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삼성반도체, 시안(西安) 진출의 의미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한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발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박성준 전문연구원(오른쪽)이 18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삼성전자>

글로벌 기업, 삼성은 해외에서의 인지도와 기여도에 비해 한국에서는 ‘황제식 경영’, ‘족벌 경영’, ‘하청업체 착취’ 논란, 친형과의 이른 바 ‘골육상쟁’ 등으로 훼예(毁譽)가 끊이지 않는다.

삼성 반도체가 시안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이른 봄부터 교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4월10일, 삼성전자와 산시(陝西)성 정부·시안 시가 전격적으로 합의각서(MOU)를 체결하였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산시성 서기 자오러지(???), 산시성 성장 자오정융(?正永), 국가 상무부 부부장 왕차오(王超)등이 참석하였다.

‘서안 고신구 기업정보 네트워크(西安 高新區 企業信息網)’에 의하면, 서안에는 이미 40여 개 대학에 전자정보학과가 개설돼 있고, 50여 개 유관 연구소가 설치돼 있으며, 관련 기업만도 2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진출로 인해, 낙후됐던 서부지역의 전자·정보산업 분야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160여 개의 한국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함으로써 1만 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삼성의 예상 총 투자액은 300억 달러에 이르며, 개혁개방 이래 동 분야에 진출한 외국 기업 투자액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모처럼 운동경기를 보려고 TV를 켜니, 영국의 프로축구 구단 첼시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 한가운데에 ‘SAMSUNG’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박혀 있다. 길에서 오가다 부딪히는 꾀죄죄한 몰골의 농민공(農民工,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도 삼성 휴대폰을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연신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학 중앙도서관 아래층에 한 자리 차지한 삼성 휴대폰·노트북 대리점은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교실의 학생들도 애완견 바라보듯, 삼성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나라 밖에서 ‘삼성’을 대하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시안은 섬서(陝西)성 제일의 도시이며, 서부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지도상으로는 비교적 중앙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전히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왼편으로는 광활한 신장(新疆)성, 시장(西藏,티벳)자치구 등이 보인다. 지도를 놓고 한반도와 대충 비교해보니 신장성의 면적이 한반도 전체 면적의 20배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중국 지도 오른쪽 끝에 달린, 두 동강난 남북한 지도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저미도록 아파온다.

삼성이라는 ‘공룡’의 출현으로 시안에 둥지를 튼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나름대로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 삼성 진출과 관련하여 반사이익을 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다. 대부분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생업에 종사하는 ‘새가슴’들은 갑자기 나타난 ‘공룡’에 밟혀 죽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유언비어도 난무한다.

“삼성이 들어오면 우리 같은 소상인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아. 오히려 안 들어오는 것이 나아.”? “아파트 월세만 잔뜩 올려놓을 거야.”? “애써 키워놓은 인력들을 다 빼 갈 거야.”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답을 찾으려고 한인 70여 명이 모여 들었다. 지난 5월18일?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시안 총영사관(총영사 전재원)과 서안 한국인상회(한국 명품성 대표, 회장 정구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간담회가 서안 총영사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간담회의 제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출입구 근처에 겨우 자리를 하나 얻어 방관자의 입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진행과정을 눈여겨 지켜보았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용실과 유치원 운영자, 한식당 및 커피숍 주인, 국제학교 종사자, 한국 식품 판매점 사장, 한인 소식지 ‘실크로드’ 발행인(이종진) 등 대부분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라 할 수 있다. 영사관 관계자에 의하면, 서안 거주 한인들은 유학생을 포함하여 2000~3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한인 1만 명 이상 거주하는 도시가 14곳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칠순에 가까운 황토민속촌 대표 김훤태 씨가 ‘중국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한국인의 자세’라는 제목으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20년 가까운 자신의 중국 생활 경험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중국인, 중국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중국에서 생활하고자하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두 가지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아시아나 항공을 비롯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회사의 현황과 중국 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한 실적을 나열하였다.

이날 모임의 백미(白眉)는 삼성전자에 23년간 몸 담았다는 신재호 상무의 ‘삼성 시안 진출’에 관한 브리핑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1992년 한중 수교와 동시에 중국에 뛰어들었으며, 현재까지 쑤저우(蘇州) 삼성공단 등지에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시안 삼성 반도체 생산 기지는 금년 4/4분기에 건설을 시작하여 완공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되며, 2014년부터 본격적인 생산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 상무는, 삼성이 들어서면 자연스레 인구가 5~6배로 폭증하여 ‘코리아 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인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년 가을 기공식에 K-POP 가수 등을 초청하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자”고 제의하였다. 신 상무의 브리핑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상당수가 교육·문화적 방면에 투자 의향을 묻는 것이었다. 이윤창출이 생명인 기업의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13억 중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장수 감독이, 오래 전 불우한 중국 소년들을 위해 ‘거금’을 쾌척, ‘이장수 축구학교’를 세웠다. 이 소식은 매체를 타고 급속히 전파돼 중국인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홍콩 영화 제작업계의 대부이자, 전설적인 자선사업가인 샤오런렁(1907~, 邵仁楞, 호 逸夫)은 무수한 초중고, 대학의 건물들과 도서관, 극장 등을 지어 바쳤다. 그는 ‘기부 천사’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중국 대륙의 수많은 유치원, 초중고, 대학 건물과 도서관 및 극장들이 그의 호를 따서 ‘이푸러우(逸夫?)’로 불려졌다. 2008년에는 ‘100세 이상, 건재하는 현존 명인’의 명단에도 올랐다. 아직 그의 부음(訃音)은 들리지 않는다. 선한 일을 즐겨하면 장수도 보장되는가 보다.

삼성그룹도 ‘한중 문화교류재단’ 설립 등과 같은 무형적 가치를 높이는 분야의 투자에도 모범을 보여, 현지 중국인들이 “삼성 만세!”를 부르는 날이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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