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선거의 심리학⑦ “어떤 메뉴가 먹힐까?”

지키려는 ‘보수’와 얻으려는 ‘진보’

정치판에서는 재화의 분배 방식을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가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보수적이라는 표현은 좀 다르지요.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여전히 2-D 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이런 사람을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지난 칼럼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도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요. 지키는 것에 더 민감한 사람이 보수적인 사람이고, 새로운 것을 얻는 것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 진보적인 사람이다, 성격심리학에서는 보수성을 그렇게 설명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수정당 지지층과 진보정당 지지층을 보면 정치판에서 내리는 정의보다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의에 따라 갈라지는 면이 더 큰 것 같더군요. 젊은 사람은 별로 잃을 것이 없습니다. 진보적이지요. 나이든 사람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려합니다. 보수적입니다. 지식층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진보적이 되기 쉽지요. 저학력층으로 갈수록 세상의 변화에 빠른 적응이 어렵습니다. 보수 성향을 띠게 됩니다. 소득 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정보량이 소득에 비례하는 세상이 되었지요. 소득이 많은 사람은 변화가 생기면 오히려 소득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정보가 많은 만큼 적응이 더 쉬우니까요. 저소득층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지 않을까를 걱정합니다. 물론 아주 고소득층이 되면 지금 상황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바뀐다고 훨씬 더 얻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어떻습니까? 이번 선거에서 야당 지지층과 여당 지지층으로 딱 갈라지지 않습니까?

이 칼럼에서 긍정심리학을 소개할 때 사람의 행동 동기는 크게 나누면 ‘공포 동기’와 ‘희망 동기’로 나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지키는 것에 더 민감한 사람은 공포 동기에 더 반응을 하는 사람이겠지요. 반대로 변화를 즐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은 희망 동기에 더 반응을 하는 사람입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계층을 주 지지층으로 가지고 있는 정당에서는 아무래도 희망 동기보다는 공포 동기를 더 자극을 하게 됩니다.

남북한의 경제력이 크게 벌어져 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뒤에도 북한 카드는 보수층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카드였습니다. 행정 수도를 이전하면 서울은 공동화된다던가, 무상급식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던가 하는 주장들은 논리적으로는 쉽게 허황된 주장임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들이 먹힙니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계층은 무언가 변화가 있는 것 자체가 싫거든요. 논리를 정확히 따져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서에 잘 부합하는 논리를 찾아서 그 논리를 정서를 대변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것이 보수정당에서 자극하는 공포동기가 먹히는 이유이지요.

여야 후보가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재료’의 차이

정치와 요리는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적절한 배분으로 잘 섞어야 맛이 난다는 것이지요. 공포 동기와 희망 동기도 적당히 섞여야 힘을 씁니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적당히 어울려야 요리가 되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 쪽이 쓸 수 있는 요리재료가 많이 한정이 됩니다. 747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는 포지티브가 다 부도가 나 버린 상황입니다. 국민들의 입맛에 보수정당의 포지티브는 완전히 물린 상태가 되어버렸지요. 그나마 포지티브를 쓰려면 레시피를 전혀 다르게 해서 이명박 정부를 연상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을 위주로 포지티브 메뉴를 짰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아주 포괄적인 단어로 포지티브를 짜야 합니다. 그래서 ‘중산층 70%’ 같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은 메뉴를 들고 나온 것이지요. 구체적이지 않으니 싱겁습니다. 주메뉴로는 약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먹히는 네거티브를 섞을 수밖에 없지요.

문제는 박근혜 후보가 신뢰니, 화합이니 하는 이미지로 승부를 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네거티브를 섞을수록 이미지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현재의 어려움을 이번 정부를 건너뛰고 지난 정부로 돌리는 네거티브입니다. 이러면 좀 어려운 승부가 됩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유하지만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승부를 합니다. 약간의 네거티브는 이미지 충돌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이정희 후보의 적극 네거티브의 도움을 받는 면도 있습니다. 메뉴를 짜기가 훨씬 편한 입장입니다.

지지율이 낮은 쪽이 불리한 구도로 선거판이 짜이면 재미가 없습니다. 현재 지지율에서는 밀리는 후보가 선거 운동에서는 유리한 구도를 가지고 따라 붙는 선거. 이런 선거가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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