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선거의 심리학③ “대선 때마다 나타난 ‘롤모델 효과’”

감정이 먼저, 이성은 나중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간단합니다. ‘감정 먼저, 이성 나중’. 즉 대부분의 경우에 이성은 감정이 지지하는 쪽에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작동된다는 것이지요. 선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호감도가 중요합니다. 투표하고 나온 사람에게 물어보면 왠지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면서 그 사람이 우리나라에 적합한 지도자라고 판단해서 찍었다고 말들은 하지요. 그런 이유들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 투표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닙니다.

호감도는 우리가 취득하는 정보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호감을 느끼는 후보에 우호적인 기사는 열심히 읽어보고, 비판적인 기사는 대충 보거나 악의적인 조작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봅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판단에 기초가 되는 정보 자체가 달라집니다. 즉 마지막에는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가 호감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감정 역시 이성 못하지 않게 작용한다고 보아야 되겠지요.

호감도를 느끼는 후보가 둘 이상일 때는 꼭 호감도가 더 큰 쪽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두 사람에 관한 정보를 모두 세심히 보게 되니까, 이성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범위가 커집니다. 하지만 호감 후보와 비호감 후보사이의 경우에는 지지도가 뒤집히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들이 정치인들이 정책 발표보다는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또 네가티브 전략에 유혹에 자주 빠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지도를 바로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호감도를 먼저 공략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노무현, 이명박,?박빙의 승부 펼칠 이번엔…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많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롤 모델 효과입니다. 내가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입니다. 그 본능이 호감도로, 더 나아가 지지도로 연결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정치에서 롤 모델 효과가 크게 작용했던 것이 2002년의 선거였습니다. 노무현 후보 경우는 롤 모델 효과를 크게 자극할만한 후보였지요.

2007년 선거에는 어땠을까요? 이명박 후보는 선거 때 이미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또 부정 선거의 전력도 있는 상태였고요. 그럼 롤 모델 효과는 거의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롤 모델 효과를 어느 정도는 누렸습니다. 빈부격차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도덕성과 이기심 사이에서 갈등을 느낍니다. ‘당장 힘든데 좀 부도덕하게 행동해도 되는 것 아냐?’라는 말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모델이 눈앞에 보인 것이지요.

롤 모델 효과는 꼭 긍정 모델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부를 덮어줄 수 있는 부정 모델이 롤 모델 효과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가 힘들어질수록 이런 효과가 커집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어떨까요? 2007년에 비해서 경제적인 형편이 별로 좋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부정 모델 효과는 별로 작용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심하게 떨어진 상태라서 이명박 학습효과가 강하게 작용할 테니까요.

물론 롤 모델 효과가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호감도를 구성하는 여러 요인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요. 또 롤 모델 효과는 호감도의 일부로 묻혀서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분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잠재의식에서 롤 모델을 인식하고, 의식에서는 변형된 호감도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거를 이해하고, 감상하기에 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이지요. 특히 몇 %의 차이로 결정되는 박빙의 승부에서는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요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롤 모델 효과가 반영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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