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리틀 등소평’ 시진핑, 개혁·개방을 외치다

등소평 동상에 헌화 한 후,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원로들과 담소하는 시진핑. 왼쪽은 광동성 서기 왕양(汪洋), 뒤편에 등소평의 동상이 보인다. <사진=바이두>

‘신의 아들들’은 10억 짜리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세월을 허비한다. ‘어둠의 자식들’은 월 20만원을 받으며 차가운 도시의 뒷골목에서 생존을 위해 ‘발악’한다. 이 모두 개혁·개방이 가져다 준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나이 지긋한 경비 아저씨나 늙수그레한 택시 기사들, 이른 바 ‘라오바이싱(老百姓,서민)’들은 가끔씩 ‘같이 못살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이들은 개혁·개방 이전이나 이후에도 삶이 별반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오히려 비방거리가 된다. 한 택시기사가 호되게 ‘흑묘백묘론’을 비판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 이 말을 듣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학생이 좋은 학생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무비판적으로 ‘흑묘백묘론’을 받아들였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개혁·개방의 역풍은 거세다. 그러나 역경을 헤쳐 나가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 또한 결연하다.

시진핑은 총서기에 오른 후 첫 지방 나들이를 ‘개혁·개방’의 진원지, 광동으로 정했다. 지난 7일부터 나흘간에 걸쳐, 광동성 서기 왕양(汪洋, 57) 등을 대동하고 선전, 주하이, 포산(佛山), 광저우 등지의 농촌, 기업, 주민 거주지, 과학기술 연구기관 등을 둘러보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거듭 개혁·개방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개방의 길은 순탄치 않다. 험난한 여울물을 건너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낡은 사상·관념의 장애를 극복하고, 고착된 생각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8일에는 선전 렌화산(?花山) 공원에 자리 잡은 등소평 동상에 헌화하며 그의 정신을 기렸다. 언론에 의해 ‘신 남순강화(新 南巡講話)’로 불려진 그의 ‘광동연설’은 개혁·개방 예찬으로 이어진다.

“개혁·개방은 중국 공산당이 이룩한 ‘위대한’ 각성(覺醒)의 산물이다. 바로 이 ‘위대한’ 각성이 새 시대에 맞는 이론에서부터 실천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창조를 일궈냈다. 개혁·개방은 중국사회를 활력 있게 만든 원천이었다.… 개혁·개방은 당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과업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개혁·개방은 한시도 늦출 수 없다.”

‘위대한 중화민족’, ‘위대한 각성’, ‘위대한 창조’ 등 시진핑이 던진 이른 바 ‘위대한 타령’은 중국 국민들을 한껏 부풀게 하였다. 인민대학 공공정책연구원 부원장 마서우롱(???)은 환구시보(環球時報)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노선을 예견하였다.

“시진핑은 각종 좌담, 회의, 연설 등을 통해 종종 이렇게 언급하였다. ‘국제경쟁력은 시간과 속도의 싸움에서 결정된다. 동작이 느리면 호기를 놓쳐,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된다.’ 새 지도부는 경제발전 전략 수립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개혁·개방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 한 때 저임금이 강점이었던 중국도 점차 고임금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최저 임금은 1200~1500위안(약 26만원)에 이른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도 400~500위안 정도인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아무튼, ‘전면적인 소강사회’ 진입을 목표로 한발 한발 내딛는 ‘리틀 등소평’, 시진핑의 ‘신 개혁·개방’ 노선에 힘찬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울러 북한 지도자들도 ‘강성대국’이라는 허망한 구호 대신, 굳게 잠근 빗장을 활짝 열어 북한 주민 모두가 잘사는 ‘강소국’ 건설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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