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⑩ “여성이 남성을 선택한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어려운 것은 두 가지 문제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남자와 여자는 사고 방식이나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뇌의 구조 자체가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 이야기는 잘 다룬 좋은 책들이 많으니,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합시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시리즈도 좋고,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라는 책도 좋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남자는 사냥에 최적화 된 뇌구조를 가지고 있고, 여자는 동굴에 최적화 된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화성 출신과 금성 출신이 사랑을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제가 또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느끼는 영역 자체가 다릅니다. 진화 과정에서 심어진 본능이 다르거든요. 동물의 수컷은 무조건 씨를 많이 뿌리자는 쪽으로 진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씨를 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암컷을 보면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를 했지요. 암컷은 좋은 유전자를 받아 훌륭한 2세를 만드는 쪽으로 각각 진화를 했지요. 그래서 강한 수컷을 볼 때 사랑의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를 한 것입니다. 사람 역시 그런 본능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남자는 껄덕대고, 여자는 고르는 것이 본능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고 쫓아다녀서 사랑에 이르는 것처럼 보이지요? 사실은 다릅니다. 전혀 틈을 보이지 않는 여자에게 남자는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서 매력을 느낄 때는 몸짓이, 눈빛이 바뀝니다. 아주 사소한 변화입니다. 때론 약간의 페로몬을 풍기기도 합니다. 남자는 그런 반응을 보는 순간 사랑의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씨를 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으니까요. 문제는 대부분의 남자는 그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합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는 여자가 남자를 고르는 것이지요.

이런 것은 간단한 실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여자는 그냥 평범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 사진들을 섞어서 남자들에게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사랑하는 표정의 여자 사진을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반대로 남자의 사진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보면 여자는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선택권이 여자에게 있다면, 남자들은 선택되기 유리한 조건으로 진화를 하겠지요? 무조건 강해 보이고, 세게 보이는 쪽으로 진화를 하게 될까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임신과 육아 기간에 남자가 여자와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2세의 생존율이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즉 여자가 남자를 고를 때는 무조건 강한 능력을 가진 남자를 고르지만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상하고 가정적인 면 역시 여자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결국 강함만을 추구하는 남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길 기회를 가지기가 어렵겠지요. 그렇게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상함 역시 남자의 본능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여자를 돌보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남자의 본능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가정적인 면이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여자를 무조건 쫓아다니는 본능을 또 적당히 억제하게 됩니다.

어쨌든 여자들은 강하면서도 자상한 남자를 찾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같이 가기가 힘들지요. 강함은 투쟁을 통해 길러지는 면이 있습니다. 자상함은 공감을 통해 길러집니다.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은 투쟁을 피하는 경향이 있지요. 영화 속의 주인공은 영화 밖으로 잘 안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적당히 절충을 해야겠지요? 어떻게 절충을 할까요? 그건 본능, 무의식, 성장 과정에서 남은 잠재의식, 이런 것들이 알아서 합니다. 알아서 절충을 하고, 가슴에 통보해주는 결과보고서. 그것을 우리는 ‘끌림’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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