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기적을 일궈 낸 ‘바보’ 진스밍(金世明)

‘우공(愚公)’의 후예들

진스밍(金世明)?<자료사진=충칭완바오(重慶晩報)>

흔히들 중국을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로 부른다. 면적이 960km로 한반도 넓이의 무려 44배 가까이 된다. 이 광활한 중국 대륙을 배낭 하나 매고, 지구 두 바퀴에 해당하는 8만 여km를 걸은 사나이가 있다. 중국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나이가 아니라 예순의 노인이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중국의 ’10대 기인’에 선정된 ‘바보’ 진스밍(金世明)이다. 금년 6월, 7년 째 대륙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그의 행적을 각 신문들이앞 다투어 보도하였다. 지난 6월17일자 충칭완바오(重慶晩報)에 실린 그의 ‘우직한’ 발걸음을 소개해 본다.

진스밍은 산시성(陝西省) 바오지(??) 출신으로, 1952년 의사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왕복 6km에 이르는 학교 길을 뛰어서 다녔다. 그가 17세 되던 무렵, 부모는 문혁의 와중에서 박해를 받아 사망하였고 이내 고아의 몸이 되었다. 혈혈단신 신장(新疆)으로 건너가,후캉(阜康)시의 한 광산에서 탄광 노동자로 일했다. 그리고 줄곧 독신으로 지냈다. 그는 숙소에서 탄광까지 왕복 10km에 이르는 길을 단숨에 오르내렸다. 겨울에는 솜바지도 입지 않고 지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일한 ‘재산’이 건강인 셈이다.

퇴직이 임박한 2005년 2월, 진스밍은 퇴직 후 베이징까지 도보여행을 떠나자고 동료 두 명과 약속하였다. 드디어 세 사람은 같은 해 8월16일 약속대로 ‘장도’에 올랐다. 후캉시를 출발하여 우루무치, 칭하이 성을 거쳐 티베트의 라싸에 도착하였다. 함께 길을 떠난 두 동료는 체력이 부쳐 중도에 포기하였다. 외롭게 ‘도보 순례’를 계속한 그는 15개월 만인 2006년 11월에 마침내 베이징에 도착하였다. 장장 1만5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의 장거를 혼자서 일궈낸 것이다. 아무래도 죽은 ‘우공’이 다시 태어난 것만 같다.

진스밍은 퇴직 연금으로 매월 1700위안(약 30만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 길을 나서서 한 달을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의 나그네 길은 싸구려 여인숙이나 노변에서 자고,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거렁뱅이 여행’ 그 자체였다.

첫 발을 내디딜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으나 베이징에 도착 하고나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팬들도 생겼다. 성금을 걷어 주며 그를 격려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헤진 신발로 ‘조국의 산하’를 묵묵히 걷고 있는 그를 안쓰럽게 여겨 운동화를 사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때부터 한껏 자신감에 부풀은 그는 전국을 일주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모두 1922개 시와 현을 통과하였다. 앞으로 2년 동안 남은 578개 현을 모두 다 걸을 작정이다. 그는 하루 평균 50km를 걷는다. 지금까지 갈아 신은 신발만도? 58켤레나 된다.

한국에서는 해마다 청소년들이 ‘국토순례 대장정’에 나선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며 결연한 각오로 길을 떠난다. 마치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터에 나서는 ‘전사’의 모습 같다. 언론에서도 파김치가 돼 저녁을 맞이하는 젊은이들의 ‘대견한’ 모습을 소개한다. ‘고독한 바보’, 진스밍이 길동무도 없이 홀로 7년 간 걸은 것에 비하면 문자 그대로 ‘새 발의 피’요, 공자 앞에 문자 쓰는 격(班?弄斧)이다.

금년 여름, 진스밍의 고난에 찬 ‘국토 대장정’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았다. 드디어 7월 중순 벼르고 벼르던 우루무치행 기차표를 어렵사리 구했다.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서른 시간 정도 걸리는 기차표가 매진됐고, 40시간이 넘는 기차표나마 겨우 예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통과 피부병, 비위생적인 기차 내부 환경, 먹을거리 걱정에 40시간 넘게 기차여행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기차표를 물리고 귀국길에 오르고 말았다.

‘바보’ 진스밍이 날 꾸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 바보야! 세상에서 그렇게 편한 여행이 어디 있니?” 자꾸 ‘간사’해지려고 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도인(道人)’ 진스밍 앞에 무릎 끓고 진정한 ‘바보의 도’를 배우기 위해 가르침이라도 청해야 할 것 같다.

*아시아엔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처럼, 아시아엔이 ‘바보’ 진스밍처럼 愚直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를 기원합니다. 섬서성 웨이난 사범대학 ‘謫居’에서 강성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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