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⑪ “경쟁 강요할수록 학원폭력 심해져”

“시기심, 내가 가지지 못한?부러움에서 나와”

시기와 질투의 차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일단 그 이야기부터 하기로 하지요. 어떤 초등학교에 달리기를 잘 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영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영이는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습니다. 그 반에 별다른 재주도 없고, 인기도 없는 아이가 영이를 미워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이 친구의 장점도 달리기와 그림그리기인데 둘 다 영이보다 조금씩 더 잘합니다. 반에서 인기도 점점 올라갑니다. 이 경우 영이의 마음이 무척 불편하겠지요? 이번에는 또 다른 경우. 새로 온 아이가 춤과 노래를 잘 해서 인기를 얻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때도 영이의 마음은 불편하겠지만 앞의 경우와는 기분이 좀 다를 것입니다.

보통 시기심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나오는 것이고, 질투는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첫 번째 경우입니다. 영이가 없다고 해도 영이를 미워하는 아이는 달리기나 그림에서 1등을 하지는 못합니다. 또 인기를 더 얻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시기심입니다. 두 번째 경우는 새로 전학 온 친구가 없다면 영이는 두 가지에서 1등을 할 수 있지요. 이 경우가 질투입니다. 세 번째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춤이나 노래의 재주를 기준으로 보면 시기심입니다. 인기를 기준으로 보면 질투심입니다. 두 가지가 조금씩 섞여 있는 경우이지요.

이 정도 구분이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하나씩 갈라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시기와 질투 모두 뿌리는 경쟁심입니다. 그 중에서도 시기 쪽이 경쟁 관계가 약간 더 선명합니다. 일단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봅시다.

혹독한 경쟁→ 긴장 유발→ 공격적 행동 ?

사람은 경쟁에 의해 발달된다고 합니다. 개인도, 집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경쟁은 어느 정도는 조장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문제는 경쟁심이 언제 시기심으로 바뀌냐는 것입니다. 즉 경쟁심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심이 시기심으로 바뀌는 조건이 무엇이냐를 보자는 것이지요. 약간 사족을 붙이자면 경쟁심과 시기심의 구분이 쉽지 않다고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경쟁적 시기심’과 ‘적대적 시기심’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상대를 어떻게든 따라잡겠다는 생각은 경쟁적 시기심으로 상대를 망가뜨려서 끌어내리겠다는 생각은 적대적 시기심이라고 구분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라면 경쟁적 시기심이 적대적 시기심으로 바뀌는 조건이 무엇이냐가 되겠지요. 이 칼럼에서는 경쟁적 시기심은 그냥 경쟁심으로, 적대적 시기심은 시기심으로 쓰기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조건을 따져봅시다.

무언가를 일으키는 조건은 양적 조건이 있고, 질적 조건이 있습니다. 경쟁이 시기로 바뀌는 조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기심이 나타나게 되는 질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공정성의 파괴, 열등감 등등의 조건이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이런 문제들을 다룰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양적인 조건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뿌리는 경쟁에서 시작되는 것인 만큼, 경쟁이 심해지면 시기도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지요. 속된 표현에 ‘방귀가 잦으면 똥 된다’라는 말이 있지요. 아무리 공정한 룰을 제공을 해도, 아무리 협동을 강조를 해도 경쟁 자체를 강화하면 시기심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룰의 공정성을 따지자면 동물의 세계가 가장 공정합니다. 그곳에는 정실도, 연줄도 통하지 않습니다. 기득권도 통하지 않습니다. 강자가 우선인 세상입니다. 그런 동물의 세계를 보면 확실합니다. 자원이 풍부해서 경쟁이 완화되면 동물들은 서로 협조적입니다. 자원이 부족해지면 물고 뜯습니다. 상대를 끌어내리려 합니다.

사람은 동물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사람의 경쟁 관계는 실제의 자원만을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거든요. 자신의 마음속에 형성된 이미지의 영향을 더 받습니다. 공부라는 하나의 잣대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몰아치면 어떻게 될까요? 혹독한 경쟁은 자원이 부족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적대적이 되고, 전쟁이 일어납니다.

선생님들은 말합니다. 공부로 경쟁하랬지 언제 주먹으로 경쟁하라고 했느냐고. 그 말은 사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입니다. 혹독한 경쟁은 긴장을 부르고, 긴장은 공격성을 부릅니다. 긴장에 의해 만들어진 코티졸이나, 아드레날린은 공부에만 발동시키라는 선생님의 말을 기억 못합니다. 생활에서 부딪히는 모든 일에 관여를 하려 합니다. 경쟁을 강요할수록 학원 폭력이 심해지는 것은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곰팡이가 피는 것과 같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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