다. 내가 없이 사랑만 있는 것이 양가적 애착입니다. 나만 사랑하고 다른 사람으로 향하지 않는 것이 회피형 애착이지요. 요즘은 이런저런 여성 모임이 많아졌더군요. 그런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누구 엄마’라고 소개했다가는 한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자기가 없는 사랑은 지나친 애착에 불과한 경우가 많거든요.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자기가 없는 엄마는 아이를 숨막히게 만듭니다.

또 반대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너무 칼같이 자르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거든요. 같이 일하는 동료라면 가족끼리도 안면은 있는 편이 좋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동료는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내도 그저 동료일 뿐입니다.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애정이 있는 관계는 되기 힘들지요.

양가적 애착은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을 테니, 회피형 애착의 적절한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강도하씨가 ‘다음(Daum)’에 연재하는 ‘아름다운 선’이라는 웹툰이 있습니다. 주인공 여자가 옛 애인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왜 나와 헤어졌느냐?”, “나를 사랑하기는 한 거냐?”라는 질문을. 남자가 답합니다. “사랑하게 될까봐 헤어졌다”라고. 느낌이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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