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기억의 도구’인 언어, 뇌 발달에 영향
앞의 칼럼에서 사람은 생각을 할 때는 음성 직전 단계로 계속 말을 만들면서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언어를 도구로 삼아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언어를 익히기 전에도 생각하고, 기억하는 기능은 있습니다. 동물도 생각하고 기억하니까요. 하지만 생각하는 방식, 기억하는 방식, 뇌에서 기억되는 장소가 다릅니다. 즉 말을 배우기 전 아이의 뇌는 동물의 뇌와 큰 차이가 없다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에게 특화된 영역의 발달이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만 3세가 되면서 전두엽이 발달이 되면서 비로소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만 3세가 되면 저절로 전두엽 발달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논리성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돌 부근부터 말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말은 감정의 표현도구일 뿐입니다. 말을 생각의 도구로 삼기에는 단어 수가 너무 부족하지요. 만 3세 쯤이 되면 비로소 말이 생각과 기억의 도구로 쓸 만하게 됩니다. 그렇게 돼야 전두엽 발달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아이와 말을 자주 주고받지 않으면 만 3세가 아니라, 5세, 6세가 되어도 전두엽은 발달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그만큼 사람의 뇌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도구입니다.
모국어와 외국어, 뇌의 기억장소가 달라
그래서 성인의 뇌에 있어서 언어라는 것은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인 O/S와 비슷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의 컴퓨터에 O/S는 하나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컴퓨터에 두 개의 O/S를 작동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가장 기본적으로 참조를 하는 영역이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하루 종일 영어만 사용하고 살더라도 내가 생각을 할 때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라면 내 모국어는 여전히 한국어인 것입니다. 모국어와 외국어는 기억되는 장소가 다릅니다.
3세에서 6세는 언어를 통한 사고를 발전시키는 시기입니다. 컴퓨터로 말하자면 가장 기본적인 O/S를 구성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 때 2개의 O/S를 만들려고 하면 컴퓨터가 혼란이 오겠지요.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만 6세 이전의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나라는 없더군요. 보통 측두엽이 충분히 발달한 만 10세 전후에 외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만 6세 이전의 아이에게 외국어를, 그것도 전혀 언어 체계가 다른 외국어를 가르치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가 치킨을 사달라고 할 때 닭백숙을 해 주면 어떻게 반응을 할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가 치킨 사달라고 했지, 언제 닭 먹고 싶다고 했어”라고 합니다. 어른들이 듣기에는 우스운 말입니다. 어른들의 머리에는 chicken이 닭이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치킨은 후라이드 치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단어 충돌이 안 생기니까요. 한 사물에 대해 다른 단어가 충돌이 생기면 언어를 생각의 도구로 삼기에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생각의 도구로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면 전두엽의 발달이 더뎌지고, 논리성의 발달이 늦어집니다.
영어유치원 관두자 ‘틱’ 장애 호전된 아이
제 한의원에 틱으로 내원했던 아이 중에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유치원에서는 영어로만 말하게 하는 좀 세게 가르치는 유치원이었지요. 치료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 부모님을 간절히 설득을 해서 영어유치원을 그만두게 하자 증상이 급격히 호전이 되더군요. 치료를 끝낼 무렵쯤에 아이에게 “영어 유치원 다닐 때 기분이 어땠니?”라고 물어보았더니 “영어 유치원에 가면 갑자기 내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어요”라고 대답하더군요. 배울수록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공부라면 그걸 공부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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