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성격 이야기⑧ “기질은 타고난다, 자율성을 키워라”
인내력 낮은데도 성공하는 사람? “흥미”를 선택했다
성격의 형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만 빠진 게 조금 있군요. 성격 이야기를 주로 TCI라는 성격 검사를 기준으로 이야기했으니, 빠진 척도 이야기를 마저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기질 척도 중에 ‘인내력’이라는 척도가 있습니다. 척도 이름이 조금 오해를 사는 경향이 있어서 요즘은 ‘지구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제 클리닉에서 아이의 기질-성격 검사 결과를 부모님께 설명을 할 때 보면, 아이의 인내력 척도가 높게 나오면 많이 기뻐하십니다. 반대로 낮게 나오면 실망을 하지요. 그런데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인내력 척도라는 것은 목표에 집착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인내력 척도가 너무 높은 사람은 좀 강박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반대로 낮다고 실망할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제가 알던 한 교수님은 인내력 척도가 하위 2% 정도에 속하는 분이었습니다.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에 1년에 보통 3~4 편의 논문을 꾸준히 게재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또 연 매출 3,000억 쯤 되는 기업의 CEO인데 인내력 척도가 하위 3% 쯤에 속하는 분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내력 척도가 낮은데도 성공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물론 성격 척도에 속하는 자율성이나 연대감이 좋은 분인 것은 당연하지요. 아울러 중요한 것은 그 분들은 모두 자기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일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즉 낮은 목표 동기는 흥미 동기로 충분히 보충이 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재미있는 일을 하는 편이 성공하는 데 유리합니다만 인내력 척도가 낮은 경우에는 더욱 흥미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성격 ‘자기초월’
성격 척도 중에는 ‘자기초월’이라는 척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창조성, 독창성, 예술성, 종교성, 상상력 등과 관련된 척도입니다. 이것은 많은 부모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사회적 성공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합니다. 실패의 경우에 문제가 되거든요. 자기초월 척도가 높은 사람은 실패에서 재기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는 방식이 여유가 있으니 스트레스를 잘 견딥니다. 반대로 자기초월 척도가 낮은 사람은 지나치게 현실적입니다. 늘 아등바등 살지요. 당연히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도 많이 약합니다. 자기초월 척도 역시 후천적인 척도이니만큼 양육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주로 부모의 모습에 영향을 받지요. 부모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또 부모가 문화생활에 관심을 두어야 아이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입니다. 긍정심리학을 이야기할 때 말씀드렸듯이 성공이 행복을 부르는 면보다는 행복이 성공을 부르는 면이 더 크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높은 자기초월 척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자율성 척도가 받쳐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성 척도가 낮으면서 자기초월 척도만 높은 사람은 공상의 세계 속에 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광신도가 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정신분열증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단단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정리를 해 볼까요? 기질은 타고 태어나는 것이거나, 어릴 때 형성되는 것이라서 쉽게 안 바뀝니다. 자신의 기질과 어긋난 삶을 살게 되면 그만큼 피곤하고, 힘듭니다. 당연히 성공하기도 힘들겠지요. 하지만 기질 자체에 좋은 기질, 나쁜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질마다 장단점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기질의 장점은 어떻게 하면 살아날까요?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자율성이고, 자율성 중에서도 자기수용, 자기일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즉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하고,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성격의 형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읽을 만하셨는지요? 다음 주부터는 또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