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② “화를 낼까, 참을까?”

감정 중에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역시 분노겠지요. 일을 가장 많이 망치는 것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장 많이 해치는 것도 분노입니다. 감정 중에 가장 눈에 잘 뜨이는 것도 역시 분노입니다. 그래서 분노는 감정의 대표 주자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감정을 건드린다’라는 말을 ‘화가 나게 만든다’에 대한 완곡한 표현으로 사용하지요. 그래서인지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다루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 제1장을 분노에 배당을 하더군요. 우리도 관례에 따라 분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분노 못?참는 A타입…심근경색, 뇌경색 vs?분노 억누르는 B타입…?암, 조울증

분노를 못 참는 사람을 A 타입 인간이라고 합니다. 50여년 전에 미국에서 나온 말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프리드먼이라는 외과 의사가 처음 분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왜 정신과 의사가 아닌 외과 의사가 성격 분류를 시도했을까요? 그가 심장외과 전문의였기 때문입니다. 심장병으로 오는 사람들이 유난히 분노를 잘 터뜨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주목을 하게 된 것이지요. 심근경색, 뇌경색 등은 A 타입의 사람이 확실히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분노는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좋을까요?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부담을 준다면 참는 편이 좋겠지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A 타입과 반대되는 성격, 즉 분노를 억누르고 참는 사람을 B 타입이라고 부릅니다. B 타입은 심장병은 덜 걸립니다. 그런데 암이나 조울증은 B 타입에서 훨씬 더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격렬한 시위가 일어난다고 무조건 강제 진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지요. 시위가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사회 구조에서 시위가 담당하는 역할을 알아야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습니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분노는 왜 퇴화되어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무언가 필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분노를 다룰 수가 있게 됩니다. 일단 분노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 원리를 알아봅시다.

우리가 예상했던 상황에서는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않았던 상황이 생기면 감정이 크게 일어납니다. 핵심은 속도에 있습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대처하는 것은 느릴 수 있습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머리는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재해석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지요. 감정은 이성보다 속도가 빠릅니다. 감정은 바로 몸을 준비시킵니다. 우리의 대처는 결국은 몸을 통해 이뤄집니다. 감정뇌는 이성을 다루는 대뇌보다 먼저 진화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몸을 다루는 데 더 익숙하다는 것이지요.

예상치 못한 상황: 웃음 vs 분노와 공포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우리가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입니다. 받아들이려면 몸의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웃음입니다. 거부하려면 몸을 긴장시켜야 합니다. 거기에서 또 두 가지 갈래가 있습니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분노 혹은 공포입니다. 공포는 도주의 준비입니다. 분노는 싸움의 준비입니다. 팔 다리로 힘을 모으고, 맥박수를 올리고, 심장 박출량을 늘립니다. 화가 나면 머리는 싸울 생각을 안 하고 있어도, 몸은 알아서 싸울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분노가 몸을 준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싸움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일방적으로 맞겠지요. 혹은 내가 때려도 문제가 됩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급격한 근육 운동으로 근육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분노를 크게 느끼는 A 타입이 심근경색이 잘 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심장을 무리시키는 경우가 남들보다 더 잦으니까요. 그렇다면 분노를 참는다는 것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안 싸운다는 것입니다. 패배감이 남을 수 있고, 무력감이 들 수 있습니다. 수치심도 느낄 수 있습니다. 분노 억제가 우울증을 부르는 이유입니다. 암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속이 썩으니 암도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문화에서 분노의 표출은 미성숙의 증거로 받아들입니다. 분명히 인격적 성숙이 부족한 사람은 분노를 더 잘 느낍니다. 또 느낀 분노를 바로 표출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분노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살짝 단서를 남겼는데 찾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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