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④ “나의 이미지와 관계 이미지”

지난주에 이야기한 애착의 세 가지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 봅시다. 프랑수아 를로르와 크리스토프 앙드레라는 두 심리학자의 공저인 ‘내 감정사용법(배영란 옮김, 위즈덤하우스)’이라는 책이 가장 정리가 잘 되어 있더군요. 그 내용을 좀 소개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만 1세 정도인 아기의 행동 유형의 관찰에서 시작을 합니다. 첫 번째는 안정형 애착입니다. 이런 유형의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자발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탐사합니다. 그러다가 걱정이 생기면 바로 엄마가 곁에 있는지를 확인하지요. 엄마를 안심 기반으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런 유형의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듣습니다. 엄마 품에 있기를 좋아하지만 내려놓아도 어느 정도 잘 놉니다. 낯선 상황에서 엄마가 사라지면 울음을 터뜨리지만 엄마가 나타나면 바로 안정을 찾습니다.

두 번째는 회피형 애착입니다. 엄마와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예기치 못하게 화를 냅니다. 엄마 품안에 있는 것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지만 바닥에 내려놓으면 바로 울부짖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엄마가 사라지면 짧게 반응한 뒤 바로 장난감에 관심을 보입니다. 세 번째는 양가형 애착입니다. 엄마 품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새로운 환경을 탐사하지 않으려 합니다. 엄마와 잠시만 떨어져도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자주 화를 내며 많이 웁니다. 낯선 환경에서 엄마가 사라지면 진정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엄마가 다시 나타나면 분노를 강하게 표현하면서도 엄마를 갈구합니다.

이 세 가지 유형은 엄마의 양육 태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살갑게 대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아이의 반응을 이해하고 잘 맞춰주면 아이는 안정형 애착을 보인다고 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방치하는 경향이 있고, 아이의 요구를 맞춰주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면 아이는 회피형 애착을 보인다고 합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과도하게 관심을 기울이며 걱정은 많지만 아이의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는 양가형 애착을 보인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애착 유형이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어릴 때 안정형 애착을 보이던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이혼율이 낮으며, 배우자를 신뢰하며, 독립적인 삶과 애착 관계가 둘 다 가능하다고 합니다. 회피형 애착을 보이는 경우는 직업적으로는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일에만 전념하며 외로움을 느끼고, 상대가 과도한 애정을 요구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양가적 애착을 보이는 사람은 격렬한 열정과 잔인한 실망을 두루 겪는 감정적으로 부침이 있는 생활을 사는 경우가 많으며,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일에 몰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위에서 말한 책의 내용입니다. 이걸 지난주에 한 용어를 사용해서 다시 말하자면 안정형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적정 심리거리의 폭이 넓다는 것이지요. 반면 회피형 애착이나 양가형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그 폭이 좁습니다. 회피형의 경우는 거리가 너무 멀면서 폭이 좁고, 양가형의 경우는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서 폭이 좁은 것이지요. 즉 내 아이를 심리적 적정거리의 폭이 넓은 아이로 키우자면 아이의 행동에 적절히 반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이미 회피형이나, 양가형 애착을 보이는 사람으로 컸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 왜 나를 그렇게 키웠어요?”라고 항의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나요? 뭐 내가 부모를 선택한 것도 아니니, 팔자 탓이려니 하고 포기해야 할까요? 뭐 다시 어려져서 다시 성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한 번 찾아봅시다. 다른 책의 내용을 전달하다가 오늘 칼럼의 분량이 거의 찼네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주에 하기로 합시다. 다음주까지 이런 걸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일단 위의 세 가지 양육 방식이 왜 세 가지 애착 유형을 낳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미지가 두 번째입니다. 나는 소중하며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며,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산다고 느끼면 안정형 애착이 형성됩니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은 회피형 애착이 형성됩니다. 끊임없이 요구해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양가형 애착이 형성됩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개선책도 찾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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