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⑦ “출발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마음 속에 용납하기 어려운 충동이 있을 때, 우리 마음은 이를 다루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심리학에서 방어기제라는 용어로 부르는 것들이지요. 그 중에 동일시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고 싶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남자 아이가 아빠의 신을 끌고 다닌다거나, 여자 아이가 거울을 보며 화장하는 흉내를 낸다거나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동일시입니다.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어른들이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달래는 것이지요. 아이들에 있어 동일시는 건강한 방어기제에 속합니다. 어른을 흉내 내면서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도 동일시를 주된 방어기제로 사용을 하면 문제가 됩니다. 이것은 아직도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자기 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팬클럽 활동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동일시는 자신이 동일시의 대상과 같은 능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노력은 접고 동일시 자체에만 빠지게 되면 스스로를 가두는 함정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운동선수나 운동 팀에 대한 팬의 경우를 봅시다. 자신도 운동을 좋아하며, 자신이 닮고 싶은 선수나 그런 경기를 하는 팀의 팬인 경우가 가장 건강한 경우에 속하지요. 자신이 운동을 잘 못해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가 문제인데, 이 경우도 또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이 스스로의 영역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즉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어 있고, 자기긍정감이 확보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운동이라는 영역에서만 부분적인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우지요. 물론 보는 것만 즐기고 스스로는 운동을 안 하니까 육체적인 건강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문제는 자기 존중감이 크게 위축되어 있고, 육체 능력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가장 큰 콤플렉스로 작용하는 경우입니다. 콤플렉스를 달래기 위한 팬질을 하는 것이지요.
앞의 두 경우는 건강한 팬으로 존재합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애정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이기면 물론 좋아하지만, 질 때도 격려를 할 줄 압니다. 상대팀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를 하고 존중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경우는 조금만 못해도 바로 욕설이 나옵니다. 경기장에 난입을 한다거나, 상대팀 선수에게 물병을 던지는 등으로 정상적인 경기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상대팀 버스에 불을 지른 일까지 있었지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동일시는 그 대상이 자신의 욕망을 대신해주기를 원하는 심리입니다. 일단 건강하지 못한 동일시는 무조건적인 승리만을 원합니다. 그 승리를 통해 자신이 평소에 느끼는 패배감을 달래는 것이 응원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게다가 자신이 패배의식이나 피해의식에 의해 가지고 있는 공격성마저 동일시의 대상이 표현해 주기를 원합니다. 즉 과격한 태클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박수를 치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동일시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극단적 민족주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위대한 집단에 속해있다는 대리만족으로 달래는 것이지요. 이들은 쉽게 전체주의로 달려갑니다. ‘동일시’라는 단어에 주목을 하면 이들의 행동이 쉽게 이해됩니다. 무언가 자신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이 싫은 것이지요. 동일시를 방해 하니까요. 모두가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하나의 전체가 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동일시나 대리만족은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입니다. 그 사랑은 자신을 키우고, 집단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사랑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사랑이 건강한 사랑입니다. 전체주의자들은 흔히 자신들을 애국자라고 말을 합니다. 과격한 팬들은 자신이 진정한 팬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의 출발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뿌리가 없는 거짓 사랑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