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⑬ “시기심을 억제하는 방법”
무력감이 온 몸을 감쌀 때
오늘은 자신감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지난주에 시기심은 경쟁심에 무력감이 더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자신감이 부족하면 시기심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지요. 시기심의 조절에 있어 자신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이도 새파란 후배가 어느 날 낙하산으로 내 상사로 부임합니다. ‘끈이 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하는구나’라는 무력감이 온 몸을 감쌉니다. 술만 먹고 이웃에 싸움이나 거는 건달이 로또 1등에 당첨이 됩니다. ‘열심히 살면 뭘 해?’라는 회의감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도 끈을 찾아야 할까요? 나도 로또를 사야 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뜬금없이 한 달 동안 영어 단어를 2,000개를 외운다든지, 체중을 5kg 쯤 뺀다든지, 800m 이상 되는 산을 일주일에 하나 씩 열 개쯤 정상을 밟아본다든지, 이런 것들을 하세요.
나를 좌절시킨 그 문제를 해결하라
앞에서 긴장에 대해서 한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긴장이 불러내는 코티졸이나 아드레날린은 기억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긴장을 강요하면 나를 긴장 시킨 그 일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도 폭력적이 되기 쉽다고 했지요. 긴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감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감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한다고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세로토닌 역시 기억력이 없습니다. 어떤 일로 줄어들었는지, 어떤 일로 다시 늘어났는지를 기억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방법이든 세로토닌이 많아지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위에서 말한 방법들이 나를 좌절시킨 그 일은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무력감은 많이 줄여줍니다. 시기심의 포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땅에 걸려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조국사 지눌선사께서 하신 말씀으로 알려져 있지요. 좌절한 그 자리에서 다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아주 좋은 말입니다. 세상일은 자신을 좌절시킨 바로 그 자리에 해법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돌리고, 엉뚱한 곳에서 핑계거리를 찾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나무를 잡고 일어나든,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나든 일단 일어나는 편이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내가 정신적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땅을 짚고 일어나는 편이 좋습니다. 나를 좌절시킨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면 엄청난 자신감이 생깁니다. 또 다른 일들도 한꺼번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는 일단 일어나는 편이 좋습니다. 아무것이라도 잡고요.
“군자는 꼼꼼히 생각하지만 비교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시기심의 포로가 되기 쉬운 사람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편집적인 경향이 있는 사람이 시기심에 잘 사로잡힙니다. 한 가지 기준에 집착하면 그 기준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집착하는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자신감을 잘 찾지 못합니다. 당연히 그 문제에서 앞서 가는 사람에 대한 시기심이 커지기 쉽지요. 반대로 관심사가 다양하고, 많은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쉽게 시기심의 포로가 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장점은 없습니다. 상대의 장점을 상대적인 장점으로 받아들이면 시기심은 잘 자라나지 않습니다.
시기심은 비교를 먹고 자라납니다. 논어에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군자 주이불비 소인 비이부주)’라는 말이 나옵니다. 군자는 꼼꼼히 생각하지만, 비교하지 않고, 소인은 비교하지만 꼼꼼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내가 바라는 인간상을 내 마음 속에 그리고, 그 곳을 향하여 나가는 사람은 남과 비교를 하지 않습니다. 시기심이 싹 틀 여지가 없는 것이지요. 결국 시기심을 억제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세상의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무력감에 빠질 때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찾아내라는 것이지요. 그 순간 나를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없어집니다. 시기심은 어느덧 눈 녹듯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