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성격 이야기② “내성적이고 예민? 고칠 수 없어”
“성격 바꾸려니 병만 도져”
심리학에서는 시간과 상황에 대해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행동 패턴을 성격(character)이라고 부릅니다. 시간 일관성이 부족한 것, 즉 일시적이거나 짧게 유지되는 특성은 기분(mood)라고 부르지요. 혼동될 수 있는 것에 버릇이라는 것도 있지요? 성격은 내적 특성이고, 여러 정신 세계의 통합 특성이라고 합니다. 즉 인지, 감정, 행동이 통합돼서 나타나는 것이 성격이라는 것이지요. 버릇은 감정이나, 인지와 연관된 특성이 없지요.
학술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면 딱딱해집니다. 실제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우리가 성격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은 우리의 행동 패턴 중에서 고칠 수 있는 부분과 고칠 수 없는 부분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억지로 고치려고 하면 고칠 수 없는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고친다는 것은 그만큼 대가가 따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내성적인 사람도 노력하면 외향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그만큼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가 심할 수 밖에 없지요. 마음속에는 불안, 긴장이 계속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병이 오기 마련입니다. 가장 쉽게 오는 것이 이른바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것이 오지요. 더 심해지면 내과적 질병들이 오기 시작하고, 정신과적 질병들이 오게 됩니다.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에게 얌전함을 강조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 용어로 말하자면 기울(氣鬱) 증상이 와서 가슴이 답답하고, 명치끝이 딱딱해지는 증상이 오기 시작합니다. 양방 병명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스트레스성 폭식, 충동조절 장애 등이 오기 쉽겠지요.
내성적-외향적 성격은 ‘선천성’, 자신감은 ‘후천성’
그렇다면 내성적인 사람은 사람 만나는 것을 늘 피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피하고 살아야 할까요? 모임에 가 보면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말 수는 많지 않지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꼭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 조용히 한 쪽에 앉아 있지만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람.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 듯한 사람. 내성적이지만 자신감이 있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말을 시키면 얼굴이 붉어지고 모임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지요. 내성적이며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는 성격 중에서 선천적인 면이 강한 부분입니다. 반면에 자신감이 강하다, 약하다는 후천적인 면이 강한 부분입니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성격 중 선천적인 면이 강한 부분, 후천적인 면이 강한 부분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심리학에서 성격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쉽게 안 바뀌는 부분입니다. 요즘은 이것을 좀 더 나누어서 선천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있는 부분은 기질(temperament)로 쉽게는 안 바뀌지만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고 보는 부분은 성격(character)로 나누어 보는 경향이?있습니다. 일단은 성격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좀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 기질과 성격을 다시 구분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오늘 칼럼이 딱딱한 이론 이야기로만 마무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심리학자들이 쉽게 안 바뀐다고 보는 특성들이 무엇이었는지 제목 정도는 언급을 하고 끝내야 되겠군요. 여러 성격이론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은 내향성/외향성, 적대성/우호성, 방향의 결여/성실성, 정서적 안정성/신경증 경향, 경험에 대한 폐쇄성/경험에 대한 개방성의 다섯 가지였습니다. 이것을 흔히 Big-five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자녀를 키울 때나, 부하 직원을 훈련시킬 때나 이런 부분은 함부로 뜯어 고치려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섯 가지는 너무 많지요? 또 그 중에 ‘이런 부분은 좀 곤란하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고요.
일단은 두 가지로 줄이지요. 위의 5가지 중에서도 모든 성격 심리학자들이 동의했던 것 두 가지는 외향성/내향성 과 안정성/신경증 경향입니다. 즉 외향적이다/내향적이다, 태평하다/예민하다. 이것 두 가지는 확실한 것이니까 함부로 뜯어 고치려 하지 마세요. 고쳐봐야 결과가 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