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⑧ “내 삶은 내가 주도한다”

분노 조절…’억제 아닌 표현 방법’이 핵심

분노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는 대충 했는데, 이야기가 좀 길어져서 정리를 하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요점 정리 형태가 되면 칼럼으로는 좀 재미가 없는데… 그래도 분노의 조절에 대해 신경 쓰시는 분들에게 하나의 칼럼으로 정리를 해 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으니, 오늘 칼럼은 좀 재미가 없더라도 이해해 주시가 바랍니다.

분노 조절의 핵심은 분노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 분노의 표현을 너무 꺼리지도 말아야 합니다. 핵심을 분노의 억제에 두지 말고 표현 방법에 두라는 것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과 적절한 강도로 표현하라는 것이지요.

분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듭니다. 첫 번째로 오히려 분노를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분노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기분이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시키려는 쪽으로 감정을 왜곡합니다. 실제 이상으로 상황을 과장되게 느끼고, 과장되게 표현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화가 나는 것이 화를 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도를 닦은 스님도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분노의 표현을 억제하는 것이 만드는 부작용입니다. 소통을 어렵게 만듭니다. 감정의 역할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황에 대한 빠른 대처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소통의 기능입니다. 분노는 우리 몸이 싸울 준비를 하게 합니다. 하지만 싸움을 막는 역할도 합니다, 상대에게 내가 싸울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어서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지요. 적절하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가 도를 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분노의 지나친 억제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분노는 능동성에서 나옵니다. 주도적인 사람만이 분노를 느낀다는 것이지요.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 세련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조직화된 사회가 될수록 개인은 무력화됩니다. 그 무력한 모습을 발전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보는 오해인 것이지요. 주지화라는 것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주지화는 마음 한 구석에 비굴한 느낌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언론이 엉망이라고 느끼면 대안 언론 운동에 성금이라도 보내라고 말한 바 있지요.

상대를 공격하는 대신 이렇게 알려라… “나는 화가 났다”

분노의 적절한 표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message의 활용입니다. 상대를 공격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말고,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라는 것입니다. 상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는 “나는 너와 달라”라고 하는 편이 상대의 부당함을 증명하려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람은 실제로 서로 다르잖아요. I-message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때는 침묵으로 표현하거나, 조용히 일어나 나가는 방법이 그나마 차선책이 됩니다. 폭발하기 전까지 참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는 것이지요.

평소에 분노를 많이 느낀다면 스스로의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취미 생활이라든가, 운동이라든가 무언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즐기면서 삶의 주도성을 되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주도성이 회복이 되면 분노의 상황을 그저 하나의 과정으로 보아 넘기는 것이 쉬워집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분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심해집니다. 내가 달리 처리할 방법이 있다고 느끼면 분노가 훨씬 덜해지지요. 그런데 그 목표 중심적 사고라는 것이 삶의 주도성을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작동을 하거든요.

내가 주변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일이 많다면 상대의 주도성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도움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간섭이라고 느끼고 있다면 언젠가는 느닷없는 분노의 형태로 터지기 마련이지요. 특히 부모 자식 간에는 이 문제가 중요합니다. 화를 잘 내는 아이의 부모는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사와 부하 사이의 분노도 마찬가지지요. 90%는 주도성의 침해에서 생깁니다.

이 정도면 그 동안 이 칼럼에서 분노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 정리가 되었나요? 다음 주부터는 어떤 감정을 다뤄볼까요? 그 동안 분노를 이야기 했으니 관련이 있는 것부터 다룹시다. 시기와 질투가 분노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 감정이지요. 이것부터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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