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시진핑, ‘중화민족 부흥의 길(??之路)’을 말하다
시진핑 등장 후, ‘위대한 중화민족주의의 부흥’이라는 용어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1월15일,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은 내외신 기자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시종 자신이 넘치는 표정으로 인상적인 연설을 하였다.
“오늘날 중화민족은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흥하고 있습니다. … 모든 인민이 애써 이룩한 강대한 신중국의 위업을 이어받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나 할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말은 이후에도 반복된다. 2주 후인, 지난 11월29일, 시진핑을 포함 7인 상무위원이 국가박물관에 전시된 ‘부흥의 길’을 둘러보았다. 관람을 마친 후 시진핑은 즉석에서 의미있는 발언을 하였다. 겨우 A4 용지로 36줄 분량의 짧은 연설 가운데, 무려 여섯 번에 걸쳐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1840년(아편전쟁) 이래, 중화민족은 줄기차게 고난의 길을 극복해 왔습니다. 그 결과 중국 대지에서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중화민족은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에 넘쳐 있습니다.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목표에 근접하였습니다.”
시진핑! 그의 굵고 흡인력있는 목소리가 거침 없이 이어진다.
“ ‘중국의 꿈(中國夢)’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무엇을 가리켜 중국의 꿈이라고 합니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시키는 것이 다름 아닌 중국의 꿈인 것입니다. …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는 전면적인 ‘소강사회(小康社會)’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가 두 차례에 걸쳐 남긴 연설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애국주의·중화민족주의의 기초 하에, 전 국민이 공산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소강사회’ 진입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소강사회란,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이상사회인 대동사회(大同社會) 보다 한 단계 아래로서, 예와 법으로 다스려지는 사회를 말한다.
‘소강’이란 말은 『시경· 대아(詩經?大雅)』편에 처음 등장한다. ‘수고로운 백성을 조금 편안하게 해주는 상태(民亦?止,?可小康)’를 ‘소강’이라 하였다. 소강사회를 달리 표현하면, ‘등 따시고 배부른(溫飽)’ 상태로서, 전 국민이 의식주 등 기본적 욕구 충족 단계를 넘어 어느 정도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말한다.
소강사회로 나아가려는 중국사회 앞에 가장 큰 골칫거리인 빈부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SBS에서 지난 11월18일 방영된 ‘최후의 제국’에 보면, 중국사회에서 빈부격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여인의 대조적인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벼랑 끝에 몰린 스물 두살의 여인은 자기가 낳은 아이를 기르기 위해, 모유를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대리수유모’다. 한편, 어떤 호사스런 여인은 월 사용료 5000만원에 이르는 상하이의 어느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뒹군다. 돈이 가져다 주는 ‘쾌적함과 행복’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당면한 문제는 빈부격차 뿐만이 아니다. 시진핑은 중국이 소강사회로 들어서기 위해 청산해야 할 병폐들도 지적하였다. 부정부패, 관료주의, 형식주의, 인민의 여망에 배치되는 행동(??群?) 등이 그것이다. 내외신 기자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갓 취임한 최고 지도자가 이른 바 ‘4대 악’을 문제삼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제, 시진핑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중화민족의 부흥’을 꿈꾸는 현실 앞에 부러움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한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이웃나라 중국의 굴기(?起)는 우리에게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중국의 향배에 관심이 지대한 일개인으로서, 진심으로 ‘중국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가난에 지친 가련한 중국 서민들이 모두 다 기본적인 풍요를 누리는 행복한 소강사회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중국이 ‘중화패권주의’로 치달아 이웃나라들을 깔보고 능욕할까 두렵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미래, 한민족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들은 이익을 좇아 이 당 저 당을 누비고 다닌다. 정치 원로로부터 정치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원칙도 비전도 없다. 이들의 이전투구를 바라보노라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최근 몰아닥친 혹독한 영하의 추위보다 더한 냉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민족이 같이 힘을 합쳐 세계사의 격랑에 대비해도 부족한 판에 북한 ‘세습왕조’는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매천 선생, 면암 선생이 오늘 우리 한반도의 현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