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46회 “컨시어지”
날은 어느새 화창하게 개었다. 강변 쪽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문득 올려본 하늘에 알록달록 화려한 천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열기구 하나가 높이 떠있었다. 왕위앙 지역에서는 얼마 전부터 새롭게 시작된 관광 프로그램으로 아직은 신기한 볼거리에 가까웠다.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열기구에 쏠렸다. 저 멀리 봉우리와 잇닿은 뭉게구름이 열기구와 제법 잘 어울렸다. 우기가 여전한 시즌에 열기구를 띄우다니. 기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범 운영일 테지만 기준의 눈에는 무모하게만 보였다.
사람들이 공중의 열기구가 연출하는 멋진 풍경에 한눈을 파는 동안 지상의 나무 위에서는 익숙한 새소리가 들려오고 나뭇잎 틈으로는 맑은 햇빛이 흘러내렸다.
이번에도 먼저 발언을 시작한 이는 리엔이었다.
“우리에게도 컨시어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컨시어지(concierge)란 단어가 생소해서 그런지 아니면 리엔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뜻인지 몇몇은 여전히 고개를 꺽은 채 하늘의 열기구를 쫓고 있었다.
“컨시어지라면 기본적인 숙박 서비스를 넘어 관광, 교통, 공연안내, 레스토랑 예약 등을 망라해서 VIP급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직원을 가리키는 데 솔직히 우리 리조트 수준에서는 아직 이르지 않나요?” 본사에서 파견 나온 한국인 팀장의 반문이었다.
“네, 이르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리엔이 까만 눈을 깜박였다.
리조트 오픈 초기에 강 전무가 간부 회의에서 가끔 언급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VIP급을 강조하는 차별주의도 내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시기상조라 판단했기에 무시했던 터였다. 그런데 리엔의 입에서 갑자기 컨시어지라는 말이 나오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엔의 다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준은 귀가 솔깃해졌다.
리엔은 우리가 일하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녀는 라스베이거스도 아니고 뉴욕도 아니고 파리도 로마도 아니고 홍콩이나 서울도 아니라고 했다.
“여기는 라오스의 왕위앙입니다. 라오스에서 유럽의 격조 있는 컨시어지를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컨시어지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컨시어지가 아니라 라오스식의 컨시어지를 하면 됩니다.”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 그 위에 내려앉는 햇빛. 기준은 눈이 부셨다. 실눈을 뜨고 리엔을 계속 주시했다.
‘라오스식 컨시어지?’ 사람들의 반응에 잠시 머뭇거리던 리엔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컨시어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기준은 머릿속에서 현악기의 줄이 하나 강하게 튕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지는 리엔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물이 흐르듯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는 수많은 강물이 어떻게 해서 하나의 넓고 깊은 바다가 되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열 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처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 리조트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숲처럼 번성하고 울창해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그 해답이 바로 컨시어지 서비스라는 것이다.
‘라오스 사람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컨시어지다.’ 기준은 리엔이 튕겨놓은 음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튕겨보았다. 사람들은 왜 라오스를 죽기 전에 가 볼 세계 최고의 여행지 1위의 나라로 손꼽는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최고의 매력이라는 라오스. 기업연수단 행사의 참가자들 대부분은 라오스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거짓 없는 정성과,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이 담긴 배려를 칭찬했다. 나는 그들을 열심히 분석하고 이해한다고 했지만, 라오스 사람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제 얘기는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부서를 두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컨시어지 마인드를 가지자는 거죠. 벨맨이건 메이드건, 객실 지배인이건 지원팀이든 누가 되었든 투숙객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 자세를 늘 갖추는 겁니다. 우리는 외국의 특급 리조트처럼 럭셔리하고 세련되게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할 수는 있습니다.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특급 서비스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투숙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지요. 라오스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 아닌가요?” 여성 팀장들 누군가 리엔의 말을 받았다.
“우리 리조트에 투숙하는 고객들에게 자신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특별한 공간에 들어왔다고 느끼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고객은 이곳에서 비록 짧은 며칠을 보내더라도 그 후에도 오래 동안 이곳을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요?” 또 다른 누가 말을 이어받았다.
“그건 좋은 이야기지만, 어떻게 우리가 컨시어지를 잘 할 수 있다는 건지 그게 여전히 분명하지 않아요.” 조금 주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우리가 서로를 한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도우며 서로 이해해야하지요.” 리엔이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돕는 일은 우리 라오스 사람들이 누구보다 잘 하는 일 아닌가요?” 모두들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 몇몇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컨시어지 서비스의 핵심은 바로 그것이 아닌가요?” 이번에는 리엔이 기준을 바라보았다. 발갛게 상기된 리엔의 얼굴에 햇살이 퍼졌다.
기준은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변형섭 역시 박수를 쳤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저녁, 기준은 변형섭과 간단한 술자리를 갖기로 했다. 리엔을 특별 손님으로 초대한 것이 평소와 다른 점이었지만 두 사람은 여느 때처럼 숙소 뒤쪽 전망이 좋은 그늘막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왕위왕 지역은 산봉우리가 높아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해거름이 지나 검붉은 노을마저 희미하게 꼬리를 감추었지만 병풍처럼 마을을 두른 봉우리는 언제보아도 신비로웠다.
“그만한 게 천만다행이었어요.”
파파야 샐러드며 몇 가지 들고 온 안줏거리를 식탁에 펼쳐 놓으며 리엔이 어제 있었던 열기구 이야기를 꺼냈다.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면 정말 큰일 치를 뻔 했지.” 기준이 혀를 찼다.
테스트 비행에 나선 열기구가 상승기류를 제대로 타지 못해서 너무 낮게 비행이 이루어진데다, 기사의 조종술마저 서툴러서 결국 열기구가 엉뚱한 곳에 불시착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도시 지역을 벗어나 논 지역에 착륙할 수 있어서 큰 사고를 면했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중론이었다.
“여하튼 라오스 사람들의 용감함이란 대단해.” 얼음을 잔뜩 채운 맥주잔을 들며 형섭이 웃었다.
“그건 칭찬 아니지요?” 리엔이 형섭을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그래도 나는 라오스의 무모함을 좋아하기로 했어요.” 기준이 리엔의 잔에 얼음을 가득 채워주며 말했다.
“왜죠?”
“왜냐고? 사실은 어제 리엔의 말을 듣고 반성했지.” 기준이 머쓱해져서 웃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어제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로 이어졌다.
“솔직히 난 어제 좀 놀랐어. 그리고 또 반성도 했지.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이제껏 사람들이 라오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 ‘도대체 라오스의 장점이 무엇이란 말이야. 그게 무슨 장점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리엔에게 미안하지만 나 역시 변 차장과 같은 반성을 했어요.” 형섭의 진지한 고백에 기준 역시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나는 누군가를 믿기 전에 먼저 믿음의 근거, 혹은 데이터로 환산할 수 있는 조건들을 따지곤 했어. 믿을 수 있어야 믿는다는 게 내 생각이었지. 믿을만한 능력을 먼저 갖춘 다음에 다른 사람의 신뢰를 구하라고 말이야.”
리엔은 두 사람의 말을 조심스럽게 경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이후로 그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믿을 수 있어야 믿는다’가 아니라 ‘먼저 믿어야 믿을 수 있게 된다’가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먼저 믿어야 믿을 수 있게 된다?” 기준이 형섭의 빈 잔에 맥주를 따르며 반문했다.
“사실은 상대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는 안목이 없었던 거였어. 라오스에서 몇 년씩 살면서도 정작 라오스 사람들의 잠재력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잖아.”
“그거야 사람들은 대개 검증된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조건부로 신뢰를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렇지.” 기준이 말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단 말이야. 우선 믿음부터 가져야만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던 리엔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을 시작했다.
“‘먼저 믿어야 믿을 수 있다’는 그 말 참 공감이 되요.”
형섭이 리엔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통할 것 같아요. 나에 대한 믿음, 즉 자신감이 있어야 자신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라오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정작 라오스에 대해서 제대로 몰랐으니까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라오스에 대해 좋게 이야기 해주는 것을 스스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건 의왼데.” 형섭이 잔을 내려놓으며 기준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건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혜택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대학 교육을 받고 잠깐이지만 선진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오히려 저의 관점을 선진국의 관점으로 만들고, 라오스를 바라볼 때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준은 리엔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라오스 사람들이 욕심도 없고 소박하고 순수해서 좋다고 하면 그게 저에게는 아무런 열정도 없고 답답하고 게으르다는 의미로 들렸어요. 그래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어제 오전 미팅에서 리엔의 지적은 모두에게 큰 자극이 되었을 거야. 나 역시 어제부터 하루 종일 리엔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군. 정말 커다란 각성이 되었지.” 기준이 말에 솔직함이 묻어났다.
“모두 자아비판의 분위기네.” 형섭이 들고 있던 잔을 단 숨에 들이키더니, “하지만 이제야 사업가의 눈이 아니라 우리는 인간적인 새로운 안목을 찾았어. 모두 리엔 팀장 덕분이라고.” 유쾌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의 새로운 통찰을 축하하며, 건배”
형섭이 잔을 들어 건배를 권했다. 세 사람의 잔이 함께 부딪쳤다.
“우리에겐 인사이트가 필요해.” 형섭이 다시 외쳤다.
“인사이트! 땀 쩍!” 기준이 소리쳤다.
“라오스 사람들이야말로 컨시어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리엔의 말, 정말 대단한 인사이트를 주었어.”
“김형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나는 조금 알 것도 같은데, 그게 김형이 구상해온 ‘인사이트’ 계획과 관련이 있지?”
분위기 때문인지 기준 역시 속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졌다.
“링크빌리지와 기업연수단 활동을 접목시킬 때부터 나는 줄곧 ‘인사이트 라오스’라는 구상을 하고 있었어요.”
“인사이트 라오스? 어떤 건가요?”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리엔이 까만 눈을 반짝거렸다.
“어제 미팅에서는 잘 모른다고 하셨지만, 그게 차장님이 생각하시는 대안적인 플랜 아닌가요?”
리엔이 다그치듯 물었다.
“음, 리엔의 짐작이 틀리지는 않아.”
“이제 슬슬 실토를 해보시지.” 형섭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아직 분명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제 리엔의 말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야. 나 역시 그 동안 내가 비판하는 윗분들과 같은 프레임에 빠져있었던 같아. 이를테면 경제적인 논리에서, 기존의 사업적 관점에서만 리조트의 살 길을 모색했던 거지, 그래서 정말 중요한 요소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어.”
“라오스 사람들이 가진 인간적인 잠재력을 말하는 건가?” 형섭이 맞장구 쳤다.
“생각이 경제적인 논리에만 빠져 있으니 상품으로만 생각했지 정작 사람의 관점을 잊고 있었어. 사람들의 요구는 진실한 만족이고 거짓 없는 행복이야. 그건 값비싼 럭셔리 서비스일수록 오히려 더 찾기 힘든 것일지 몰라. 아무리 최고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말이야. 사람들의 ‘순수한 의도’를 도대체 어떻게 돈으로 살 수 있겠어?”
“욕심에 지나침이 없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아는 마음으로 살지 않는다면 어떻게 순수한 의도를 간직할 수 있느냐 말이지? 그건 나도 절대 동의해.” 중독성 있는 파파야 샐러드 땀막홍에 연신 젓가락을 놀리며 형섭이 대꾸했다.
“하지만 아무런 열정도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싫어요. 순수한 의도를 간직하면서도 더 나은 삶에 대해 꿈을 꾸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야 해요.” 리엔의 말끝에 단호한 의지가 비쳤다.
“그렇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필요하지.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는 태도와 더 나은 미래를 욕망하는 태도가 양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거라고 믿어.” 기준이 맥주잔을 마저 비웠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그걸 양립이 불가능한 이율배반, 대립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어.”
기준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완전히 어둠에 잠겨 아스라한 그림자로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던 것이고?” 형섭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제는 조금 더 분명해졌어.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일차원적인 사고에서는 그 두 가지가 양립하기 어려워. 이율배반적인 딜레마를 벗어나기 힘들어. 하지만 경제적인 논리라는 일차원을 벗어나면 그 두 가지는 오히려 멋진 결합도 가능할지 몰라.”
“정말이요? 그렇게만 되면 정말 행복하겠어요.” 리엔이 멀리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라오스 사람들 대부분은 여전히 행복하지만, 선진국의 물질적인 문화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삶을 외국과 비교하고 언제부터인지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어요.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사태지요. 결국 시간문제이지 언젠가는 다른 후진국들처럼 서구문명이 뿌려준 인간적 욕망에 휘둘리는 삶으로 전락하게 되겠지요. 누구는 그런 삶을 동경하지만요. 저는 그 때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불행해질 것 같아요. 일부는 행복해 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고민이에요. 외국과의 관계에서 고립된 채 살 수는 없지요. 이미 현대 문명의 달콤함과 편리함을 체험한데다가, 라오스처럼 관광의 비중이 큰 나라는 더욱 그렇지요. 저는 라오스가 불행해지는 것이 정말 싫어요.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만 있다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리엔의 눈자위에 물기가 비쳤다. 리트머스 종이에 색이 스미듯 리엔의 감정이 옆 자리로 번져나갔다. 곧 푸르고 붉은 어둠이 세 사람을 에워쌌다. 셋은 제 각각 생각에 빠져들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자 저 멀리 라오스의 밤하늘에는 이름 없는 별이 반짝 빛을 내며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