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⑤ “분노를 덜 느끼려면…”

“짓는 개는 물지 않는다”…’자신감’의 문제

분노를 조절한다는 것은 분노를 참는 것이 아닙니다. 분노 조절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분노를 덜 느끼도록 평소에 훈련을 하는 것, 느낀 분노를 원활하게 표현하는 요령을 아는 것, 분노의 감정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 그리고 이 세 가지의 기본이 되는 것이 지난 주에 강조를 한 ‘분노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우선 분노를 덜 느끼는 방법부터 생각을 해 봅시다.

분노는 자신이 하려는 일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차이에서 옵니다. 즉 능력이 충분하면 분노를 덜 느끼겠지요. 이것은 실제 능력의 문제보다는 자신감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유명한 말이 있지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 개가 짖는 것은 ‘내게 덤비지 마’라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센 놈들은 별로 짖지 않습니다. 분노는 분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내 의사를 관철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것은 심리 검사 결과에서도 확실히 들어납니다. 품행장애로 클리닉을 찾는 아동의 대부분은 자율성 척도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자율성 중에서도 특히 유능감, 자기 긍정 등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왕따의 가해자들 역시 피해자 못지 않게 자신감 부족으로 고생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아이들이 야단이나 체벌로 절대 교정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나도 무언가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느낄 때, 내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내가 잘 하는 것이 있다고 느낄 때 그 때 비로소 아이들은 분노를 조절하기 시작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분노 조절이 안 된다고 느끼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 다음은 하려는 일의 조절입니다. 간단히 생각하자면 하려는 일이 없으면 화도 안 납니다. 하지만 무기력해져서 화가 안 난다면 그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겠지요.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이 목표고, 무엇이 과정인지를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장면 같은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내가 복수를 하려고 어떤 기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기업의 사장을 오만하게 만들어서 망하게 하려고 한다고 해 봅시다. 그 사장이 엉뚱한 주장을 할 때 화가 날까요? 내 자율성을 무시한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까요? 오히려 계획대로 잘 되어간다고 기쁘지 않을까요?

너무 부정적인 예를 들었군요. 이번에는 긍정적인 예를 하나 더 생각해 봅시다. 바둑에는 사석 작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돌을 죽여서 이득을 얻는 방법입니다. 전쟁에 비교를 하자면 위장 부대를 보내서 적의 주력을 그 쪽으로 쏠리게 하고 내가 요충지를 점령하는 것과 비슷한 전략입니다. 하수들은 자신의 돌이 죽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상대의 돌을 잡는 것은 좋아하지요. 하지만 고수들은 사석 작전을 씁니다. 하수는 자신의 돌이 잡히면 무조건 분노를 느끼지만, 고수들은 자신이 사석으로 던진 돌을 상대가 잡을 때 속으로 미소를 짓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목표가 아닌 ‘과정’

사람들은 인생에서 새겨두어야 할 말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언급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입니다. 이 말 한 마디만 새길 수 있어도 분노는 상당히 조절이 됩니다. 단순히 참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과정에 불과한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보통 사람이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을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그 자체로 상당히 정신적인 수련이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 정도가 되면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겠지요. 뭐 그렇다고 그 정도의 경지를 욕심낼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 화를 좀 내면 어떻습니까? 그게 사람 사는 것이지요. 다만 화가 너무 잦다면 과정과 목표를 구분하는 선을 조금 더 높이고자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조금 더 할 것이 있네요. 논리적 사고와 충동 조절이 어떻게 관련이 되는가의 문제입니다. 이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의 원인과도 꽤 관련이 있는 문제입니다. 인간이 동물에서 진화하면서 강화가 된 전두엽의 기능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고요. 다음 주에 조금 더 이야기를 하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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