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젊은이와 노인의 ‘이종격투기’
중국선 20대와 60대가 ‘지하철 난투극’, 한국선?서울대 대학원생이 ‘개밥주기’
온 산하가 쓰레기, 무질서로 몸살을 앓았던 중추절·국경절 황금연휴가 지난 뒤 연이어 터져 나온 폭력 사건으로 개탄과 자성의 소리가 높다. 급기야 언론이 나서 ‘공중도덕을 회복하여 문명사회를 건설하자’고 캠페인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유교문화가 번성했던 나라, 중국 도시 곳곳에서 공사장의 굉음소리와 함께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며칠 전 광저우 시 지하철 안에서 67세 노인과 20대 청년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말다툼을 벌이다 상호간에 주먹질이 오갔다.
‘게임’은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혈기왕성한’ 67 세의 노인이 지하철 의자바닥에 젊은 사람을 눕혀 놓고, 목을 누른 채 쉬지 않고 ‘개 패듯이’ 얼굴을 마구 두들겨 팼다. 계속해서 두들겨 맞은 청년의 입과 코에서 피가 줄줄 터져 나왔다. 삽시간에 지하철 의자와 바닥은 유혈이 낭자하였다. 말리는 사람도 없다. 마치 격투기를 즐기러 나온 광기어린 팬들 같다. 미국 종합격투기 대회,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서나 볼 수 있는 잔혹한 장면이 대도시 지하철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시민 모두에게 지탄을 받았다. 두 사람 다 감정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부끄러운 일을 벌였다고 후회하는 발언을 하였다. 청년은 “어른에게 공손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70이 다 돼 가는 나이에도 왕성한 혈기를 뽐내던 노인도 “젊은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러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자숙하는 기미를 보였다. 그나마 젊은이가 ‘본의 아니게’ 얻어맞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비슷한 때, 유사한 사건이 상하이의 지하철 안에서 또 일어났다. 한 노인이 20대 여자 둘과 몸싸움을 벌이다 현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죽고 말았다. 노인이 악을 쓰고 덤비는 ‘패륜녀’ 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돌연사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젊은 여자들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난 해 난징의 골동품 상가를 거닐 때도 흡사한 장면을 목격했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과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서로 부딪혔다. 큰 부상은 없었고 젊은 사람이 사과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30분 가까이 옥신각신하였다. 서로 죽일 듯이 증오의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있는 고함, 없는 고함 다 질러가며 삿대질을 해대었다. ‘혈기 넘치는’ 할아버지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악을 쓰면서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후베이성 우한 공항 비행기내에서도 짐칸에 먼저 짐을 실으려던 5명의 여자들이 한데 뒤섞여, 고성과 욕설을 퍼부으며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바람에 비행기가 한동안 이륙하지 못하였다.
폭력뿐만 아니라 범법 행위도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차량 번호판을 가리거나 변조하는 얌체족도 부지기수다.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장쑤성의 한 현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다. 머리를 빡빡 밀고 낯이 두껍게 보이는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 번호판 영문 P자를 교묘하게 R자로 변조해서 운행하다 적발되었다. 그러나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강구한다(上有政策, 下有?策)’는 유명한 속담처럼 교묘히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회 병리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빈 라덴의 조직원을 자처하는 한 ‘정신병자’가 비행기 안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며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우루무치를 떠난 비행기가 란저우에 불시착하는 일도 근일에 벌어졌다.
중앙티브이 객원 평론가 양위(?禹)는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중국 사회에 문화의식이 결여돼 있음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사람들은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고 양보심도 없으며 인내할 줄 모른다. 그 결과는 곧바로 무질서와 폭력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절제해야 한다. 한 개인의 비도덕적, 비문명적 행위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그 사회의 문명의 수준을 재는 척도이다. 비문명적 행위가 자생하는 토양을 제거해야 한다.”
홍순도 등 전 현직 중국특파원 13명이 쓴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에서도 중국인의 떠들기, 침 뱉기, 새치기 등 일상화된 습관을 적나라하게 지적하였다. 아울러 이 책에 보이는「옆 사람이 죽어가도 상관하지 않는 극단적 이기주의」에서는, 제목이 시사하듯 만연된 이기주의 풍토를 신랄하게 묘사하였다.
남의 나라 탓할 것만도 아니다. 몇 해 전 서울역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던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워 문 젊은 사람을 훈계하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애’가 노인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봉변을 당하였다. 험악한 세상이다.
최근, 서울대 일부 저질 교수들이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태가 매스컴을 뒤흔들었다. 예를 들면, 교수 어린아이 생일날 풍선 불어주기, 교수 가족 외출시 개밥 주기, 연구비 횡령 및 착복 방법 지도 등이다. 참된 학문의 길로 인도해야 할 ‘지성’들이 가짜 영수증 정리하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으니, 제자들이 ‘사마귀’처럼 날을 세울 것은 당연하다.
공자가 그토록 싫어하던 ‘사이비(似而非)’들을 국민의 혈세로 먹여 살리는 이 현실을 어찌하랴! 논에서 피를 뽑지 않으면 벼는 말라죽게 된다. 벼는 벼이고 피는 피일 뿐이다. 사이비들이 개과천선해 봤자 사이비일 뿐이다. 어디 서울대만의 일이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polifessor)를 포함한 사이비들을 대대적으로 솎아내지 않으면 우리 대학과 한국은 미래가 없다.
문득, 언젠가 들은 적이 있던 일화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치솟는 환율로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한국인 제자에게 사비를 털고, 자신의 거처를 제공해가며 학문의 길을 독려했던 베이징 대학 모 중국인 교수의 얘기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중국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가끔해요. “중국은 폭력에 대해 관용적인 부분이 있고 한국처럼 즉각적으로 처벌이 가해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어난다. 약육강식의 야만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