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선거의 심리학① “나는 이성적으로 투표하는 걸까?”

대통령 선거와 같이 중요한 일에서 사람들은 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할까요? 물론 ‘오늘 점심을 무얼 먹을까’라는 문제보다는 조금은 더 생각을 하겠지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심리학적인 기제들은 마음 깊은 곳에 숨어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눈치 채지 못하지요. 본인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세히 보면 정서적인 면, 심리적인 착각 등이 많이 관여를 한다고 보지요. 오늘부터는 사람들이 선거를 할 때 보이는 심리학적인 반응들을 조금 다뤄볼까 합니다.

배리슈워츠의 명저인 선택의 심리학(The Paradox of Choice)이라는 책에는 선택 과정에서 심리가 작용하는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의 상식을 깨는 사례들이 많지요. 선거 역시 하나의 선택입니다. 선택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된 결정들이 선거에서도 여전히 나타납니다. 일단 선택의 재미있는 모순을 하나 보기로 하지요.

모처럼의 여름휴가가 생겼습니다. 어딘가를 가고 싶겠지요? 선택지가 하나인 것이 좋을까요? 여럿인 것이 더 좋을까요?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뿐이라면 그 곳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습니다. 포기하고 집에 있는 경우도 꽤 있을 겁니다. 선택할 곳이 여럿이면 그 중 어느 하나는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지요. 집에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확 줄어들 겁니다.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지요.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실험의 결과는 반대로 나옵니다.

한 집단에게는 ‘산에 갈래? / 집에 있을래?’를 선택하게 합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바다에 갈래? / 집에 있을래?’를 선택하게 합니다. 세 번째 집단에게는 ‘산에 갈래? / 바다에 갈래? / 집에 있을래?’의 셋 중에 선택하게 합니다. 집에 있겠다는 선택이 가장 많이 나온 집단은 세 번째 집단이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무엇을 평가할 때 그것이 이뤄진 상황을 상상을 합니다. 즉 산에 가는 이점을 생각할 때 산에서 즐기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 상상이 마치 이미 이뤄진 것과 같은 잔상을 마음속에 남긴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 바다로 가는 것을 평가하게 되면 이제 바다로 가는 비용이 올라간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바다로 갈까? 말까?’만을 생각한다면 바다로 가는 비용과 바다에서 즐기는 즐거움의 두 가지만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바다로 가는 비용 ( 돈+시간+노력 )보다 즐거움이 크다고 생각하면 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먼저 산을 가는 생각을 하고 나면 그 비용을 ( 돈+시간+노력+산에 대한 포기 )로 계산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산에는 간 것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집에 콕 틀어박힌 것과 바다에 가는 것을 비교해서 가는 편이 좋으면 가는 게 이성적인 판단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산에 대한 포기를 비용의 일부로 계산을 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다를 포기 하고 다시 산에 대해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는 산에 가는 비용에 바다에 대한 포기라는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결국 ‘그냥 집에 있을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억지스러운가요? 상식과 어긋난 결과이지만 확실히 실험으로 나온 결과입니다. 비슷한 실험이 상당히 많습니다. 슈퍼에 신제품 잼을 전시하는데 6가지 맛을 전시한 경우가 24가지를 전시한 경우보다 훨씬 더 매출이 높았다는 실험도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다음 주에는 여당은 후보가 하나이고, 야당은 단일화를 전제한 두 후보가 나온 상황이 야당에 더 유리한가의 문제를 다뤄봅시다. 오늘의 결론을 기준으로 보면 불리하겠지요? 그렇다면 그 불리는 어떻게 하면 더 확대되고, 어떻게 하면 극복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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