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⑨ “다른데 통한다? 그래서 끌린다”

심리학의 관점으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때론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감정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무언가에 조정을 받는 멍청한 로봇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사랑의 감정 같이 무언가 신비롭고,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은 감정은 분석의 칼날을 많이 거부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닙니다. 음계를 12개로 고정시킨다고 음악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단 맛을 좋아하게 만들어졌다면 그냥 단맛을 즐기며 살면 됩니다. 굳이 쓴맛에 익숙해지도록 할 필요는 없지요. 다만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면 단맛에 대한 중독이라던가, 지나친 의존에 빠지지는 않겠지요.

남녀 사이의 사랑에는 성적 매력이라는 것이 끼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성적 매력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좋은 후손을 얻기 위한 본능의 장난일 뿐입니다. 물론 그 장난이 주는 가슴 떨림, 세상이 갑자기 환하게 느껴지는 순간 같은 그런 감정을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어쨌든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 봅시다. 우리는 어떤 이성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낄까요?

지난주에 말한 생물의 진화 과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두 개체에 유전자를 합쳐서 후손을 만드는 장점은 후손의 유전자를 다양하게 만드는 효과에 있다고 했지요. 유전자가 다양해지면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이 가능해지니까요. 그래서 인간은 자신과 좀 달라 보이는 이성에게서 성적 매력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가 좀 더 인기가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술로 서구적인 얼굴로 바꾸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유럽에 나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까만 머리, 가는 눈,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 이런 전형적인 동아시아 계통의 얼굴이 인기가 있습니다.

사상 체질로 봐도 재미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부가 같은 체질인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저도 임상을 꽤 오래 했습니다만,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문 것 같더군요. 같은 체질의 이성에게는 동료 의식을 느끼기는 해도, 이성으로서의 흥미는 많이 줄어드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에 페로몬이 작용한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페로몬이 어떻게 나오고 어떻게 작용하는 지 세밀한 과정은 아직도 한참 더 연구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는 낳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부부가 충분히 협력을 해야 아이는 원만히 자랄 수가 있습니다. 상대가 나와 너무 달라버리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아집니다. 노력만으로 해결 안 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른 것이 최고가 아닙니다. 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성과 무언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낄 때 갑자기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확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요? 물론 이것 역시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 페로몬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같은 마음이 편해지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이 나와서 성적인 자극을 하는 건지는 아직 연구 중입니다. 어쨌든 같다는 점이 성적인 매력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렵지요? 결론적으로 다르며, 또 같은 사람. 이런 사람이 가장 성적인 매력을 자극하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다른 부분과 같은 부분이 어느 정도 섞여 있을 때 가장 매력을 느끼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은 자기를 기준으로 적당히 다르며, 적당히 같은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마다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지요. 이른바 ‘제 눈에 안경’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인류는 이렇게 진화를 했습니다. 내가 아빠가 될 생각이 전혀 없어도, 엄마가 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어도, 본능은 그걸 무시합니다. 후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배우자를 볼 때 매력을 느끼게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아. 한 가지 더. 본능은 아직 현대의 생활에 따른 적응을 못했습니다. 본능이 느끼는 매력은 구석기 시대가 기준입니다. 현대에 따른 계산과 평가는 그건 전두엽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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