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⑮ “하나 뿐인 의자…질투심의 파괴력”

시기와 질투는 함께 다루는 편이 이해가 쉬습니다. 그래서 시기에 이어 질투를 바로 다루는 편이 좋기는 한데…. 질투라는 감정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남녀문제입니다. 당연히 심리학에서 질투를 다루는 내용들도 거의 다 남녀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그런데 남녀 사이의 질투를 이야기하려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질투의 문제만 두 번 정도로 간단히 다루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사랑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다루기로 합시다.

질투심은 보통 시기심보다 강하게 나타납니다. 억제하기도 더 힘이 듭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앞에서 시기심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나오는 것이고, 질투는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주머니에 들어간 것을 내놓는 것은 싫어하지요. 새로운 것을 가지려 할 때보다 가진 것을 지키려 할 때 더 노력을 합니다. 대략 1:3 ~ 1:5 정도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앞에서 선거의 심리학의 여섯 번째 칼럼에서 했던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관점이 있습니다. 절대 비교에서 나오는 감정은 시기심에 가깝고, 상대 비교에서 나오는 감정은 질투심에 가깝다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즉 70점 받는 아이가 100점 받는 아이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시기심에 가깝고, 2등하는 아이가 1등하는 아이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질투심에 가깝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보통은 시기심은 더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너도 노력해서 100점 받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쉽게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은 받아들이는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적인 상태가 아니면 시기심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억제가 됩니다. 하지만 질투심은 훨씬 더 억제가 힘듭니다. 사실 사람의 경쟁심은 대부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거든요. 동물의 진화과정을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하나의 먹이를 놓고 다툴 때는 1등 한마리만 먹고 나머지는 굶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맹수한테 쫓기는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이 경우 마찬가지입니다. 제일 뒤에 쳐진 한 마리를 잡으면 맹수들은 더 이상 추격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쟁본능은 상대적일 때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는 것이지요.

두 가지 관점이 좀 헷갈리나요? 사람은 두 가지를 비교를 할 때 내가 그것을 가진 장면을 머리에 상상을 합니다. 그 두 가지 장면을 놓고 비교를 합니다. 그러다보면 마치 내가 가지지 않았던 것을 마치 가졌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선택의 심리학을 이야기할 때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상대적인 비교 상황이 되고, 승자가 누리는 위치를 눈으로 보는 상황이 될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은 흔히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현실을 보게 되면 마치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긴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경쟁이 강요되면 시기심이 강해진다고 했습니다. 사실 경쟁의 부작용은 시기심보다 질투심에 더욱 크게 작용합니다. 시기심은 다른 분야에서의 자신감으로 해소가 됩니다. 내가 그 능력이 없음으로 받는 무력감만 줄어들면 시기심도 줄어들거든요. 부자 친구에 대한 시기심은 그 친구보다 성격 좋은 아내와 살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눌러집니다. 하지만 질투심은 다릅니다. 하나 뿐인 의자를 놓고 내가 앉느냐, 남이 앉느냐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시기심은 대상에 대한 존경심으로도 많이 완화가 됩니다. 하지만 질투심은 존경을 느끼는 상대에게도 여전히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시기심보다 질투심은 더 파괴적입니다.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시기를 다루는 요령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질투를 다루는 요령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경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 경쟁에 대한 인식 전환. 이것이 유일한 길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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