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⑥ “논리로 감정을 다스린다?”
“브라우니, 기다려~!”…만족지연능력 높으면 사회성도 좋아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윌터 미셀 박사라는 분이 네 살짜리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요.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을 수 있으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대략 3분의 2 정도의 아이는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다고 합니다. 3분의 1 정도의 아이가 15분을 잘 견뎌서 하나를 더 얻었지요. 그리고는 그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다시 찾아서 몇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15분을 견뎌낸 3분의 1의 아이들이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스트레스 조절 능력, 사회성 모두 훨씬 더 좋았다고 합니다.
더 큰 이득을 위해서 15분을 견디는 힘. 늑대소년을 인간으로 만드는 첫 단계였던 ‘기다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이것을 ‘만족지연 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게 만드는 중요한 능력이지요. 이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우리의 뇌에는 머리의 앞 쪽에 있다고 해서 전두엽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전두엽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 전두엽은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지요. 그런데 논리적 사고와 충동 조절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만족지연 능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적 사고라는 것은 경험과 기억을 회상하는 것부터 시작이 됩니다. 이를 토대로 상황을 인과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지요. 한 발 더 나가면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상상하는 것까지 연결이 됩니다. 충동 조절의 핵심은 충동을 조절해서 얻어지는 이익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상력이 없는 동물은 충동 조절이 힘듭니다.
논리와 감정의 관계
논리성과 충동 조절의 관계를 알면 분노 조절이 가능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이 보입니다.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아이들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모가 무조건 들어주는 경우입니다. 이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무조건 억제하는 부모의 아이 역시 분노 조절이 안 됩니다. 어차피 안 되는 것이면 참을 이유가 없겠지요. 지나치게 엄한 부모의 아이들은 눌렀다가 일시에 폭발시키는 식으로 분노를 표현합니다. 나는 적당히 억제하고, 적당히 허용하니 우리 아이는 분노 조절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세 번째가 또 있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경우입니다. 아이를 대할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기준이 흔들리면 아이는 역시 분노 조절을 배우지 못합니다. 간단합니다. 내 행동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아이는 조절을 하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공부가 즐거운 이유 – 2’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으니 이 정도에서 생략을 하지요.
논리성이라는 것은 모든 감정의 조절에 상당히 좋은 도구입니다. 그래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을 논리가 부족한 사람으로 보고, 미숙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논리성이 감정 조절과 관련하여 가장 잘 발달된 상태를 목표와 과정을 구분하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감정을 논리로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한 목표와 과정을 구분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모든 사람은 어차피 죽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행위는 어차피 과정입니다. 모든 것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결론은 허무주의에 빠질 뿐입니다. 사는 재미가 없어지지요. 논리가 부족한 사람. 전두엽의 발달이 더딘 사람은 확실히 감정 조절이 안 됩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 수준의 논리성을 갖췄을 경우에는 다릅니다. 분노는 주도성의 문제, 집착의 문제, 자기 이미지의 문제 등이 훨씬 더 중요하지, 논리성 자체가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논리로 감정을 다스리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한 번 더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