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누가 자오펑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고 3병’은 중국에도 예외가 없다. 학생도 선생도 가장도 이로 인해 모두 다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신경보(新京報)의 기사를 인용한 지방 신문, 화상보(華商報) 5월29일자에 실린 슬픈 사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지난 4월27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허베이(河北)성 관타오(?陶)현 고 3 담임인 자오펑(??, 30세)씨가 과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생활고를 비관하다 농약을 먹고 고달픈 삶을 마감하였다. 그의 죽음 앞에는 모두를 애끓게 하는 짧은 유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사는 것이 참으로 피곤하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이 생활에 질식할 것 같다. 쥐꼬리만한 월급 가지고 한 달 쓰기도 빠듯하다. 난 이런 극단적인 방식을 택해 이 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이 학교생활은 내가 택한 길이므로 결코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내 아들과 아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목이 멘다. 학교 당국이 부디 아들과 내 처를 잘 돌봐주기를 소망한다.? 자오펑, 2012년 4월 27일 밤”
자오펑은 하얼빈 사범대학 영어학과를 졸업한 전도양양한 젊은이였다. 2006년, 그는 고심 끝에 산 설고 물 설은 이 학교에 부임하였다. 2008년에 마팅팅(馬??)과 결혼하였으며, 한 살짜리 아들을 두었다. 중국의 부부들은 거의 다 맞벌이(??工)를 한다. ‘가정주부’라는 말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아니라면 저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비슷하게 생긴 전동차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다. 자오펑 부부도 마찬가지다. 두 부부의 한 달 소득 내역을 들여다보자.
자오펑의 기본급은 1450위안(한화 약 27만원)이며, 여기에 교통보조비 500위안이 더해질 뿐이다. 부인의 수입은 이보다 더욱 형편없다. 관타오현 인민병원 방사선과 임시직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부인의 월급은 기본급 308위안과 보조수당 60위안을 포함하여 368위안 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 노동자 사흘치 임금과 비슷하며, 중산층 일가족의 하루 외식거리에 불과하다.
자오펑이 몸 담고 있는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의 일과는 과로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그는 아침 5시40분에 일어나 집을 나와 학교로 향한다.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다시 기숙사에 가서 학생들과 함께 아침 체조와 달리기를 한다. 고 3담임은 마치 군대의 소대장처럼 50~60명의 학생들과 24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잠자리에 드는 밤 10시에야 그도 하루 일과를 마감한다. 하루 16시간 가까운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과 박봉에 따른 생활고로 젊은 자오펑의 정신과 육체가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조조 학습, 야간 학습, 주말고사, 월말 고사 그리고 각종 테스트 등으로 심신이 지친 학생들은 한 달에 단 하루를 쉴 뿐이다. 교사들도 이 날 하루는 공식적으로는 휴일이다. 그러나 이 날도 담임교사는 쉴 수가 없다. 월말 고사 채점을 마쳐야 한다.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도 결코 한가로울 수 없다. 겨우 열흘을 쉴 수 있을 뿐이다. 보충수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담임을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담임 수당으로 많아야 매 월 겨우 200위안이 지급될 뿐이다.
아내 마팅팅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반년 전부터 자오펑은 탈모가 심해서, “좀 더 심해지면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겠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와 동향 출신인 동료 담임 교사 천레이(陳磊)는 그가 “이번 대학입시만 끝내면 고향으로 함께 돌아가자”고 했다며 울먹인다.
빈한한 농촌 출신이었던 자오펑은 가정교사,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스스로 학비를 감당하였으나 대학 졸업과 동시에 27000위안이라는 빚이 고스란히 남았다. 결혼을 하면서 전세자금 등의 명목으로 빌린 7만 위안 등을 포함하여 13만 위안에 이르는 ‘거액’의 빚을 지게 되었다.
두 부부의 소득으로 매월 집세 650위안, 아기 우유 값 500~600위안 등을 제하고 나면 쓸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자메시지로 통보된 4월분 급여 명세서에 보니 그동안 지급되던 교통보조비 500위안이 끊겼다. 천레이의 말에 의하면, 4월분 봉급 명세를 알리는 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그가 달려와서 그 내용을 보여주며, 긴 한숨과 더불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비보를 접하고, 해당 학교 측에서는 만 두 살이 채 안된 어린 아들에게 일정액의 양육비를 지급할 것이라고 한다. 관타오현 당국도 마팅팅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늘로 비상하려는 ‘거대한 용(중국)’의 꼬리는 ‘입시 지옥’, ‘빈부격차’, ‘농민공 문제’,? ‘부정부패’, ‘관료주의’ , ‘물질만능주의’ , ‘비합리적 꽌시 문화’ 등으로 썩어문드러져 있다. 거대한 용은 영원히 비상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누가 자오펑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