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선거의 심리학② “단일화, 여-야 누가 유리할까?”

우리의 뇌는 ‘변화’에 민감하다

벽에 가만히 붙어있는 모기는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날고 있는 모기는 바로 눈에 뜨이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것은 시신경에 자극으로 인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비치는 영상에 변화가 있을 때, 즉 화학적 반응의 차이가 날 때 그 자극은 뇌에 좀 더 잘 전달돼서 그렇습니다. 소리도 마찬가지고, 냄새도, 촉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뇌의 중요한 판단기준을 간단히 말하자면 ‘변화 중시/고정 무시’라는 것이지요.

이런 전략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감각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큰 문제없이 기능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즉 지금 이 상태가 유지되면 별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변화가 있다면 달라지지요. 그 변화가 내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해서 대처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모든 동물은 변화에 민감하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비교는 어떨까요? 변화의 인식과 방식이 비슷합니다. 하나의 상황을 기억하고, 새로운 상황 위에다 겹치는 것이죠. 이 경우도 역시 다른 부분을 주로 인식을 합니다. 같은 부분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변할 것이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무시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중요한 것이 무시되고, 잊혀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이야기했던 산과 바다의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봅시다. 휴가 여행의 장점은 상당히 많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긴장할 필요가 없으며, 남의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많은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산이냐 바다냐를 가지고 고민에 빠지는 순간 이런 기본적인 장점들을 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산에 가야 힘만 들고 땀만 나지 (바다에 비해서), 바다에 가봐야 사람만 북적대고 바가지나 쓰지 (산에 비해서) 라는 단점만 머리에 남게 되는 것이지요. 그 결과로 방콕(방에 콕 들어박히는 것)을 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차이에 민감함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현저성 효과’라고 부릅니다. 한 가지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우리는 그 하나의 사실을 아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합니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것을 알면 어른이 된 것이라고. 즉 무엇이 기본인지를 잊지 않으면, 현저성 효과에 속아서 멍청한 판단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라는 것이지요. 아이돌은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는 존재처럼 생각하면 아이인 것이고요.

유권자는 공통점을 보는 어른일까? 차이점을 보는 아이일까?

차이에 민감함이라는 것이 선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박근혜 후보가 야당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는 토론에 임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토론을 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확실히 불리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야당 후보 둘이 먼저 토론하고 부딪히라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부각시키라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양쪽의 지지자에게 상대 쪽의 단점이 깊게 인상지어지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일화를 전제하고 있는 야당의 두 후보가 할 수 있는 전술은 어떤 것일까요? 위에서 말한 휴가의 경우를 들자면 휴가 여행이 가지는 기본적인 장점을 잊지 않도록 계속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단일화의 첫 발을 “둘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를 공표하는 것부터 시작한 것은 꽤 현명한 전략입니다. 다른 부분 하나를 이야기할 때마다 같은 부분을 열 개 쯤 이야기해야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이제 공은 지지자들에게로 넘어가네요. 야당의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공통점을 먼저 보는 어른인지, 차이점을 먼저 보는 아이인지가 중요해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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