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28회

호텔을 찾는 손님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성수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개관 기념 특별 할인 행사의 기간 연장이 끝나자, 모객 실적이 급격히 저조해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왕위앙 중심가에 있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방을 구하지 못한 유럽 여행객들, 혹은 몇몇 아시아 국가의 부유한 관광객들로 인해 그나마 겨우 체면만 유지하는 정도였다. 경쟁사인 무사오 리조트는 비교적 나은 형편이었지만 역시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저는 우리 리조트의 서비스 제공 능력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례간담회의 시간에 변형섭이 입을 열었다. 리조트 오픈 이후 간부와 실무책임자들 사이에 허심탄회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총지배인이 건의하여 열리게 된 회의였다.??????
“서비스 제공 능력이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총지배인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기준은 노트를 펼쳐놓고 변형섭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기준이 노트에 메모한 내용과 유사한 발언이 이어졌다. 며칠 동안 기준과 변형섭은 같은 문제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바 있었다. 개인, 혹은 부서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진행했던 일련의 트레이닝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런 부작용을 극복하고 리조트 전체 시스템의 원활하고 유연한 흐름을 위해 개선된 방식이 도입되어야 하며, 나아가 직원들 스스로 개별 부서의 기능인이 아니라 리조트라는 종합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시스템의 운영 문제라면 자네 팀에서 개발했던 라오프로그램을 말하는 건가?”
강 전무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변형섭의 표정이 굳어졌다.?
“프로그램의 문제만은 아닙니다만….”?
“서비스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미 보완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문제라면 프로그램을? 개발한 변 차장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아닌가요?”???
“물론 제가 그 프로그램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제점보다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네. 준비 되었으면 그 걸 들어봅시다.”
변형섭이 뭔가 더 이야기할 듯 머뭇거리다 그대로 자리에 앉고 나자, 이번에는 기준에게 순서가 돌아왔다. 기준은 메모해 놓은 쪽지를 펼쳐놓은 채 일어섰다. 쪽지에는 ‘왕위앙의 관광 자생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부적으로 서비스 시스템을 개선하는 문제만큼 중요한 사항은 리조트 방문객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모객 방법은 주로 본사의 마케팅에 의존하는 것인데 그나마도 인근 지역, 즉 타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를 여행하는 단체객들이 하루, 이틀 경유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이러한 모객 방법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기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훑어보았다. 표정에 편치 않은 기색들이 엿보였다.???
“무사오리조트의 경우, 주로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할인가가 적용된 장기투숙객들을 유치함으로써 객실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수기가 되면 객실회전율이 떨어져 결국 손실로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왕위앙을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가 루앙프라방에 비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당연히 루앙프라방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가라앉은 회의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총지배인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 얘기는 근본적으로 왕위앙 관광객 수가 늘어야만 한다는 건데, 그건 장기적인 전략의 문제이고, 단기적으로 결국 본사에서 진행하는 다른 여행 상품과의 코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나? 비록 그게 부자연스럽다고 해도 말일세.”
“물론 우리 리조트 사업이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인 포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루앙프라방을 찾는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나 열악한 이동 과정을 개선하는 방법, 혹은 왕위앙 지역의 기존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여행 루트를 개발하는 방법…….”
“일리 있는 생각이네. 하지만 그건 우리 리조트만의 의욕으로 성사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은가. 사업에서는 현재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
총지배인이 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제의식만 공유할 수 있다면 저는 라오스 관광청뿐만 아니라 무사오리조트와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뭐야, 무사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광청은 그렇다 치고, 무사오와도 협력 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강 전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기준이 주춤거리자 참석자들이 모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사오 리조트에 대한 경쟁의식과 적대감은 생각보다 깊었다.
“간담회의 성격상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좋지만, 회의에는 모두들 좀 더 진지하게 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강 전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무리한 제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정해진 경계선을 넘어가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조트의 전망도 자신의 미래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식은 자신만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총지배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 차장, 라오스 현지에서 기반을 만드는 방안이라면 자네가 그 일을 한 번 시작해 보겠나?”
좌중의 시선이 총지배인과 기준 사이에 쏠렸다.???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일과 후 기준은 수첩을 들고 코끼리 사육장을 찾았다. 전에도 그는 혼자 생각거리가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곤 했는데, 루앙과 바둑을 두던 자리에 자리 잡고 앉으면 코끼리는 어김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그를 반겼다. 기준은 일차적으로 조사 여행에서 얻은 생각들을 바탕으로 리조트를 활성화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비가 오는 날을 빼고는 업무를 마친 후 어김없이 늘 그 자리를 지켰다. 마치 그 자리에 앉으면 하늘에서 그 분께서 오시기라도 한다는 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화두가 지배하고 있었다.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고립의 장벽을 뚫고 사방 소통으로 나아가는 길. 그 길을 현실 계획으로 구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출범 초기부터 난항을 걷고 있는 리조트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더욱 그러했다. ‘이곳과 그곳을 어떻게 연결시킬 겁니까?’ 맞은편 자리가 비어있지만 마치 루앙이 묻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링크빌리지와 리조트의 연결은 어느새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다가와 있었다. 역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지 문제만 올바르게 정의를 내리면 대개는 해결 방법이 존재한다. 살아간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이 때 해결 방법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단지 누가 언제 그 문제를 풀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노력하는 한 구원 받을 수 있다. 기준은 그렇게 다짐하고 있었다.??
링크빌리지와의 연결을 위한 모색과 더불어 기준이 궁리하고 있는 것은 리조트의 전체 시스템의 방향이었다. 변형섭의 고민을 듣고 그 생각은 더욱 짙어졌다. 운영 시스템의 성격으로 말하자면, 총지배인의 가족적인 온정주의도, 그렇다고 강 전무의 논리적으로 빈틈없는 시스템도 정답은 아니었다. 직원들 스스로 느낌을 담고 생각을 지으며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된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래야 고객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공감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떻게?’라는 벽에 부딪혀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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