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①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다”

보편적 사랑…”이성으로 만나 친구처럼?된다는 것”

사랑은 예술이 가장 자주 다루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사랑을 잘 다루지 않습니다. 어렵거든요. 게다가 잘 연구해도 본전이 잘 안 나옵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뭔가 신비하고, 고결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분석적인 접근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기 쉽지요. 연구 결과에 대해 대중이 관심을 가지고 호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여전히 심리학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사랑은 사람에게 엄청난 힘을 주기도 하고, 큰 낙담을 주기도 합니다. 또 많은 병리적 심리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신비감이 좀 사라지더라도 사랑의 본질은 알아둘 가치가 있지요. 오늘부터 몇 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사랑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단일 감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 이성에 대한 사랑, 동지애, 인류애 등등이 사실은 서로 다릅니다. 또 사랑이라 불리는 감정에는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함께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이른바 보편적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인류애니, 아가페적 사랑이니 하는 것 말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감정이 덜 낍니다.

시기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이기심과 이타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구상에 살아남은 종은 자신의 종의 번영을 위하는 속성이 있다고 했지요.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서 종 전체에는 불리하고 개별 개체에 유리한 행동만을 하는 종은 어떻게 될까요? 결국은 멸종됩니다. 결국 살아남은 종은 이타심 역시 이기심과 마찬가지로 본능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고 구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를 구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가 빠지는 것을 보면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느낍니다. 본능적으로요.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인간은 자연스레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누구나’는 아니군요. 이런 본능이 마비된 사람이 드물게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지요.

이타심이 어떻게 작용이 되는 걸까요? 진화 과정이 인간에게 심어 놓은 이타 행동 코드를 우리는 공감이라고 부릅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보통 사람의 경우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내 앞의 사람이 웃으면 내 기분이 좀 가벼워집니다. 내 앞의 사람이 울면 나 역시 조금은 우울해집니다. 이것이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주어서 상대를 기쁘게 하는 순간 나 역시 조금은 기뻐집니다. 그래서 이유 없이 내 앞에 있는 대상에게 잘 해주는 것. 그것을 보편적 사랑이니, 아가페적 사랑이니 하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보편적 사랑은 사랑의 가장 완만한 모습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나, 이성 간의 사랑에는 또 다른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을 합니다. 완만한 부분은 잘 눈에 뜨이지 않지요. 하지만 보편적 사랑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의 꽤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간은 학습을 하거든요. 비록 약한 감정이라도 반복적으로 작용을 하다보면 점점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부부는 이성으로 만나지만 오래 살게 되면 친구 같은 면이 더 커지게 됩니다. 친구 같은 면이 자라나지 않으면 백년해로는 쉽지 않지요.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 꽤 크면 부모에게 아주 가까운 친구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끼리는 보편적 사랑의 감정이 꽤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사랑은 대상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우리가 한 번 본적도 없는 아프리카 아이의 굶주림에 가슴 아파하고, 후원금을 내게 만드는 것이 사랑의 힘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역시 공감을 빼면 이야기가 안 됩니다. 주인과 잘 공감하는 반려동물은 웬만한 가족보다 사랑을 나누기에 더 좋지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지요? 완만한 사랑도 쌓이면 큰 힘이 됩니다. 격렬한 사랑은 간혹 격랑을 건너야 할 때가 있습니다. 둘 사이에 오래 쌓아온 공감이 깔려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안전장치를 하나 더 가지고 건너는 셈입니다.

물론 보편적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다른 감정이 조금 끼기는 합니다. 도덕성이니, 인정이니, 욕구니, 의무감이니 하는 것들이 좀 엉키지요. 그런 이야기들은 또 그런 주제를 다룰 때 다시 더 하기로 합시다. 보편적 사랑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사랑이라는 큰 주제 안에 다룰 작은 주제들이 꽤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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