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⑫ “경쟁심+무력감=시기심”

얼마 전에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레알 마드리드) 사이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이 있었습니다. 결승에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강팀끼리 붙은 것이지요. 그 경기를 앞두고 맨유의 에이스인 루니가 레알의 에이스인 호날두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호날두의 플레이는 볼 때마다 놀랍다. 그는 존경할 만한 선수다”라고. 프리메라 리그의 라이벌인 메시도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호날두는 존경할만한 선수다. 그와 나를 꼭 라이벌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지난 주에 경쟁이 강화되면 시기심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경쟁이 치열한 곳에 경쟁심이 시기심으로 바뀌는 것을 막는 장치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 축구의 빅 리그는 정말 경쟁이 치열한 세계입니다. 팀 간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팀 내에서 주전 경쟁 역시 치열합니다. 처절한 적자생존의 세계지요. 그런데 빅 리그의 스타들끼리 서로 존경의 뜻을 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마이크를 들이대면 누구나 조금은 착한 척을 합니다만, 표정이나 말투를 보면 단순한 위선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공정한 룰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과에 대해 확실히 승복할만한 기준이 있거든요. 팀 간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도 명확합니다만, 팀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시기의 대상이 되는 후보 1번은 낙하산이지요? 하지만 프로 축구의 세계에서는 낙하산이 힘듭니다. 감독이 실력이 없는 선수를 중시하다 보면 팀은 계속 집니다. 결국은 감독이 물러나게 됩니다. 연봉 협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전트와 구단주가 마주 않는 테이블에는 엄청난 자료가 쌓입니다. 물론 밀당의 결과가 연봉을 약간은 좌우를 합니다만 기본은 역시 성적입니다.

사실 시기심의 공식은 간단합니다. 경쟁심 + 무력감 = 시기심. 이게 공식입니다. 공정한 룰이 없다면 나로서는 상대와 경쟁을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순간 경쟁심이 시기심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축구는 단체 경기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스타들을 모아 놓아도 팀워크가 깨지는 팀은 성적이 바닥을 가게 됩니다. 박지성이 있는 QPR팀이 얼마 전까지 그랬지요. 최근에는 팀워크가 살아나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팀 경기는 자연히 협동심을 강화시킵니다. 협동심이 강화된 사람들은 시기심을 덜 느끼게 됩니다. 협동이라는 것은 팀 내에 각각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무력감을 덜 느끼게 되니까 경쟁심이 시기심으로 변질될 여지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단체 경기의 장점은 포지션이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같은 역할을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지요. 또 같은 포지션이라 할지라도 꼭 경쟁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선수마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거든요. 감독이 경기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따라 기용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즉 그 팀이 맞지 않으면, 자기 스타일에 맞는 팀이나, 자기 스타일에 맞는 리그로 이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 하나의 잣대로 경쟁을 하는 집단에서는 경쟁심은 쉽게 시기심으로 변질이 됩니다. 다양한 잣대가 적용되고, 다양한 기능이 중시되는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심이 건전한 형태로 남아있기 쉽다는 것이지요.

같은 스포츠 선수라도 개인 경기는 좀 다릅니다. 특히 더군다나 주관적 채점의 가능성이 있는 리듬체조나 피규어 스케이팅 같은 선수들은 시기심을 누르기가 훨씬 더 힘듭니다. 명확한 룰, 협동심, 다양한 자리 등등의 장치가 훨씬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런 경기들은 1등 한 명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정도에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또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은 어떤가요?

오늘은 경쟁심이 시기심으로 바뀌지 않기 위한 외부 조건을 주로 다뤄보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개인의 문제를 다뤄보기로 하지요. 즉 비슷한 환경에서도 시기심을 잘 누르는 사람과 쉽게 시기심의 포로가 되는 사람의 차이를 다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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