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레이펑은 누구인가

중국인들이 '레이펑을 받들자'며 정신을 기리고 있는 레이펑(雷?, 1940~1962).

“나의 삶은 유한하나, 인민을 향해 봉사하려는 나의 마음은 무한하다.”
“나는 국가와 인민을 위해 영원히 녹슬지 않는 작은 나사못(螺??)이 되겠다.”

레이펑(雷?, 1940~1962)의 일기에 보이는 글이다. 레이펑, 그는 누구인가. 레이펑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출신으로 본명은 레이정싱(雷正?)이다. 빈농의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7세에 부모를 여의고 삼촌 밑에서 자라났다.

1957년 공청단(共靑團)에 가입했다. 1960년에 키 154cm, 몸무게 55kg의 왜소한 체구로 우여곡절 끝에 숙원(宿願)하던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 작은 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얼굴에 활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트럭 운전병으로서 매사에 솔선수범하던 평범한 병사였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마오쩌둥 사상 학습에 열성적이었다. 입대 후 2년 반 되던 해인 1962년 8월, 후임병사가 운전하는 차의 후진을 거들다 각목에 두부를 맞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22살의 나이로 순직했다. 국방부는 이듬해 초, 그가 속했던 수송반 이름을 ‘레이펑 반(雷?班)’으로 명명하면서 그를 기렸다.

후에 그의 일기가 공개되면서 그를 본받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마침내 1963년 3월 5일, 동향 출신 마오쩌둥이 ‘레이펑 동지를 학습하자(向雷?同志學習)’고 발 벗고 나섰다. 이를 계기로 이 날을 바로 제1회 레이펑 기념일로 선포했고, 올해는 제49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레이펑 기념관을 건립했고, 레이펑 광장을 조성했으며, 레이펑 탑을 세웠다. 빈농의 가정, 부모를 잃은 고아, 왜소한 체구, 말단 병사···. 이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레이펑의 ‘산화(散華)’는 급속히 인민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마오쩌둥 후계자들이 지금도 대를 이어 레이펑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레이펑을 받들자’는 운동은 그 이면에는 ‘마오쩌둥을 받들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영웅’, 레이펑은 곧 마오쩌둥의 분신인 것이다. 부정부패, 빈부격차 등 여러?사회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13억 중국인의 구심점으로서? ‘레이펑 학습 효과’는 지대하다.

3월 한 달 내내 레이펑을 추모하고 그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TV에서도,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공공 게시판에도 ‘우리의 귀감, 레이펑을 따라 배우자(??雷?好榜?)’고 호소한다.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귀가 따갑고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어떻게 레이펑을 따라 배우자는 것인지 처음에는 도대체 윤곽이 잡히지 않았으나 점차 이해가 됐다.

이발관 아저씨는 레이펑 정신을 본받아 60세 이상? 마을 노인들에게 무료로 머리를 깎아준다. 선량하게 생긴 중년의 택시 기사 리치우순(李秋順)은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무료 태워주기 운동’을 8년 째 벌이고 있다. 빵을 구워 파는 어느 부부는 해마다 경로당에 찾아가 외로운 노인들에게 익명으로 빵을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레이펑 지원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팔순 가까이 돼 보이는 왕화탕(王華堂)부부는 43세 되는 지체 장애인 왕췬(王群)을 친자식처럼 돌본다. 왕췬이 세 살 적부터 무려 40년 가까이 곁을 떠나지 않고 그를 지켰다. 하나같이 자신의 생활 형편도 그다지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다. 학생들도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레이펑을 본받자’며 거리로 나섰다. 히히덕거리며 청소를 하는 듯 마는 듯한 철부지 학생들의 행동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레이펑을 따라 배우자’는 것은 곧 선한 일을 행동에 옮기자는 범국민실천운동인 것이다. 레이펑은 살아서는 선한 행동의 귀감으로, 죽어서는 ‘인민들의 벗’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반세기가 되도록 식을 줄 모른다. 다만 지도층이 문제다. 이제는 서민들 뿐 아니라 최고 지도 계층에서도 ‘레이펑 지원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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