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원숭이 두개골(?腦), 없어서 못 팔아

지난 11월 27일, 장시성(江西省) 즈시현(資溪縣) 한 숲에서 원숭이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관영 중앙 티브이 방송 기자가 현장을 잠입 취재했다. 고요한 산에 갑자기 원숭이의 외마디 비명이 메아리친다. “악!” 하는 사람의 비명을 방불케 한다. 한 번에 20발이 발사되는 산탄총에 맞아 죽은 원숭이 얼굴이 화면에 비친다. 원숭이의 얼굴은 그야말로 피범벅이다. 가까이서 죽은 원숭이의 손발을 만져 본 취재기자는, “마치 사람의 죽은 모습 같다”며 흥분한다. 삼림을 무대로 뛰놀던 원숭이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원숭이 홀로코스트(Holocaust)’가 ‘문명국’을 자처하는 중국에서 지금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밀렵꾼이 막 잡은 원숭이 7마리를 막대기 양 끝에 묶어서 어깨에 메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내려온다. 7마리를 시장에 내다팔면 3000위안(52만원)정도 받는다고 한다. 시골 택시 기사 한 달 수입정도 되는 꽤 큰 돈이다.

시중에 원숭이 고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원숭이를 팔아서 제법 한 밑천 건진 사람들도 생겨났다. 돈 좀 벌어보려고 너도나도 원숭이 사냥에 나섰다. 원숭이 고기는 중간 상인들을 거쳐 광동성, 상하이 등 ‘미식가들의 도시’로 팔려 나간다.

즈시현 재래시장(農貿市場)에는 원숭이 고기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로 남대문 시장처럼 붐빈다. 가게 입구에 원숭이 고기 한 근에 320위안(5만6000원), 원숭이 두개골 한 근에 400위안(7만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원숭이 두개골은 최고가임에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자루에는 잇몸을 드러낸 채 처참하게 죽은 냉동 원숭이가 담겨 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다 잇몸을 드러낸 채 죽어간 것이다.

문득 원숭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숲이 생각난다. 몇 해 전, 왼편에 맑은 물이 흐르는 호남성 장가계의 한 숲속 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숲 전체가 황금 빛깔의 야생 원숭이(金絲?) 천국이다. 이곳은 ‘황금 원숭이’ 보호구역이다.

길을 걷는 중에,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 머리에서 이를 잡아주는 것 같은 익살스런 장면이 눈에 띤다. 다른 한 곳에서는 관광객들이 과자 봉지에서 과자를 꺼내 던져주자 원숭이가 떼로 몰려들었다. 그 중에 한 ‘영특한’ 원숭이가 어린 아이의 과자 봉지를 낚아채 나무 위로 달아났다. 원숭이에게 과자를 뺏긴 아이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고, 그 일대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람과 원숭이가 과자를 나눠먹으며 사이좋게 지내던 모습이 퍽이나 정겹게 느껴졌다.

중국에서 야생동물 밀렵은 원숭이에 그치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포획의 대상이다. 올빼미, 기러기, 토끼, 멧돼지, 꿩, 산양 등 야생동물 학살 현장은 온통 덫으로 뒤덮여 있다. 마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온 숲에 수만 개의 덫이 깔려 있다고 한다. 이름하여 ‘덫의 밭’이다. 마치 우리나라 비무장지대 지뢰밭을 연상케 한다. 쇠로 만든 덫을 파는 시장상인은 하루에 수백 개 씩 덫이 팔려나간다며 얼굴 가득 희색이 넘친다.

우리 대한민국의 산하는 어떠한가? 강이란 강에는 외래종인 뉴트리아, 배스, 청거북, 블루길이 넘쳐난다. 경남 창녕의 한 저수지는 온통 배스와 블루길 ‘밭’이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하루 종일 블루길과 배스만 잡힌다. 붕어, 피라미가 사라진 저수지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쏘가리, 장어, 황복 등은 미식가들이 다 ‘잡순’ 탓에 아예 씨가 마를 지경이다. 미식가들은 강에서 나는 ‘웅담’이라며, 쏘가리 쓸개가 담긴 소주잔을 쳐들고 “위하여!”를 외친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임진강 텅 빈 들녘에는 독약을 바른 콩을 집어 먹은 독수리, 기러기, 청둥오리들이 나뒹군다. 한적한 시골 기사 식당에는 기러기, 청둥오리 고기를 별식으로 판다.

훼손된 자연은 강과 들 뿐만이 아니다. 보신탕 철이 되면 애완견, 유기견, 발바리, 똥개 할 것 없이 ‘개장사’들의 포획 대상이다. ‘사철탕 애호가’ 덕분에 개 사육장이 전국 산기슭 곳곳에 생겨났다. 인간의 ‘식욕’이, 숲을 악취가 진동하는 현장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용인 외곽의 한 마을 뒷산은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에 나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산 중턱에 다다르면 심한 악취가 풍긴다. 바람이 부는 날은 악취가 심해서 산을 오르지 못할 정도다. 산 아래에 자리 잡은 개 사육장에서 날아온 냄새였다.

어느 날 호기심이 발동해 개 사육장 근처까지 다가갔다. 사육장에 이르는 작은 숲속 길은 사육장에서 흘러나온 온갖 오물과 악취로 인해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개 사육장 주인의 매서운 눈초리에 ‘길을 잘못 들었다’며 발길을 돌렸다. 개 사육장이 더 이상? 숲속 길을 걸을 수 없도록 막아버린 것이다.

다시 중국 밀렵 얘기로 눈을 돌려보자. 장시성, 광시성 등 도처에서 야생동물 밀렵이 극성을 부리자, 마침내 국가임업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공안당국도 뒤늦게 밀렵꾼을 ‘소탕’하느라 야단법석이다. 방송국 앵커는 연일, “야생동물의 미래가 지구의 미래다. 우리 모두 야생동물을 보호하자”고 호소한다.

즈시현의 원숭이 ‘살육’ 현장 소식을 접하면서, 혹시 특급 호텔에서 귀여운 ‘판다 곰’의 발바닥이나 쓸개를 맛보고 있는 ‘광동성’의 미식가는 없는 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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