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⑦ “분노 조절? 적절히 행동하라”
분노를 어떻게 다룰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중 하나로 ‘주지화’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황이 생겨난 과정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사회적 비리를 보면 화가 납니다. 이 때 분노 자체에 집착을 하면 분노의 대상을 찾게 됩니다. 즉 비리를 저지른 그 놈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도 나름대로 핑계가 있을 겁니다. 자기 위치에서 어쩔 수 없었던 면도 있을 것이고, 성장 환경이나 그런 문제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화가 조금 가라앉습니다. 비리가 일어나게 되는 구조적인 쪽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어떤가요? 좋은 방법인가요? 얼핏 보면 세련되고, 이성적인 방법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도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주지화는 무력감을 줄여줍니다. “세상이 다 그런 건데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잖아”라며 자신을 달래는 것이지요. 무력감을 떨치는 것이 아니라, 좀 줄여서 견디는 방법입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내 힘으로 고칠 수 있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고치는 것이 힘이 들고, 때론 내 희생도 감수해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 겁도 나겠지요? 피하고 싶겠지요? 그럴 때 주지화는 내가 문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핑계거리를 제공하게 됩니다.
우리는 보다 잘 살고, 풍요로운 사회의 모습은 그것을 모두 바람직한 것,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백색미인’이라는 광고 카피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닙니다. 과학 기술에 앞선 서양인들에 대한 동경이 작동한 것이지요. 또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피부가 하얀 것에 대한 동경도 숨어 있고요. 요즘은 저소득층이 햇볕 한 번 볼 시간 없이 일에 파묻히는 세상이 되다보니, 레저도 즐기고, 여행도 즐기는 사람의 적당히 햇볕을 받은 피부를 가져야 미인으로 보는 경향이 생깁니다. 다 유행일 뿐입니다. 피부 미인은 피부가 윤기가 있고, 탄력이 있는 사람이지, 색은 중요하지 않지요.
분노 조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사회로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집니다.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지요. 그러다보니 주지화로 분노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이것을 세련된 것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조직화된 사회에서 많이 보이는 모습이니까요. 백색미인이라는 편견과 비슷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지화를 많이 쓸수록 행동하려는 의지는 줄어듭니다. 너무 조직화된 사회인 일본의 경우 초식남이니 뭐니 하는 의지가 사라진 남자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일본 여성 사이에 한류 바람이 불지요.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한국 남자가 더 멋있다는 것이죠.
행동 않는 ‘주지화’는 무력감 남겨
그렇다고 주지화가 꼭 비겁한 방법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주지화는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의 활동을 감정 지향에서 이해지향으로 바꿔줍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해에서 그치는 순간에 비겁해지는 것이지요. 우리가 무엇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행동의 방향을 잡기 위한 겁니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이해의 가치가 제대로 살아납니다. 행동하지 않는 주지화는 마음 한 구석에 무력감을 남깁니다. 점점 위축되고, 수동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지요. 언론의 횡포를 보고 폭탄을 들고 언론사로 뛰어가는 사람은 확실히 미숙한 사람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주지화로 도망치는 사람입니다. 구조적 문제이니 대안 언론을 만들자고 10만원이라도 보내는 사람. 이런 사람이 분노 조절을 제대로 하는 사람입니다.
분노는 우리의 중요한 행동 동기입니다. 분노는 주도성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계속 했지요? 그래서 너무 강박적으로 분노를 조절하려 하면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과도하게 분노를 느끼는 부분은 줄여야 하겠지만, 분노의 조절은 분노 자체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분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난 칼럼에서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분노가 조절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적절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분노 조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사실은 같은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감정 조절의 핵심은 해결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주도성이 강한 사람이 분노를 느낍니다. 주도성이 강한 사람은 상황을 바꾸려 하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분노 조절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약은 병의 근처에 있습니다. 풍토병의 약은 그 지역에 있기 마련입니다. 분노 조절의 명약 역시 분노가 일어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주도성은 분노의 원천이며 동시에 분노 조절의 힐링 포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