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호사다마(好事多魔)와 호사다마(好事多磨)
강의 중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용어를 칠판에 쓸 기회가 생겼다. 그러자 중국 학생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선생님! ‘마(魔)’자가 틀렸어요. 그렇게 쓰면 안돼요.”라고 요란스레 떠들어댄다.
순간, 영문을 몰라 당황하였다. 한 학생을 지명하여 앞으로 나와서 ‘마’ 자를 직접 칠판에 써 보라고 하였더니, ‘갈 마(磨)’ 자를 쓰는 것이었다. 중국 성어사전을 찾아보니 동일한 의미이지만, ‘磨’로 엄격히 구별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교수들에게 글자가 달리 사용된 연유와 두 글자가 통용되는 글자인지를 물어봐도 별 뾰족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이들도 이내 머리를 긁적이고 만다.???
‘갈다’, ‘닳아 없어지다’라는 의미의 ‘마(磨)’ 자와 마귀 ‘마(魔)’ 자가 통용되는 글자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자 사전을 찾아보니, ‘갈 마’ 자의 네 번째 의미에 ‘고생하다’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간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한-중’ 한자성어
한국과 중국의 사자성어에는 완전히 같은 것, 일부 비슷한 것, 순서가 뒤바뀐 것, 글자는 다르나 의미가 같은 것, 글자는 같으나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것 등 대략 다섯 가지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각각에 대해서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1)완전히 같은 예
대동소이(大同小異), 모수자천(毛遂自薦), 진퇴양난(?退??), 모골송연(毛骨悚然),
와신상담(?薪嘗膽), 안빈낙도(安??道) ??????????????????????????????????
2)상호 유사한 예
죽마고우(?梅竹?),문전성시(?庭若市),삼라만상(包羅万象), 백절불굴(百折不?),
백년해로(白頭偕老), 노익장(老?益?), 자수성가(白手起家), 오욕칠정(七情六肉),
상궁지조(驚弓之?), 불청객(不速之客)
3)순서가 뒤 바뀐 예
??? 인구회자(?炙人口),현모양처(?妻良母),풍찬노숙(餐風露宿)
4)? 글자는 다르나 의미가 같은 예
??? 천고마비(秋高氣爽)?
5)글자는 같으나 의미가 완전히 다른 예
??? 백척간두(百尺竿頭)
한국에서는 흔히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보통 ‘백척간두’와 ‘진일보(?一步)’가 결합하여, ‘이미 적잖은 성취를 이뤘으나 더욱 노력하여 발전하기 바란다(百尺竿頭 ?一步)’는 격려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조금 더 부언하면, 중국에서 이 말의 의미는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후진타오를 비롯한 국가 주요 지도자들은 전국인민대표 대회 등 주요 회의석상에서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 말은 이미 상당한 업적을 이루었으나 그 바탕 위에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서 진일보 발전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여기에서 소개한 예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入鄕隨俗)’는 말이 있다. 이처럼 비록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자성어라도 중국에 와서 사용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국인 또한 마찬가지다. 한자의 종주국을 자처하며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성어적(成?的) 표현들을 무조건 거부만 할 것이 아니다. 한문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이미 중국 만의 것이 아닌 아시아의 보편적 문화 유산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