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짝퉁 만드는 중국인, 즐기는 한국인

중국하면 ‘가짜 천국’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100위안짜리 종이 돈을 건네주면 상인들은 예외 없이 만져보고 비스듬히 위아래로 비추어보고 진위여부를 확인한다. 100위안짜리뿐 아니라 50위안이나 20위안짜리 위폐도 많다고 들었다. 중국은 위조지폐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은행창구나 심지어 담배가게 앞에도 위조지폐 신고 전화번호와 ‘위조지폐를 척결하자’는 문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의 국보급 술인 마오타이나 면세점에서 3000위안(한화 50여만원)을 홋가하는 최고급 명주인 젠난춘(劍南春)은 가짜가 진짜보다 더 많다고 한다. 심지어는 공산당 고급 간부들이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주문한 마오타이 주조차도 가짜였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 보도된 적도 있다. 이제는 면세점에서 파는 것도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친구들이 가짜가 많으니 아예 명품 술은 마시지 말고, 차라리 100위안(한화 17300원 정도) 미만짜리 술을 마시라고 충고한다.

내 자신이 살아서 숨쉰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으니 어찌 서글프지 않겠는가?? 일찍이 미국인 선교사 아더 핸더슨 스미스(Arthur Handerson Smith, 1845∼1942)는 ?자신의 저서 <중국인의 특성>을 통해 ‘중국인의 성격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이 책에서 중국인 성격의 장단점을 26가지로 지적했는데 그 중 불성실과 신용의 결여는 주목할 만하다. 스미스의 관찰기록을 믿지 않으려 해도 빈번하게 ‘짝퉁 물건’, ‘짝퉁 인간’을 접하고 나니 도리가 없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숙소 주변에는 강소성 교육청과 전력공사 등이 자리잡고 있는 번화가 다. 이들 건물 뒷편에는 크고 작은 분식점, 요리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음식의 질은 형편 없지만 한국음식을 흉내낸 집만 해도 5~6곳은 족히 돼 보인다. 어떤 곳은 이미 한국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짙은 향료냄새며 ‘짝퉁’ 냄새가 풍긴다.

지난 8월 말, 여름의 말미인데도 난징의 날씨는 거의 40도를 육박하였다. 마침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서 보드랍게 광택이 나는 복숭아를 몇 개 골랐다. 보기에도 저절로 군침이 도는 복숭아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서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었다. 한 손으로 신문을 펼치니 어떤 복숭아 장사가 ‘하이타이’를 풀은 물에 가득 담은 복숭아를 열심히 씻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띠었다.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겉을 깨끗하게 닦은 지나치게 붉고 윤기 나는 복숭아는 외면하고 털복숭아만 찾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한때 톱밥을 섞은 고춧가루가 시중에 나돈 적이 있었고, 개고기를 하이타이 물로 ‘깨끗이’ 씻어 손님에게 ‘정성껏’ 봉사하는 개고기 장사들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른바 ‘개같이’ 돈을 벌기위해 차마 할 수 없는 짓들을 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누가 누구를 비난할 것도 없다. 한국과 중국은 ‘다정한 이웃나라’ 같다.

‘하이타이 복숭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추절을 전후하여 신문과 티브이에 ‘띠꺼우여우(地溝油)’라 하는 가짜 식용유 사건이 연일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띠꺼우여우란 여러 번 사용하고 버린, 음식조리에 전혀 사용할 수 없는 폐식용유를 말한다. 띠꺼우란 이름 그대로 하수도를 일컫는 말이다. 듣기로는 영세업자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하나 돈에 눈먼 영혼들이 장사하는 곳에는 아마도 상당수가 이 썩은 기름을 사용하지 않을 까 싶다. 일부 업소는 진짜 식용유와 헐값에 사들인 식용유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숙소를 지키는 경비 아저씨에게 조간신문을 보여주며 ‘가짜 식용유’ 얘기를 꺼내자 분노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뒷골목 작은 음식집에서 사용하는 기름들은 대부분 ‘띠꺼우여우’를 사용한다. 이것은 모두 행정당국의 단속이 미약한 탓이다. 절대 이런 곳에서 튀긴 음식 등을 사먹지 말라.”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꿀에 간장을 섞어 천연 꿀로 속여 파는 행위는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먹고 마시는 것에 이렇게 마음 졸이게 만드니 이곳에서 어찌 이방인이 정을 붙이고 살 수 있겠는가. 한겨레신문 기자였던 차한필이 온 몸으로 겪고?쓴 <이래도 중국 갈래>라는 책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문득 수년 전 샌드위치를 먹고 배탈이 나서 병원문을 들어선 뒤 불귀의 객이 돼버린 황정일 공사가 생각났다. 그는 차를 몰고 아픈 배를 감싸주고 무턱대고 한 병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불량’ 링거주사를 맞고 졸지에 변을 당하고 말았다. ‘짝퉁 샌드위치’를 먹고 ‘짝퉁 인턴’이 놔준 ‘짝퉁 주사’ 한 방에 고귀한 외교관의 삶에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다.

‘불량음식, 가짜음식’ 조심하라고 하면서도 매일 매일 귀찮을 정도로 전화통을 붙들고 ‘짝퉁상가’ 위치를 알아봐 달라는 철없는 아내 생각이 났다.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일부러 택시를 잡아타고 ‘짝퉁시장’이 어디냐고 물으면서 기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황하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나 애국주의에 충만하게 젖어있는 택시기사에게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난징에서 짝퉁물건을 파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어요. 중국에서 짝퉁물건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어요. 아시겠어요? ”

거의 애걸하다시피 짝퉁 가게 위치를 알아내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점잖은 서생이 중국서민에게 ‘개망신’을 당하고 만 것이다. 한국아줌마들은 베이징으로, 상하이로, 홍콩으로, 광저우로 몰려다니면서 ‘짝퉁사냥’에 나선다. ‘가짜천국’, ‘불량식품천국’, ‘더러운 중국’을 욕하면서도 이들이 진짜 뺨치게 만드는 짝퉁물건에 환장을 한다.

엊그제 막 도착한 ‘철없는 아내’가 상해 짝퉁시장에 가자고 조른다. 북어는 두들겨 패서 부드럽게 만들 수 있지만, 나이 들수록 심술궂고 완악하기 이를 데 없는 아내를 이길 힘이 없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유사한 속담이 중국에도 있다.

“강산역개, 본성난이(江山易改 本性難移)”

짝퉁을 만드는 사람만 욕할 수 없다. 짝퉁을 즐기는 ‘동방예의지국’ 사람들의 이 못된 버릇을 언제나 고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