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선거의 심리학⑥ “안철수가 네거티브 선거 하지 않은 이유”

하지 말자는 네거티브 왜 자꾸 할까?

포지티브 방식의 선거를 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과거 방식의 네거티브 선거는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요. 근거 없는 흑색선전도 많았고, 부풀리기도 많았으니까요. 그런 방식의 선거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방식은 다 네거티브니 하지 말자면 그것이 옳은 주장일까요? 후보가 말한 공약이 다 지켜진다면 정책선거가 가능합니다. 전면 포지티브 방식도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다 지켜지는 경우는 없거든요. 공약만 믿고 선거를 한다면 허경영씨가 당연히 대통령이 되었을 것입니다. 공약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국 과거의 행적이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지요. 또 과거의 행적을 따지자면 약점도 들먹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네거티브는 불가피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거에서는 원론적으로 필요한 정도 이상의 네거티브 공세가 나타납니다. 왜 선거 캠프에서는 네거티브에 매달리게 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권자들이 네거티브에 더 강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빼앗으려는 노력보다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리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두 가지 노력의 차이가 어떻게 될까요? 심리학자들은 대략 3~5배 정도가 된다고 말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모아 놓고 1km를 뛰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 경우와 1km를 뛰지 않으면 돈을 빼앗겠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앞의 경우에 평균 3,000원을 준다고 하면 뛴다고 한다면, 뒤의 경우에는 1,000원만 빼앗겠다고 해도 뛴다는 것이지요. 가지고 있는 것을 잃게 되면 삶의 계획부터 새로 짜야 합니다. 또 줄어든 상태로 적응이 가능한지 안한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것을 잃는 것에 민감합니다. 사람들은 잃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있습니다.

공포 못지 않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분노입니다. 최근에 잃은 것에 대한 분노지요. 광장은 원래 시민들의 것입니다. 하지만 독재 정부 시절에 사람들은 광장을 자유롭게 이용하겠다고 싸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명박산성이 등장하고, 오세훈 시장이 잔디를 깔아 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사람들은 비로소 광장의 사용권에 대해 강력히 요구를 했습니다. 왜죠? 월드컵 거리 응원, 탄핵 반대 시위 등으로 사람들은 광장을 가졌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가진 것을 빼앗긴다는 느낌은 아주 기분이 더럽지요.

포지티브라는 것은 나를 뽑아주면 이런 것들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네거티브라는 것은 상대방을 뽑으면 이런 것들을 빼앗긴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에 더 민감할까요? 당연히 네거티브 쪽에 더 민감합니다. 물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올라가면 흑색선전이나 인신 공격성의 네거티브는 별로 먹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무능력하다던가, 독재 경향이 있다는 네거티브는 여전히 먹힙니다. 그런 후보를 뽑으면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이지요. 또 최근의 정권이 인기가 없을 경우 “당신들은 전 정권에서 이런 것들을 빼앗겼습니다”라는 지적은 강한 호소력이 있습니다. 분노를 자극하기 때문이지요.

선거의 동력… 상대 후보로 인한?’상실감·박탈감’

그렇다면 네거티브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전에 긍정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몇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네거티브는 대상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강조시켜서 대상 자체를 멀리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독재 정권은 정치라는 것 자체가 시끄럽고 불안한 것이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많이 썼지요. 정치는 잠재우고 행정만 돌아가는 나라가 좋다는 식이었습니다. 야당은 야당대로 독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핵심이었습니다. 한 50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정권이 바뀌기 시작한 뒤에도 네거티브를 선거의 핵심으로 삼는 관행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오래 누적된 결과가 정치 혐오, 정치 무관심으로 나타나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정치 혐오 집단이 이번 선거에서는 안철수 지지 세력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안철수 전 후보가 포지티브 선거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차피 네거티브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선거입니다. 현재의 야권 지지 세력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인이 상실감, 박탈감이거든요. 새누리당의 노무현 정부 공격 역시 네거티브 정서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것을 의식한 반응입니다. “당신들이 잃은 것은 노무현 정부 때가 더 많았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지요.

그런데 새누리당의 이런 전략이 적절한 것일까요? 혹시 적절 여부를 떠나서 불가피한 전략이지는 않았을까요? 다음 주에는 이 이야기를 좀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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