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⑩ “시기심과 질투심의 차이”

성선설? 성악설?

인간은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를 분석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때로는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 패가 갈려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늘 헛갈리지요. 인간은 양면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을 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성악설과 성선설에 대한 오래된 논쟁도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오게 됩니다.

서양의 전통은 동물은 철저하게 이기적이라고 봅니다. 인간은 신이 물려준 덕성이 있어서 이타적인 행동도 할 수 있다고 보았지요. 대충 ‘신-인간-가축 같은 착한 동물-야생동물-악마’라는 식의 계층 구조를 생각한 것이지요. 반면 동양은 동물과 인간의 본성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보았습니다. ‘반포지은’이니 ‘수구초심’이니 하는 식으로 까마귀나 여우도 사람과 비슷한 성향이 있다고 보았지요. 그러다보니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는 표현도 나오게 된 것이고, 논어에 ‘개나 말도 부모 봉양은 한다’라는 말도 나오게 된 것입니다.

현대의 연구 결과는 동양의 관점을 지지합니다. 동물도 결코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지요. 과거의 동물 연구는 주로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에 대한 연구입니다. 가둬놓고 관찰을 한 것이 많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인간이 접근을 하면 야생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 상황에서의 관찰기록인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몰카 기술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동물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관찰을 해 보니 동물 역시 인간 못하지 않게 이타적인 면이 많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동료 먼저 챙기는 동물, ‘미어캣’

미어캣이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라이온 킹’이라는 애니메이션에 티몬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친구가 미어캣입니다. 미어캣은 집단 생활을 합니다. 미어캣의 집단 거주지에 가면 가장 높은 곳에서 망을 보는 놈이 있습니다. 매나 독수리 같은 위험한 동물이 나타나면 파수꾼이 큰 소리를 지릅니다. 동료들이 다 피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도망치지요. 물론 파수꾼은 잡아먹힐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절대 먼저 도망치지 않습니다. 인간 못하지 않은 이타적인 행동이지요.

우리나라에는 ‘휴머니즘의 몽물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던 책이 있습니다. 비투스 드뢰셔라는 생태학자가 쓴 책이지요. 이 책에 보면 미어캣 이야기 이외에도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에 관한 이야기가 잔뜩 나옵니다. 그럼 문제는 어떤 경우에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어떤 경우에 이타적인 행동을 하냐는 것이지요. 그 책에는 생존 환경이 나빠지면 이기적이 되고, 생존 환경이 좋아지면 이타적인 행동이 늘어난다고 설명을 합니다.

이기적 본능 vs 이타적 본능… ‘환경’ 따라 변화

이런 관점은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더 명확해 집니다. 생존을 유리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점점 널리 퍼지게 됩니다. 그런데 개체의 생존에만 집착을 하게 되면 그 종족의 번영에는 불리해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동만을 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비록 그 개체에는 유리하더라도 종족의 수가 줄게 되면 결국 유전자의 전달을 힘들어지게 되니까요.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쉬워집니다. 생존 환경이 안 좋아질 때 모두 살려고 하다가는 거꾸로 다 죽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는 강한 개체 위주로 살아남아야 그나마 멸종을 피할 수 있습니다. 생존환경이 좋을 때는 최대한 개체수를 늘리는 쪽으로 가는 편이 유리하겠지요. 즉 모든 동물은 이기적 본능과 이타적 본능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그 중 유리한 유전자가 더 활성화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을 이해해야 시기와 질투로 가는 조건과 협조와 화해로 가는 조건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은 동물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실제의 환경의 문제보다 환경에 대한 본인의 해석이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여기까지가 이해가 되면 다음 주부터 이어지는 이야기가 쉽게 귀에 들어오실 것입니다.

이런. 오늘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지난 주 퀴즈의 답을 못 드렸군요. 간단히 답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못 가진 것을 가지려는 감정이 시기심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안 빼앗기려는 감정이 질투심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기와 질투를 구분해서 이야기해야 할 때 다시 말씀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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