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선거의 심리학⑤ “정책선거가 왜 안 통할까?”

나의 판단 속에는 주변 사람의?가중치가 들어 있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합시다. 적극 찬성부터 적극 반대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고르게 나왔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주변 사람의 의견은 반반 정도라고 기억을 할까요? 점수로 따진다면 10점 만점에 5점 정도? 그렇지 않습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나 나와 먼 사람들이나 모두 비슷한 분포를 보일 때는 5점이라고 기억을 합니다. 하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찬성 쪽이 많았다면 대략 7~8점 정도라고 기억을 합니다. 반대로 나와 가까울수록 반대가 많았다면 2~3점 정도라고 기억을 합니다.

이것은 꼭 불리한 방식은 아닙니다. 상황이 좀 나빠지더라도 가까운 사람들과 같이 겪게 된다면 대처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 우겨서 나쁜 결과가 나올 때는 그 결과를 나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혼자 우겨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좋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은 고르게 듣고, 고르게 판단하는 편이 높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기댓값을 계산하면 달라집니다. 주변 사람의 의견에 가중치를 두는 편이 기댓값을 높여줍니다.

인간은 유리한 쪽으로 진화를 합니다. 주변 사람의 의견이 기억에 더 강하게 남는 것 역시 진화의 산물입니다. 그런 방식의 기억이 실제로 일상생활에는 더 유리하거든요. 문제는 현대 사회가 오면서 그런 기억 방식이 맞지 않는 직업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시장 분석을 하는 마케터나 정치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 매출이라든지, 표라든지 하는 식으로 숫자로 바로 결과가 나오는 직업이라는 것. 그런데 진화의 결과는 본능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남거든요. 즉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것은 본능을 억제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괴로운 직업이지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어떻게’ vs?’무엇을’

선거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는 주로 이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지지자와 반대자의 의견을 고르게 취합하느냐 못 하느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요. 다양한 대중을 만나고 돌아다니면 이를 보완할 수 있을까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정치가와 대화를 하는 자리에 나오는 사람은 어느 정도 그 정치가에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굳이 싸우려고 나오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프로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지지자, 반대자, 중립적인 사람들 각각의 의견을 고르게 청취해서 들려줄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통로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했다고 해도 끼리끼리의 의견에 갇힌 엉뚱한 정세 판단을 하게 됩니다. 본능이란 놈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조금만 경계를 늦춰도 마구 흔들어대는 놈이거든요.

그렇다면 가장 많은 대중이 선호하는 의견에 따라 정치를 한다? 그런데 이게 또 정답이 아닙니다. 대중도 정치가나 마찬가지로 친한 사람의 의견을 중시하거든요. 즉 어떤 정치가를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의견은 좀 더 중시해서 듣습니다. 하지만 우리 편이라는 충분한 친밀감이 생기지 않은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듣고, 조금만 거슬려도 이를 지적하게 됩니다. 대중은 본능 억제 훈련이 더 안 되어 있으니까 진영 논리에 더 휘둘리지요. 결국 내 지지표를 확산시킬 수 있는 사람, 그 정도는 안 되지만 계속 나를 지지할 사람, 지지하지만 지지 정도가 강하지는 않은 사람, 반대하지만 끌어올 수 있는 사람, 도저히 끌어 올 수 없는 사람, 잘못 다루면 심하게 표를 깎아 먹을 사람을 각각 분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영별 의견을 종합해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프로 정치인이라고 할 만한 것이지요.

그래서 프로 정치인들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더 중시합니다. 지지자에게는 연대감을 최대한 강조할 수 있고, 반대자에게는 반감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전달 방식을 고려한다는 것이지요. 아마추어는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만 집중을 합니다. 그래서 가장 대중이 바라는 내용을 제시하고, 큰 호응을 얻는 것 같은데, 막상 표로는 연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정책 선거는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책 개발에만 매달리는 진영은 항상 실패합니다. 그 정책이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유세전이 시작되었군요. 유권자로서 바르게 한 표를 행사하려면 연설의 내용을 주로 들어야 되겠지요. 그런데 내용만이 아니라 방식, 사용하는 용어 등도 귀담아 들어보세요. 그러면 선거 결과가 어떨지, 지지 추세가 어떻게 바뀔지를 대략 눈치 챌 수 있어서 선거 관전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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