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공부가 즐거운 이유③
말 익히기 전 문자 가르치면 아이는 ‘소화불량’
한글이라는 것이 참 기가 막힌 글자인데, 너무 쉬워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 가도 만 6세 이전에 문자를 가르칠 생각을 하는 나라는 없거든요. 유독 대한민국의 부모님만 네 살, 다섯 살짜리를 놓고 글자를 가르칩니다. 아무리 기가 막히게 요리된 스테이크라고 해도 이를 젖먹이에게 먹이는 부모님은 없겠지요? 두뇌 역시 우리 몸에 달린 기관입니다. 몸의 원리는 두뇌에도 적용이 됩니다. 때가 되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듯이, 때가 되어야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있습니다.
큰집을 짓고, 창고도 크게 짓고, 넓은 밭을 개간을 하고, 농사를 지으면 몇 년 먹을 것을 창고에 쌓아 놓고 배 두드리며 살 수 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전에 굶어 죽는다는 것이지요. 당장 다섯 평, 열 평이라도 개간을 해서 먹을 것을 길러야합니다. 그래서 여유가 생기면 밭도 더 넓히고, 집도 짓고, 창고도 짓는 법이지요. 두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두뇌는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 창고부터 짓는 멍청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두뇌는 음성 언어의 발달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는 문자를 다룰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만3세에서 6세까지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고,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는 문자를 다루는 것과 관련된 측두엽을 발달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만 3세가 넘으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갑자기 늘기 시작합니다. 단어의 증가는 두뇌 발달의 아주 중요한 단계입니다. 우리는 말로 생각을 하거든요. 음성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가 생각을 할 때는 음성 직전 단계로 계속 말을 만들면서 생각을 합니다. 즉 아이가 쓰는 단어의 수가 는다는 것은 비로소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졌다는 것이지요. 이제 다른 포유류와 영장류를 구분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그 전두엽의 발달을 더 촉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자? 숫자? 아니, 아닙니다.
우리의 두뇌는 이미 발달시킨 기능을 토대로 새로운 기능을 익혀갑니다. 논리적 판단은 기억 기능이라는 토대가 생겨야 발달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3세 이전의 뇌 발달은 감정을 다루는 영역이 훨씬 활발합니다. 따라서 3세 아이의 기억은 어른과 같은 논리를 기본으로 하는 기억이 아닙니다. 감정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기억된다는 것이지요.
음성은 감정 기억의 반영, 말 늘면서 감정도 다양해져
음성 언어는 언어에 감정이 실립니다. 끝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목소리가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것이 다 감정의 반영입니다. 우리가 외국 영화를 볼 때 모르는 외국어로 떠들어도 사랑하는 장면인지, 싸우는 장면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음성 언어는 쉽게 배웁니다. 누구도 악마라는 말을 사랑이 듬뿍 담긴 어투로 말하지 않고, 산타크로스란 말을 경멸하는 투로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성 언어를 익히면서 아이는 쓰는 단어의 수가 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감정의 결도 좀 더 세심해지겠지요? ‘시뻘겋다’와 ‘발그레 하다’를 구분하게 되는 겁니다. 그 때쯤 되면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그 이전까지는 사물을 인식하는 토대가 감정입니다. 그런데 그 때쯤 되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사물을 인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겁니다. 비로소 상징체계를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된 겁니다. 문자는 상징체계입니다. 차갑습니다. 젖먹이는 체온과 비슷한 것만 소화를 합니다. 아이스크림은 못 먹습니다. 위가 많이 튼튼해져야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먹게 됩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자같은 상징 체계는 음성 언어를 충분히 다룬 뒤에야 소화불량을 안 일으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3세에서 6세까지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번 칼럼에서 계속하기로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