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마오타이주의 ‘불편한’ 진실

시중에 유통되는 마오타이주(茅台酒)의 90%는 가짜

귀주 마오타이(?州茅台), 우량예(五粮液), 젠난춘(?南春) 등은 중국의 특급 명주로 꼽는다. 면세점에 진열된 중국 명품 술의 가격은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일백 만원을 호가한다. 평균 가격대가 비싸다보니 가짜 및 유사 제품 생산업자, 불법 유통업자들이 도처에 우글거린다.

<21세기 경제보도>를 인용한 지난 6월 13일 자 <화상보(華商報)>에,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마오타이 주의 90%가 가짜라는 기사가 톱뉴스로 보도됐다. 이 글을 보고 그동안 품고 있었던 ‘마오타이 주의 진실’에 관한 의구심이 다소 풀렸다. 기사의 전말을 훑어보면 이렇다.

귀주(?州)성 상무청 연구원 천여우타이(陳有泰)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09년 마오타이주의 연 생산량은 2만 톤에 불과한데, 2010년 소비량은 최고 20만 톤에 이른다고 하였다. 모순된 얘기가 아닐 수 없다.?10 명 중 9명 꼴로 가짜 마오타이주를 마신 셈이다. 이것은 진짜 마오타이주의 점유율이 실제로는 10% 밖에 안 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다수가 가짜를 선물하고, 가짜 술을 마시는 ‘기쁨’을 만끽한 것이다.

마오타이주는 귀주성 런화이 시(仁?市) 마오타이 전(鎭)에서 생산된다. 마오타이 회사 측은 자체 인터넷 망을 통해 금년도 마오타이 주 공급량은 53도 제품 9500톤, 43도 1300톤이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아울러 전국 각 지역에 가짜 마오타이주 신고처와 책임자 이름도 명시하였다. 총 공급량을 밝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며, 가짜를 박멸하기 위해 고육책을 쓴 것이다. 한동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가짜가 횡행하는 것을 보고도 공급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마오타이주의 가격과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바이두 검색창에 들어가 ‘2011년 귀주 마오타이주 가격표’를 확인해보니 그 종류가 무려 90가지도 넘는다. 연도별, 용량별, 도수별, 그 밖에 건국 60주년 기념, 세계박람회 기념 등 온갖 명목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용량은 500밀리리터 상품이 가장 널리 보급되며, 그 밖에 100밀리리터에서부터 1000 밀리리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도수별로는 38도, 43도, 53도 등 세 종류가 있다.

가격도 500밀리리터 기준, 영빈주(迎賓酒)가 최저 가격으로 78위안, 왕자주(王子酒) 148위안, 명장주(名將酒) 499위안, 50년산은 27200위안(490만원), 80년산은 자그만치 255000위안(4590만원)에 달하였다. ‘술과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는 말이 실감난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말에 의하면 가짜 마오타이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완전 가짜와 유사품이 그것이다. 완전 가짜란 마오타이주 맛을 내기 위해 첨가제 등을 섞은 불량 혼합주다. 다른 하나는 유사 마오타이주다. 이 중에서 문제되는 것이 유사품이다. 유사품은 적발이 쉽지 않다. 유사품이란 같은 마오타이 전(鎭)에서 만든 무허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마오타이 전에는 ‘귀주 마오타이’ 이름을 도용해 한 밑천 잡으려고 무허가 군소 마오타이 주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 무허가 업체들의 투자액은 미미하며, 마진이 무려 90%에 이른다고 한다. 마치 ‘경주 황남빵’, ‘곤지암 소머리 국밥’, ‘현풍 할매 곰탕’ 그리고 ‘영광 굴비’등을 흉내 낸 수백 개의 유사 가게들이 성업 중인 것과 같다.

몇 년 전 마오타이주를 선물 받고 아까워서 가보(家寶)처럼 모셔둔 적이 있었다. 포장 상자 안에 작은 돋보기와 함께 설명서가 들어 있었다. 설명서대로 진위여부를 확인해 보기 위해 병뚜껑에 돋보기를 갖다 대었다. 육안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돋보기로 확인해보니 마오타이 주를 상징하는 선명한 상표가 나타났다. 당시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진짜라고 믿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가짜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내용물이 중요하지 겉이 아무리 화려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기야 가짜 학위증, 가짜 신분증도 척척 만들어주는 사람들인데, 소비자의 눈을 속이려면 ‘돋보기 배려’ 쯤이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중국 생활에 익숙한 한국 교포들은 이구동성으로 100위안(18000원) 이하의 중저가 술을 마실 것을 권한다. 선물할 때도 지명도가 높은 술일수록 가짜가 많으니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서민용 술도 가짜가 많다는 데에 이르면 할 말을 잃는다. 우리 돈 몇 백 원 밖에 하지 않는 싸구려 ‘불량 고량주’를 마시고 죽은 농민의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심지어는 칭다오 맥주마저도 가짜가 나돌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인회 사무국장이 귀띔해 준다.

몇 해 전 접했던 마오타이 주에 관한 ‘웃기는’ 보도가 문득 떠오른다. 베이징 지역의 고위 공산당 간부들이 회식자리에서 쓸 목적으로 마오타이 주를 사전에 주문하였는데 제공된 술이 모조리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한동안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 중고차 장수는 부자지간도 속인다더니, ‘아군끼리’는 봐 줄만도 한데 돈 앞에는 아군도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길거리 주류 상점을 지나칠 때 마다 모든 술이 가짜로 보이고, 상점 주인도 ‘사기꾼’으로 보이니 의심 병이 도저도 단단히 도진 모양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