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7회

위앙짠 주정부 건물로 들어선 두 사람은 건설국 사무실 앞에서 30여분을 더 기다린 끝에 카이손 아마스를 만날 수 있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콧수염을 기른 사내였다. 그는 문 밖까지 나와 먼저 온 손님을 배웅하고 있었다.

“최근에 무사오 리조트를 인수한 자입니다. 동남아 레저업계의 큰손이죠.”

변차장이 빠르게 설명했다.

손님을 보낸 뒤 카이손 아마스는 변형섭 쪽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보였다. 선한 눈매를 지녔지만 태도는 어딘지 모르게 권위적으로 느껴졌다.

변차장과 카이손의 대화는 처음부터 평행선을 달렸다. 약속한대로 전기시설과 상수도 배관 보수 작업을 당장 서둘러달라는 변의 요구에 카이손은 검토해보겠다는 원칙적인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대안이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대화는 그렇게 30분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실례합니다만 대화에 잠시 끼어들어도 괜찮겠습니까?”

카이손과 변차장이 동시에 기준을 쳐다봤다.

“타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의 관광산업에 있어 한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아실 겁니다.” 말문을 연 기준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왕위앙에 리조트를 개발하려는 것은 라오스를 동남아 관광시장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아마스 씨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카이손이 눈짓이 변차장에게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변은 본사에서 새로 부임한 중요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기준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아마스 씨를 라오스 관광지 개발 프로젝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자로 생각하며 우리들 역시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왕위앙은 물론 루앙프라방, 위앙짠 등 기존의 국제 관광도시 이외에도 수많은 지역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관광지로 개발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당신이 쥐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때 변차장이 다시 끼어들었다.

“아마스 씨, 이분은 한국 여행업계의 주요 인물입니다. 동남아 5개국 여러 곳에 학교나 고아원 등 수많은 건물을 지어주었고, 현재까지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죠. 서번트투어라고 들어보셨나요? 재해지역이나 오지마을을 중심으로 현지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여행을 뜻합니다. 바로 이 분이 그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라오스가 이 분의 목표입니다.”

기준은 변형섭이 자신의 옛 프로젝트를 비교적 상세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에 적이 놀랐다.

카이손은 깍지 낀 손을 풀며 두 사람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우리 사이에 좀 더 특별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저도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그쪽 리조트만을 우선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이 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기준은 카이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시다시피 현재 우리 지역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다들 급행처리를 요구하지만 저희로서는 인력이 태부족입니다. 게다가 긴급 상황이라고 해서 가보면 대부분 자체 해결이 가능한 일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쪽 시공사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도 여기다 의뢰하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관할지역 곳곳에서 중요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정부 입장에서는 사안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으며 개인적인 친밀도가 아니라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번 건은 최대한 빨리 조치해드리겠습니다만 더 이상의 특별대우는 불가능합니다.”

카이손 아마스는 할 말을 마치자 악수를 청했다.

 

청사를 나오며 담배를 뽑아든 변차장이 한 숨을 쉬었다.

“이번은 어찌 처리가 되겠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겠습니다. 김차장님 고생 좀 하시겠는데요.”

기준이 표정 없이 변을 마주 보았다.

“무사오 리조트가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뭐랄까, 특혜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이미 루앙프라방이나 위앙짠에도 몇 개의 체인을 갖고 있는 무사오 그룹인 만큼 왕위앙 지역에서는 아마 우리의 최대 라이벌이 될 겁니다.”

“그나저나 서번트투어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기본 아닙니까? 같이 일할 사람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 정도는 알아둬야죠.”

변차장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곧이어 익숙한 몸놀림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고 차는 어느 새 리조트로 빠지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기준은 날렵하면서도 각이 진 변형섭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그래서 더욱 자기 방식에 충실한 그런 인상이었다.

차창 밖으로 자전거 탄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다가왔다가 이내 멀어졌다. 어느 순간 한 소녀의 깜짝 놀랄 만큼 어여쁜 미소가 기준의 눈과 마주쳤다. 기준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안젤라’

리조트로 돌아와 보고를 끝낸 뒤 기준은 서둘러서 루앙을 찾아갔다.

“약도를 그려주십시오. 안젤라가 있는 곳.”

안젤라를 만나기 전까지 기준은 아직 라오스에 완전히 도착한 것이 아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