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공부가 즐거운 이유④

아이의 기억은 ‘감정’에 의존… “6세 이하에게 문자 학습은 무모”

배우 장동건씨의 키가 178cm라는 것은 아주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잘 외우지 못하겠죠.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어떨까요? “어 짜~아식 생긴 것도 나보다 잘 생겼으면서 키도 나보다 4cm나 크네” 이런 감정을 강하게 느꼈던 적이 있다면 그의 키가 178cm라는 것을 꽤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사람은 감정과 결부된 것은 잘 기억하고,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인간의 진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중요한 일은 공포든, 기쁨이든 강한 감정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역으로 강한 감정 반응을 이끌어 냈던 일은 중요한 일인 경우가 많지요.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은 기억을 돕도록 진화가 된 것입니다. 맛있는 과일이 잔뜩 열린 곳을 발견한 기쁨은 그 곳을 잘 기억했다가 그 다음해에 또 찾아 올 수 있게 해 주고, 맹수와 맞닥뜨렸던 공포는 그 곳을 잘 기억해서 피해 다니게 만들어 줍니다.

기억의 감정 의존성은 원시인들이 현대인보다 훨씬 더 강했겠지요? 인간의 뇌 발달 순서는 진화의 순서를 밟아갑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보다 기억의 감정 의존성이 훨씬 높습니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측두엽이 제대로 발달되기 전에는 기억의 감정 의존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른들은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면 기억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중요성이라는 것은 일차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정리된 일종의 개념입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것은 개념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고, 이 능력은 측두엽이 자라면서 생겨나는 능력이라는 것이지요. 즉 측두엽이 발달하기 전 단계인 6세 이하의 아이들은 중요성을 기준으로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은 감정 자극이 얼마나 되었는가를 기준으로 기억을 합니다. 이런 원리가 지난 번 칼럼에서 말씀 드렸던 6세 이하 아이에게 문자나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는 내용의 이론적 배경입니다.

야단맞고 배운 아이들에게 공부는 ‘피하고 싶은 기억’

아이들은 재미있던 것을 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놀이를 통해 배운 것을 학습을 통해 배운 것보다 훨씬 더 잘 기억합니다. 다양한 감각적 자극이 감정적 자극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6세 이하의 아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영재 교육이라는 것이지요. 몇 년전 교육방송에서 6개월간 피아노를 가르친 아이가 6개월 간 컴퓨터를 가르친 아이보다 두뇌 발달이 더 잘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두뇌 발달과는 전혀 다른 결과지요? 하지만 아이의 두뇌 발달 과정을 이해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3~6세 아이의 교육의 핵심은 두 가지 뿐입니다. 공감각적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하나입니다. 색깔, 소리, 냄새, 촉감 등이 함께 어우러진 교육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는 즐겁게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습 분위기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놀이의 분위기에서 배운 것이 머리에 남고 두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야단쳐가며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요? 공포와 관련된 기억이니까 아무 감정을 안 일으키는 것보다는 기억에 남겠지요. 어떤 형태로 남을까요? 피해야 될 것, 호랑이가 출몰하는 산길 같은 존재. 그렇게 기억에 남겠지요. 만 4세부터 학습지에 시달린 많은 아이들이 공부란 어떻게든 피해 도망가야 할 것으로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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