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 시평] ‘국방장관’ 송영선 ‘열사’의 산화(散華)’

피를 너무 빨아 통통하게 살이 부어 오른 모기는 잘 날지 못한다. 그러나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른다. 다시금 피를 빨아야 할 대상을 찾아 그 앞에 서성인다. 그 순간 양 손바닥에 맞아 피를 뿌리며 장렬히 ‘산화(散華)’한다.

최근 송영선 씨가 강남의 사업가, K 모 씨에게 여의도 오피스텔 운영비 등 정치활동 자금 명목으로 1억 5천 만원을 ‘애걸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돼, 천추에 씻을 수 없는 망신을 당했다. 동시에 그토록 갈구하던 국방장관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중국 속담에 빤쥔루빤후(伴君如伴虎)라는 말이 있다. 군주(권력)를 가까이 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를 가까이 하는 것과 같아서, 예기치 못한 살신의 화를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기를 노리며 호랑이(권력)에 가까이 다가가려다가 송영선은 결국 물려 죽고 말았다.

이 보도가 나가자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무려 3000개 가까운 댓글이 쇄도하였다. 무료하던 차에 댓글 모두를 쭉 훑어보았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욕설과 조롱, 비난들로 가득했다.

한 타락한 정치인의 도덕성을 놓고 비난해야 마땅하나 상당수가 신체의 특정 부위까지 거론해가며 통렬한 인신공격을 가하였다. 그 불명예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 아마 인제 내린천 맑은 물에 백년을 씻어도 모자랄 것이다.

반사 이익을 노리는 진영에서는 송영선의 ‘거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비아냥거리는 ‘예찬’의 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띠었다. ‘박근혜를 껴안고 뛰어내린 논개 송영선!’, ‘장하다! 송영선 열사!’ 운운하며 그녀의 ‘장거’를 기렸다. 아울러 계속해서 핵폭탄을 터뜨려 주기를 희망하였다. 이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추모하고 기리는’ 예는 일찍이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위키 백과에 나타난 송영선의 프로필을 들여다보자.

-1953년생, 59세.
-경북여고 및 경북대 졸, 하와이 대학 정치학 박사.
-국방연구원 연구원, 동 연구원 국방정책실장 및 안보전략센터 소장
-17, 18대 국회의원(국회 국방위 소속)
-30년간 북한과 안보 연구

화려한 경력이 아닐 수 없다. 얼핏 봐서는 오직 국방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우국지사’임에 틀림없다.

이 정도면 국방장관 감으로 결코 부족하다 할 수 없다. 그녀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밑에서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되려는 ‘아름다운 꿈’을 간직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이라는 자리가 전리품 나눠 갖듯 아무나 차지할 수 있는 자리인가. 사업가에게 돈 몇 푼 빌어 갖다 바치면 되는 자리인가.

독일·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 여성 총리, 여성 대통령이 맹활약하고 있는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국방의 수장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왜 우직한 모습과 다르게 정도를 포기하고 샛길로 가려다 횡액을 자초 하였는가. 애석하고 애석할 뿐이다.

어느 한 순간, 국방장관 집무실에 앉아 뭇 장성들을 향해 매서운 눈을 부라리며 호통 치는 ‘국방장관 송영선 열사’의 모습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당신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세 끼 밥 먹고 그렇게 할 일들이 없어요?”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중국산 살찐 모기 한 마리가 눈앞에 무기력하게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벽에다 대고 힘껏 내리쳤다. 벽이 벌겋게 물들며 아내가 좋아하는 납작 만두처럼 모기가 납작하게 되었다. 정치판에 난무하는 굶주린 모기와 살찐 모기들! 그들은 과연 그들의 최후를 알기나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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