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긍정의 힘⑦ “주도성을 기르는 방법”

주도성…’적당한, 무난한 과제’를 줘라

사람은 상과 벌이라는 밖에서 주어진 동기보다는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내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즉 주도성을 가진 사람이 인생을 더 즐겁게 산다는 것이지요. 내재적 동기가 강한 아이를 만들려면 어릴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다룬 앞의 칼럼에서 36개월 이전의 아이에게는 아이의 행동에 어른이 일관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핵심은 내가 내 행동에 의해 주변의 반응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쳤다고 크게 실망하지는 마세요. 주도성은 선천적인 면보다는 후천적인 면이 더 커서, 자라면서 많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내재적 동기를 강화시키려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율성의 허용입니다. 자율성의 허용이라는 것은 그냥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나이에 적당한 과제를 주되, 방법은 자율에 맡기는 것. 그것이 자율성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어렵지요? ‘나이에 적절한’이라는 게…. 근사치로 좋은 것은 부모가 그 나이에 할 수 있었던 것에 조금 낮춰서 하는 정도면 바람직합니다. 즉 초등학교 3학년 아이면 부모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쯤에 그럭저럭 할 수 있었던 정도의 과제를 주는 것이지요.

왜 낮춰야 하냐고요?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합니다. 즉 자기가 기억하는 것은 자기가 잘 했던 것 위주로 기억하거든요. 실제 그 나이보다 더 잘했다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조금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고참사원 때 무난히 했던 과제라고 기억하는 정도가 대리급에게 시키기에 무난한 과제지요.

피드백은 ‘결과’ 아닌 ‘과정’의 정서적 평가

뭐 개요는 이 정도인데,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자율이 잘못하면 아이를 더 심하게 위축시킬 수도 있거든요. 저희 한의원에 내원하는 틱 환자에 대해서는 부모 양육태도검사를 꼭 합니다. 검사를 해 보면 아이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너무 옥죄어서 틱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부모가 아이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주는 데도 아이가 틱이 아주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런 경우가 생기는 것일까요?

절대 기억하셔야 할 것이 “아이는 실패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배워야 합니다. 배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시도입니다. 시도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하지 말라는 것은 시도하지 말라는 말과 같고, 아무것도 배우지 말고 바보가 되라는 말과 같습니다. 자율을 준다고 하면서 결과에 대해서 상과 벌로 통제하는 부모를 저는 함정 파는 부모라고 표현합니다. 아이의 발밑에 함정을 파는 부모의 아이는 걸음을 내딛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의 행동에 대해 피드백은 필요합니다.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면 그건 방치지 자율의 허용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 피드백은 과정의 평가가 되어야지, 결과의 평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 그 평가가 물질적인 형태가 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내 정서적인 반응.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피드백입니다.

사례 없이 내용 위주다 보니 좀 딱딱하네요.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위에서 말한 나이에 적절한 과제라는 단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혹시 학습과 관련된 과제를 생각하겠지요? 아닙니다. 학습은 주도성이 길러지면 자연히 잘하는 것이지, 학습을 통해 주도성 기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엄마 바쁜데 니가 라면 좀 끓여 줄래?” 이런 것이 제가 말하는 적절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그 라면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 이게 적절한 피드백입니다. “공부해라, 공부해라”라고 매일 외치는 것보다 분리수거를 맡기고, 망가진 물건을 고치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의 성적을 더 올린다는 것이 믿기 힘드시죠? 하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학습 역시 내재적 동기가 강화된 아이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니까요. 물론 적절한 피드백이 따를 때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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