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47회 “인사이트”

일요일 오전, 중천을 향해 느릿느릿 움직이는 태양만큼이나 몸과 마음이 늘어지는 시간.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심한 수면 부족 상태에 빠져있었지만 기준은 작은 배낭을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시내를 벗어나서 한적한 도로를 따라 무심하게 발길을 옮기는데 자전거를 탄 한 무리의 소녀들이 연이어 지나갔다. 길 앞에 해맑은 웃음이 뿌려진다. 꺄르르 웃는 소리가 종소리 되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때문인지 뒤 늦게 따라나선 두통과 미열의 기운마저 황금빛 햇살에 부서져 열대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눈을 드니 앞산을 중심으로 좌우의 봉우리들이 나란하고, 눈을 감으면 강물 흐르는 소리가 수런수런했다. 우거진 수풀은 걸음을 좇아 빛깔이 시시각각 변했다.
한참을 걸어서 몸이 기진해질 무렵, 어느 순간 사람들도 눈에 안 뜨이고 지나는 거리의 이름도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주위의 풍경도 마음에 남지 않았다. 귀를 즐겁게 하던 시냇물 소리도, 눈을 즐겁게 하던 산봉우리들도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그저 하나의 생각만 머릿속에 물결을 이루었다. ‘나는 지금 왜 여기서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일까.’ 여울물 위로 속삭이며 지나가는 바람은 그동안 살아온 세월과 사연을 모두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 빗나간 길 걸었으나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으리. 기준은 힘을 다해 일어섰다.

다음날 점심 즈음, 기준은 그동안 정리해왔던 ‘인사이트 라오스’ 제안서를 복사한 뒤 며칠 전 쉼터 모임에 참석했던 팀장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읽어 보고 피드백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강 전무가 서울에서 돌아온 것은 그날 오후였다. 이 날은 총지배인이 왕위앙 지역으로 병원을 옮기고 사무실에 들른 날이기도 했다.
강 전무가 집무실에 들어간 지 서너 시간 지났을까, 간부들의 급한 업무 보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 전무실에서 기준을 호출했다.
방에 들어서자 여비서를 불러 자료 정리를 지시하던 강 전무가 기준에게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출장에서 막 돌아온 사람답지 않게 언제나처럼 말쑥하고 활기찬 표정이었다.
“자네, 안젤라 선생과는 어떤 사인가?”
“…….” 기준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혹감을 느꼈다.
“링크빌리지에 있는 안젤라 선생 말일세. 총지배인님의 조카라는.”
“어떤 사이라니요?” 질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기준은 대답이 조심스러워졌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며?”
“라오스에 오기 전에 여행사업부에서 서번트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연인이라기보다는 친구라고 해야겠지요.”
“그런가? 김 사장님이 자네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
“네, 김 사장님은 당시에 제가 모시던 분이었습니다. 서번트투어 프로그램도 많이 지원해주셨습니다.” 김 사장은 기준을 라오스에 보낸 장본인이자 당시의 여행사를 지금의 그룹에 통합한 후 그룹 내에서 여행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조트의 매각 관련 업무에도 관여한다는데 아마도 그 일 때문에 강 전무와 자주 만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건 뭔가?”
강 전무는 ‘인사이트 라오스’라고 적힌 문서를 내밀며 기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생태치유마을인 링크빌리지를 중간 거점으로 삼아 리조트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이건 또 뭐지, 혁신 프로그램 개발과 전체 직원들의 컨시어지화?”
“리조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구상해본 제안입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취지는 거기 적혀 있습니다만.”
‘그래?’ 하며 제안서를 다시 훑어보는 강 전무의 표정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기준의 눈에는 뭔가 흥미를 느꼈음에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진즉에 느꼈지만, 자네의 그 열정 충분히 인정하네.” 강 전무는 등받이를 뒤로 젖히며 손깍지를 꼈다.
“이해해주셔서, 아니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준은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 그건 진심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제안에는 이상과 현실이 혼재되어 있어.”
얼마간 예상했던 반응이다. 기준은 단전에 힘을 모았다.
“우선, 전체 직원을 컨시어지화 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은 제안일세. 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이 분명하지 않아. 특히, 생태치유프로그램 운운하는 구상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네. 직원들을 모두 간호사라도 만들자는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기준의 대답에 강 전무는 ‘자네 도대체 제 정신인가’ 하는 듯 고개를 외로 꺾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 물론 진짜 간호사를 만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객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만은 간호사나 전문상담사 이상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라오스 사람들의 강점이 바로 거기에 있고, 고객들이 가장 바라는 점도 바로 그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점이 인사이트의 핵심입니다. 라오스 관광의 핵심은 라오스 사람들의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 자체입니다. …… 음, 라오스식의 컨시어지, 그것은 우리 리조트를 최상의 리조트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왕위앙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음, 경제적으로도 성공하고 현지주민들과도 공존하고 생태적으로도 지속가능한 혁신 모델 말이죠.” 며칠 밤을 새우며 제안서에 적어나간 구절들이 머릿속에서 줄줄 이어졌다. 하지만 생각이 저만치 앞서 가니 혀는 종종걸음에 널뛰기를 반복하며 더듬거렸다.
“라오스식의 컨시어지?” 강 전무 입가에 냉소가 묻어났다. “컨시어지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일세. 자네가 지금 컨시어지가 무언지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네만, 라오스식 컨시어지 운운하는 걸 보니 컨시어지에 대해 다시 공부부터 해야겠네.”
기준은 소통의 벽을 느꼈다. “컨시어지라는 단어나 기준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고객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진실한 태도가 아닐까요?” 동시에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자신의 표현력에 절망했다.
“이제 보니 자네 아주 대단한 이상주의자로군. 자네의 열정을 이해는 하네만 …… 지금 단계에서는 맞지 않아.”
강 전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준의 제안서를 한쪽으로 밀쳐놓았다. 창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무사오 측에서 에코리조트 전략을 실행할 움직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주시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준은 필사적인 심정으로 무사오 이야기를 꺼냈다.
“오래 가지 못할 걸세. 말이 좋아 에코리조트지 정말 현실성이 있다고 보나? 그래, 물론 좋은 내용이야, 다 좋아. 헌데 이런 것들이 리조트에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지 생각해보게.” 다행히 강 전무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도 예전에 그런 프로그램들 모두 참여해보았네. 지역주민들과 함께 유기농 농장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봉사 프로그램도 추진해봤지. 하지만 리조트나 지역주민들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일세. 수익이란 말이야, 수익!”
경제적인 수익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또 경제적인 수익을 위해서라도 경제적인 타산을 넘어서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가슴 속에서 부글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는 못했다.
“지금 왕위앙 지역에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보나? 이름만 대면 누구나 선망하는 그런 대표적인 명소야. 그게 필요하단 말일세. 명품 말일세. 대표적인 선수 하나가 팀을 유명하게 만들듯이 왕위앙에도 그런 명소가 있어야 하고, 바로 이 리조트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단 말이지.”
“제가 제안한 내용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게 어떻게 같은 맥락일 수 있지?” 강 전무의 언성이 높아졌다. “오픈한 지 일 년 남짓한 리조트에서 왜 이런 엉뚱한 사업을 벌이냐 말일세. 게다가 이런 건 전부 라오스 관광국에서나 할 일이잖나? 지금 내부에 신경 쓸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괜히 정신 딴 데 팔지 말고 내부에 충실하게, 내부에!”
강 전무에게는 아무래도 링크빌리지와의 관계가 목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 기업연수단 행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연수단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담당 직원들의 자세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라오스식의 컨시어지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으니까요.”
당초 그룹 계열사의 간부연수프로그램을 추진했으나 본사의 경영사정으로 무산되고, 그 대신에 몇 개의 중소기업이 연합된 연수팀으로 바뀌어 참가인원도 줄어서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리엔을 중심으로 팀장들의 자세가 남다른 점이 있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기도 했다.

“저성장 시대라고 해서 모두 지갑을 닫는 것은 아닐세. 지금은 일반적으로 좋은 상품이 필요한 것이 아니야. 왜 불황기에 명품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지 생각해보게. 새로운 전략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답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 전략의 포인트는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이네.”
“리조트를 지역의 명소로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명품리조트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은 사람들의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왕위앙을 대표하는 최고급 휴양시설로서 유명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유명한 리조트를 넘어서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리조트야말로 진정한 명소라고 생각합니다.”
“존경받는 리조트? 존경이 밥 먹여주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한 동안 불황에 저성장이 지속될 것일세.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부분에서 갈등이 심해질 것일세. 협력 좋은 것 누가 모르나.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각자 먹고 살기도 바빠지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미안하지만 자네의 계획은 잘 해야 현상 유지일세. 물론 나는 그것도 어렵다고 보지만.”
“그럴수록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공생의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공생이니 상생이니, 말은 좋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게나. 리조트에서 지역 주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지역개발 효과가 어느 정도 될 것 같은가?”
강 전무는 자꾸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웬일인 지 기준과의 대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문득 본사 김 사장의 부탁이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솔직히 리조트에서 발생하는 지역개발 효과가 얼마나 미미한지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죠. 골프장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18홀 그린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을 퍼 올려야 합니까? 지역 농부들 100여 명이 논밭에 대는 물의 양과 맞먹습니다. 전기량은 또 어떻습니까? 게다가 리조트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갑니까? 한 마디로 대부분의 리조트는 지역 환경의 적과도 같습니다. 이게 현실이죠. 따라서 저는 우리가 왕위앙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존하려면 리조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의 여행 트렌드가 ‘지구를 살리는 여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역 환경과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과의 교류를 도모하는 생태관광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죠. 앞으로 리조트와 호텔은 생태적 방식으로 운영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알겠네. 다만 시기의 조절, 사안의 우선순위가 있네. 자네 말 잘했네. 순서를 뒤바꾸면 일이 엉망이 되지. 같은 자원 같은 목적을 가지고도 순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만들어지네. 성공할 사업도 실패하게 된다는 말이야.”
성공할 사업도 실패할 수 있듯이, 실패할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 핵심은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의 문제이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의 문제이다. 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라오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대한민국일세.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네. 정치적으로는 중국 문화적으로는 태국에 밀리고 있어. 자네가 좋아하는 협력은 이들 나라와 먼저 해야 할 걸세. 특히 앞으로는 어떤 비즈니스를 하던지 중국이라는 변수를 무시하고는 성립 자체가 어려울 걸세. 여기 라오스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가 말하는 우선순위가 무슨 뜻인지 잘 생각해보게.”
“중국이라는 변수는 무사오 …….”
강 전무는 시계를 보더니 손을 들어 기준의 말을 막았다. 기준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자네 제안서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 같군. 더 할 얘기 있나?”

기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친김이다 싶어 입을 열었다.
“저는 방금 말씀드린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항에 대해서도 직원들과 함께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략들이라면 결정 단계부터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이는 어떠한 형태의 명품 서비스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계획을 실행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정입니다. 일을 수행하기에 앞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일의 결과가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소통될 때 비로소 진정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런 참여의식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게 되면 어떤 전략이라도 일관성 있게 수행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점에서 인사이트 계획을 구상했던 것입니다.”
“자네의 별명이 원칙맨이었다며?”
“네?”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게.”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링크빌리지는 리조트의 현지 직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링크빌리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직원들에게는 물론 라오스 주민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나아가서 링크빌리지의 구성원들과 리조트가 사업적으로 파트너가 되어 상생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직원들은 커다란 자부심까지 가지게 될 것입니다. 회사가 자신들의 문화를 자신들의 땅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느낌이야말로 우리 리조트가 명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단기간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생각이 알려지고 그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
“좋은 얘기야, 물론 다 좋은 얘기지. 하지만 자네가 말한 그런 단계까지 가려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고나 있나? 선진국 중에서도 몇몇 손꼽히는 기업만이 그런 고도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지. 이제 갓 생겨난 리조트에서 꿈꿀 수 있는 단계가 아니란 말일세. 게다가 여긴 라오스 아닌가?”
“여기가 라오스라는 걸 잊으라고 하셨잖습니까? 라스베이거스 수준의 리조트를 추구하지 않으셨습니까?”
“자네가 말한 그런 관점에서 한 이야기 아니잖아?”
기준은 바로 튀어나오려 하는 대답을 꾹 삼켰다. ‘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 하십니까?’ 라는 말을 해봤자 언성만 높아질 것 같았다. 이만큼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문제는 무엇일까. 왜 이렇게 이야기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일까. 생각 방식의 차이 때문일까. 살아온 경험이 달라서 일까. 그도 아니면 욕망 때문일까.
“링크빌리지 개발이나 사람 중심의 관광요소 발굴, 이런 계획들을 영원히 접어두자는 얘기가 아닐세. 언젠가는 실행할 날이 오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눈앞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야. 본사 소식 들었는지 모르겠네만 지금 생존을 위해서 다들 안간힘을 쓰고 있네. 거기에 비하면 자네의 제안서에는 인사이트 과잉일세. 현실은 부족하고 이상만 넘친단 말이야.”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강 전무는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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