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④ “스님과 신부님은 어떻게 ‘화풀이’ 할까?”

분노는 ‘주도성 침해’의 반응, “분노를 인정하라”

내가 말하는 중간에 상대가 말을 자르면 별 것 아닌 경우에도 화가 납니다. 주도성을 침해당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화가 나면 돌멩이나 풀을 걷어찹니다. 나뭇가지를 꺾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스스로 주도하고 지배하는 행동을 하면서 상처 입은 주도성을 달래는 것이지요. 꼬맹이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바로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내 주도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울면서 뒤로 나자빠지면 화가 납니다. 내가 주도하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분노는 자신이 하려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이것이 분노 조절과 관련된 핵심입니다.

하려 하는 것이 너무 많으면 화를 자주 내게 됩니다. 하려고 하는 것이 거의 없으면 화를 별로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서 화조차 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화를 자주 낸다고 꼭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절대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꼭 이루어야 한다는 태도는 잦은 분노를 부를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 역시 화를 자주 내게 됩니다. 강박은 끊임없이 분노를 생산하는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분노 조절이 쉽습니다. 능력이 있거나, 상대에게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은 화를 덜 냅니다. 일시적으로 주도권을 잃어도 바로 다시 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꼭 문제가 된 영역이 아니라도 다른 영역에서 그 감정을 만회할 수 있으면 분노가 풀립니다. 험한 산의 정상을 밟는다든지, 인터넷 바둑에서 연승을 거둬서 승단을 한다든지 하는 것으로 분노의 감정은 훨씬 누그러집니다.

분노도, 분노 조절도 모두 이미지 문제입니다. 분노만이 아닙니다. 모든 감정은 기본적으로 이미지 문제입니다. 상황이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내 해석이 감정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내가 주도할 수 없다는 나 자신의 해석이 분노를 일으킵니다. 나는 충분히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내 안에서 회복하면 분노는 완화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해석을 대뇌가 차분히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뇌가 순간적으로 한다는 것이지요.

누구나… ‘화 난다’ vs 어떤 이는… ‘화 낸다’

이 정도면 분노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들은 정리가 된 것 같군요. 각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분노의 지속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봅시다. 도를 닦은 스님이나, 온화한 신부님은 화가 안 날까요? 아니 그 분들의 내면에서도 화가 납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화가 난다’와 ‘화를 낸다’의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이 차이만 알아도 분노 조절의 큰 고비가 넘어갑니다.

분노는 미성숙한 감정으로 주로 취급이 됩니다. 그래서 ‘내가 화를 냈다’라는 상황이 화를 더 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그런 멍청한 짓을 했다니”라는 감정이 2차 분노를 또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지요. 화가 나면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하나는 나에 대한 실망입니다. 겉보기에는 화는 누그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실은 분노의 내면화입니다. 엉뚱한 곳, 다른 곳에서 2차 분노가 터집니다. 때론 나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2차 분노가 나오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내가 화를 낸 것을 정당화하는 길입니다.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화를 키우는 방법이지요. 바로 면전에서 2차 분노를 만들어 내는 길입니다.

핵심은 분노를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분노는 내 몸의 반응입니다. 하품이나 방귀처럼 그런 반응의 하나입니다. 미숙하냐, 아니냐는 분노의 처리 문제이지, 분노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분노를 거부하거나 지나치게 정당화하려 하는 순간에 함정에 빠지는 것이지요. 내가 화가 나면 표현을 해야 합니다. 지나치지 않게 표현할 방법을 생각해야지, 분노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또,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실제 이상으로 표현을 해서도 안 됩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1차적인 분노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화가 나면 화를 냅니다. 거기서 그치면 됩니다. 그런데 화를 냈다는 것에 묶여서 화를 점점 더 내게 됩니다. 2차 분노로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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