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소황제(小皇帝)들의 대학입시

중국에서는 농촌을 제외하고 집집마다 아들이든 딸이든 한 자녀 밖에 둘 수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바오베이(??)라고 부른다. 이 귀염둥이들이 온갖 응석을 다 부린다. 조부모나 부모들이 이들을 황제처럼 받든다하여 ‘샤오황띠(小皇帝)’라는 말이 생겨났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라 큰 인물(望子成龍)이 되기를 꿈꾼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앞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가장들이 소황제들을 ‘모시고’ 등굣길에 오른다. 얼마 전 안휘(安徽)성 우후(蕪湖)시의 부시장 잔윈차오(詹云超)가 어린 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학교로 향하는 ‘검박한’ 모습이 소개돼 화제를 끌기도 하였다. 소황제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이들도 ‘고 3병’을 앓아야 하고, ‘입시 지옥’을 통과해야 한다.

입시철을 맞이하는 풍경은 우리와 너무도 흡사하다. 고사장을 잘못 찾아 허둥대는 학생을? 경찰이 오토바이에 태워준다. 수험생용 전용 도로를 미리 확보해 둔다. 일반 차량들도 수험생을 태운 차량을 위해 길을 양보한다. 이날은 불법 주정차 단속도 하지 않는다. 자동차 경적, 공장 소음, 폭죽놀이 등 온갖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를 단속할 뿐이다. ‘어린 황제’들이 시험을 보시는데 감히 누가 방자한 행동을 하겠는가.

열성 부모들은 이날 휴가를 내고 학생들을 고사장으로 데리고 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몰래 손자 뒤를 따라가서 고사장 주위를 맴돈다. 농촌, 산간벽지 학생들은 하루 이틀 전에 기차나 버스를 타고 고사장 부근으로 이동하여 여관 등에 잠자리를 정한다. 음료수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단도 곳곳에 눈에 띤다.

소황제들의 고난에 찬 대학 입시 여정도 마침내 지난 6월 9일로 종지부를 찍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유월 초에 대학 입학시험이 진행된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중국전역에서 학생, 가장, 담임교사 심지어 교통경찰까지 홍역을 치른다. 학생들은 지난 6월 7~8일 이틀간 16800여 고사장에서 일제히 시험을 치렀다. 일부 성에서는 9일까지도 시험이 계속되었다. 시험결과는 빠르면 6월 20일~25일 사이에 각 성별로 해당 인터넷 사이트 등에 공지된다.

시험은 보통, 첫날에는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국어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수학 과목을 본다. 둘째 날 오전에는 문과(이과) 관련 종합과목, 오후에는 영어 또는 제2외국어를 본다. 입시철만 되면 우리나라는 추워서 걱정이고 중국은 더워서 걱정이다. 입시 둘째 날인 6월 8일, 섬서(陝西)성 성도 서안의 온도는 33도까지 치솟았다.

시험을 마치고 나면 별의별 기이한 인물들의 얘기가 소개된다. 남경에 사는 왕샤(汪俠, 83세) 노인도 시험을 치른 뒤 무사히 고사장을 빠져 나왔다. 금년이 12번째다. 그는 2001년부터 대학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작년까지 11번째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시험의 신(考神)’으로 불리는 사천(四川) 사람 량스(梁實,45세)는 올해로 16번째 대학 입학시험에 도전하는 진기록을 수립하였다. 찻집에 앉아 막바지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는 그 앞에 호기심어린 기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남의 이목이나 끌려고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올해로 이 지긋지긋한 시험도 그만 끝내고 싶다.

그는 사천대학 수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소원이며, 올해는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신화사 통신이 인용한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응시생은 총 915만 명이다. 2008년의 1050만 명에 이던 것에 비하면 무려 135만 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3년제 대학을 포함한 금년도 입학 정원수가 대략 685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75% 정도가 대학생이 되는 셈이다. 나라 전체로 볼 때 경쟁률은 그다지 센 편은 아니나 명문대에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각 성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중국에서 말하는 이른바 성(省)의 인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광동성은 유동인구를 포함하여 1억 1천만 명으로 그리스 인구의 열배나 된다. 하남성도 3년 전 쯤 1억 명을 돌파하였다. 이어서 산동성이 대략 9600만 명, 사천성이 8800만 명으로 그 뒤를 좇고 있다. 비교적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하는 섬서성 인구도 3800 만 명을 헤아린다.

흔히 북경대, 청화대, 절강대, 복단대, 남경대 등을 5대 명문으로 꼽는다. 그리고 각 성의 이름을 딴 교통대, 외국어대, 과학기술대, 항공대 등도 명문으로 꼽힌다. 자연스레 학벌(學閥)에 기댄 ‘벌열(閥閱)’이라는 괴물이 탄생하며, 이들이 공정한 룰을 깨고 사회구조를 왜곡시키는 데 가세한다. ‘청화대’ 출신 ‘북경대’ 출신은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중국 대학의 수는 전문대학을 포함하여 2400곳을 넘어섰다. ‘먹고 대학생’이란 말이 한 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하였다. 부모들은 비싼 등록금 마련에 등골이 휘는데 공부는 하지 않고 먹고 놀면서 즐기는 대학생을 풍자한 말이다. 중국에도 한 동안 ‘먹고 대학생’들이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최근 들어, 바로 사회로 뛰어들려는 실속파들이 증가한 탓인지 응시생수도 급감하였다.

680만 명의 대학생들 중 대부분은 9억 농민의 자녀들이다. 이들이 부모의 피 같은 돈(血汗錢)으로 3년, 4년간 공부한다. 갓 ‘입시지옥’을 벗어난 680만 명은 자의든 타의든 취업선수로 돌변하여 ‘취업 지옥’을 향해 달려간다. 밝게 살아가야 할 그 들 앞에 ‘발목지뢰’가 여기저기 묻혀있다. 영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영어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아침 6시만 되면 전공에 관계없이 영어책을 들고 외우기에 바쁘다. 마치 오뉴월 논가의 개구리 우는 소리 같다. 작은 연못가에서, 산책로에서, 본관 계단에 앉아서, 운동장을 거닐면서 ‘영어 개구리’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 4학년 2학기가 되면 수업은 없고 모두가 직장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크고 작은 회사에서 견습 사원으로 근무한다. 졸업 후에는 학비 대출금 상환, 박봉과 업무 스트레스가 ‘반갑게’ 이들을 맞이한다. ‘샤오황띠’들의? 고달픈 삶은 언제나 끝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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