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주원장, 장제스, 전두환의 닮은꼴은?

주원장의 금의위(?衣?), 장제스의 남의사(?衣社) 그리고 전두환의 보안사

역사에 출몰한 무수한 특무조직의 속성은 대체로 강철 같은 규율, 그릇된 충성심, 흉악, 잔혹, 음모, 감시 및 상호감시, 호가호위, 탐욕 등으로 요약된다. 특무조직은 독재자의 최후가 그렇듯, 그 속성상 사회에 온갖 해악을 끼치다 결국 종막을 고하고 만다.

봉건시대 황제들이나 히틀러, 장제스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독재자들은 자신의 눈과 귀가 돼 줄 심복 조직을 필요로 하였다. 명나라는 이른 바 ‘특무조직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금의위, 동창(東廠), 서창(西廠) 등 특무기관이 공포정치에 앞장섰다. 의심 병이 도진 명 태조 주원장은 정규군 외에 휘하에 금의위라는 특무조직을 거느렸다. 금의위는 황제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였다. 주원장 시대는 이선장(李善長? 1314~1390) 등 개국공신을 포함하여 10만 명 이상을 숙청한 ‘공포와 살육의 시대’였다.

근대에 들어서는 어떠한가. 장제스의 특무조직, 남의사 또한 금의위 못지 않게 악명 높기로 유명하였다. 황포군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조직된 남의사의 공식 명칭은 ‘중화민족 부흥사’였다. ‘남의’란 황포군관학교의 푸른 제복을 상징한다. 남의사는 출범 당시, 반부패, 농촌 부흥, 도덕과 예의 숭상, 교육혁신, 영토 회복, 산업개발 등을 설립 취지로 내세우며 애국애민의 길을 걷고자 하였다. 그러나 장제스에 의해 반대파 제거 등 정략적 목적으로 악용되면서 순수성을 잃고 흉악무도한 조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장제스의 조종과 비호 아래 이들은 감시, 불법 체포, 감금, 테러 등을 일삼았다. 남경대학살 때 일본군에 의해 희생된 사람의 숫자가 30여 만 명이었는데 비해, 남의사 조직원들에 의해 살육당한 사람의 수가 무려 60 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남의사는 1932년부터 6년 여 존재하며 악명을 떨치다가 영수인 장제스에 의해 1938년에 해체되었다. ‘중국의 히틀러’로 불린 장제스의 심복, ‘악의 화신’ 다이리(戴笠? 1897~1946)도 이 무렵 활약한 특무조직의 우두머리였다.

우리의 5공 시절은 어떠하였는가. “단돈 ‘29만원’ 밖에 없다”며 희대의 쓴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전두환은, 한 때 봉건왕조의 황제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였다. 그가 지나가면 하늘을 날던 ‘솔개’, ‘독수리’ 등도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머리 쳐 박고 저만 살겠다는 ‘꿩’같은 하찮은 부류들은 “제발! 목숨만 살려 달라”며 알아서 기었다. 그의 권력 기반이었던 보안사의 위세 또한 하늘을 찌를 듯했다.

권력을 좇는 자들이 그를 ‘알현(謁見)’하고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심지어는 ‘황제’를 뵙기 위해 우중(雨中)에 보안사 사령부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린 모 장군의 일화가 전설처럼 들린다. 이 쯤 되면 오기택이 부른 ‘우중의 여인’이 아니라 ‘우중의 남자’라 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장군의 덕’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권력의 핵심에 기댄 이 장군은 그 뒤로 승승가도를 달리며 수많은 고위직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반면에 기세등등한 보안사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에 외롭게 맞서 싸우던 장태완 장군, 정병주 장군, 김오랑 소령 등은 참 군인의 길을 걷다가 비운을 맞이했다. 장태완 일가는 아버지, 아들, 그리고 부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장태완의 부친은 곡기를 끊고 막걸리로 연명하다 절명하였고, 아들은 왜관 할아버지 묘소 앞에서 동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올 초에는 부인마저 투신자살하였다. 이들의 ‘원혼(?魂)’을 누가 달래 줄 것인가!

아울러 애꿎은 피해자들도 속출하였다. 심지어는 서민 스타일의 탤런트, 코미디언에게까지 화가 미쳤다. 머리가 ‘우아하게’ 벗겨진 탤런트 박용식(66)씨와 원숭이 흉내를 잘 내는 주걱턱 김명덕(52) 씨는 통치자와 영부인을 닮은 외모로 인해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하루 아침에 밥줄이 끊어진 이들은 생계 전선에 나가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생계가 막연해진 박용식 씨는 우연히 음식점에서 만난 방송국 고위층에게 다가가 “가발을 준비했으니 제발 출연시켜 달라”고 사정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인기 절정에 있던 김명덕 씨는 하루아침에 단역배우로 전락했다. 그것도 턱에 흰 수염을 붙여 긴 턱을 가려야만 하는 도사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몇 해 전 방송기자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울화통이 치밀어 한 때 턱을 깎아버리든지, 부숴버리려고 했다”고 울분을 토한다. 우울한 시대가 빚어낸 웃지 못 할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사람의 성격도 쉽게 바뀌지 않듯이, 특무 조직의 속성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할 수 없나 보다. 기무사는 보안사의 후신이다. 최근 기무사 소속 두 명의 간부에 의해 저질러진 ‘성 매수 은폐 및 민간인 대타 처벌 사건’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자체 감사 기능이 마비된 기무사가 국방부 조사단에 조사를 받는 수모를 당하였다. 기무사 소속 한 젊은 장교에 의한 불법 민간인 사찰이 드러나 세인의 지탄을 받은 기억이 아직 새롭다.

정규군을 무력화시킨 보안사의 전례처럼, 특무 조직이 지나치게 특권을 누리면 정규군 조직이 약화될 소지가 크다. 정규 부대 지휘관이 그들의 위세에 눌려 소신껏 지휘하지 못할 까 심히 우려된다.

장제스는 30여 만 명에 이르는 자신의 심복 조직, 남의사를 왜 해체하였을까? 아마도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큰데서 연유한 것이리라. 오이의 쓴 부분은 먹을 수 없다.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조직이 국민에게 지탄받는다면 그 조직의 존재가치에 마땅히 회의를 품어야 한다.

오늘 따라 몹쓸 인간들에게 수액(樹液)을 빨려 비실대는 강원도 인제 미산계곡의 고로쇠나무가 왠지 처량하게 느껴진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